이란 핵 문제를 미국이 어떻게 다뤄 왔고, 향후 어떻게 다룰지는 북한 핵 문제 해결과도 연관될 수 있다. 미국의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이스라엘, 이집트 등과의 관계에서는 동맹국에 대한 전략이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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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의 국방비 지출 규모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다음 수준이다. 프랑스, 독일, 일본보다 많은 건 물론이고 같은 중동 국가인 이스라엘의 3배에 이른다.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가 얼마나 돈독한지 짐작할 수 있는 좋은 예다. 특히 ‘비즈니스 외교’를 중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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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는 이란처럼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를 찾기는 쉽지 않다. 이란을 제외하면 이스라엘, 튀니지, 터키 정도가 그래도 경쟁다운 경쟁이 존재하는 선거가 있는 중동 국가로 분류된다. 게다가 이란은 부패하고 무능한 왕정을 종교 지도자가 직접 몰아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왕정 국가인 사우디가 바다 건너에 위치한 이란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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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당선인이 향후 4년간 미국을 이끌게 됐다는 건 이란으로서는 큰 호재다. 바이든 당선자는 이란 핵 합의가 체결됐던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부통령이었다. 또 바이든의 외교 안보 분야 ‘책사’로 여겨지며 국무부 장관에 내정된 토니 블링컨(Tony Blinken·본명 Antony John Blinken) 전 국무부 부장관은 이란 핵 합의 체결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이란과의 대화나 협상에 적극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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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분쟁은 현재 중동에서 벌어지는 라이벌전 혹은 갈등 중 ‘강자’와 ‘약자’가 가장 확실히 구별되는 사례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강자인 이스라엘이 약자인 팔레스타인을 무너뜨리는 데 매우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서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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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와 UAE는 중동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혁신과 개방에 나서고 있는 나라다. 두 나라 모두 자원을 바탕으로 막대한 국부를 쌓고, 재정적 역량을 바탕으로 혁신과 개방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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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를 고립시킨 나라들은 카타르가 사우디의 주적, 나아가 아랍권에 위협이 되는 이란과 원만한 관계인 게 못마땅하다. 그러나 카타르는 페르시아만의 세계 최대 해상 천연가스전인 카타르령 노스돔(North Dome)과 이란령 사우스파(South Pars)를 이란과 함께 쓰는 사이다. 현실적으로 자국 경제의 핵심인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이란과 사이좋게 지내야만 하는 운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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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 구축되고 있는 러시아의 영향력, ‘러시아 벨트’는 시리아를 중심으로 이미 터키, 이스라엘로 확대된 상태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UAE, 리비아로도 확장되고 있다. 특히 시리아는 러시아의 중동 영향력 확장의 교두보나 다름없다. 냉전 시대부터 가까웠던 두 나라는 아랍의 봄 확산을 계기로 더욱 특별해졌다. 시리아가 내전에 빠져들면서 사실상 전적으로 러시아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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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터키는 중동의 강자다. 또 지역 패권을 여러 면에서 추구하고 있다. 사우디, 이란과 함께 중동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팽창하려는 성향을 지닌 나라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이 집권한 이래 이러한 움직임에는 더욱 속도가 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과 함께 대표적인 스트롱맨으로 꼽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세속주의를 추구해 온 터키에서 상당히 종교적 성향이 강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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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향후 25년간 이란의 통신, 항만, 철도 등의 분야에 4000억 달러를 투자하고, 대신 이란산 원유를 대폭 낮은 가격에 공급받는다. 일각에선 중국이 이란에 진출하면서 안보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중국 군대가 이란에 주둔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바레인, 카타르, UAE 등에 배치돼 있는 미군과 중국군이 코를 맞대고 대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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