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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다

그때 나는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다

파란시선-0073이동
이서린 | 파란 | 2020년 12월 0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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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113쪽 | 182g | 128*208*20mm
ISBN13 9791187756866
ISBN10 1187756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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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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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개의 입술이

아니, 가늘고 보드라운 수만 개의 입술이

속살대며 떨리는 촉촉한 키스처럼
가만가만 이마에 하나 둘 닿더니
어느새 발등에 미친 듯이 퍼붓고

제발 좀 보라는 듯
나 여기 있다는 듯 애타는 연분홍 사태
소리 없이 펑펑 쏟아지는 눈물 같은
저 고요한 설움을 차마 어찌 밟고 가나요

작별쯤이야

큰소리치던 날들은 벌써 잊었군요
무성한 기약 뒤엔 조그만 혓바닥이 슬프다는 걸
변하는 건 사랑이 아니고 사람이라는 걸
연인들은 종종 늦게 깨닫는다지요

도무지 거절하기 힘든 따스한 숨이라면요
덧없는 맹세인 줄 알면서도 피우느라 지우느라
밤새 뒤척이는 격정의 봄밤이라면요

숨 한 번 돌릴 사이 사라지더라도
함성처럼 피다 소나기처럼 끝난다 하여도
사랑은요
벚꽃은요
서러움 뒤에 오는 허무라 해도

그러나, 꽃이잖아요
---「그러나, 꽃」중에서

강이 보였다. 목 잘린 산 그림자가 어룽거렸다. 붉은 흙덩이 쏟아 낸 건너편 비탈. 바람이 일으킨 파문에 산산조각 부서지는 물살들. 물에서도 소리가 날 것 같은

서서히 핏물 번지는 하늘. 어린나무를 옆으로 눕히며 바람은 불고 나는 맨발로 모래밭을 걸었다. 발가락 사이사이 파고드는 차가운 모래 알갱이. 푸르스름한 발등을 흘러내리는 부드러운 모래의 기척. 디딜 때마다 발바닥에 전해지는 지구의 단호함에 몰입하면서 성글게 핀 풀들의 의지를 보았다.

걷다가 주저앉아 바라본 강물이 눈높이에서 헤적일 때 아주 잠깐, 강물에 발목을 적신 새와 마주쳤다. 우울한 인간쯤이야, 새는 당황하지도 도망가지도 않았다. 저렇게 작은 몸으로 낯선 공포와 마주하기까지의 시간을 짐작만 할 뿐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까만 콩 같은 눈동자. 흔들림 없던 엄마의 마지막 눈빛이 저러했을까

몹시 여린 발목으로 몇 발자국 옮기다 날개를 펼치는 새. 한마디의 울음을 남기며 새는 날아가고 나는 추운 줄도 모르고 오래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신기루처럼 사라진 새의 잔상. 만약 계속 삶이 이어진다면 생이란

이런 순간일 것이다. 나무가 바람에 몸을 굽히고, 강물은 눈높이에서 흐르고, 발가락 사이 느껴지는 차고 부드러운 모래, 잠깐이지만 마주친 작은 새의 눈망울과 젖은 발목, 잊을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얼굴과 체온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채 견뎌야 하는
---「젖은 발목으로 날아가는 새―섬진강에서」중에서

먼 산이 스윽
한 걸음 다가오고
산머리는
자줏빛으로 바뀌어 가고
거뭇해지는 초록의 표지판 곁
늙은 팽나무
바람을 거두고
고립된 짐승마냥 우두커니
두 눈은 하늘과
땅 사이를 서성이고
어쩌면 무슨 일 있는지 몰라
버스는 아무래도
오지를 않고
죽은 새 보았던
한낮의 기억이
낯선 마을 저녁에
어둑어둑 잠기고
궤도를 이탈한 별처럼
하염없이 기다리다
기다리다
그만 끝날 것 같은
---「그때 나는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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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별거냐. 월촌댁의 김 씨가 농약을 소주병에 털어 넣고 세상 버린 저녁처럼 더 깊은 쪽으로 더 짙은 어둠이 고이는 것일 뿐(「죽음의 기록」), 사랑을 잃고 그 기억의 자리를 맴도는 사내와 그의 개처럼(「존재를 켜 두고 있는 중입니다」)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이 사랑은 멈출 수가 없다. 뼈와 살과 피와 숨이 사랑의 근원이라면 이 열정의 기원은 내 몸이 아니어서 신병 같고 무병 같다. 다른 존재의 감각과 숨결과 넋과 기분에 가닿는 접신술이 몸과 정신을 바꾸는 연애학이다. 유명한 영화의 대사처럼 이 병에는 처방전이 있지만, 허망한 것은 반드시 병이나 숙주 양자 중 하나가 먼저 돌아간다는 점이다. 그래서 시인은 사랑을 이어 나가는 일을 ‘존재를 켜두는 일’이라고 썼나 보다. 바람막이 없이 초를 옮기는 일처럼 어려운 일이어서. 한생이 결국 그렇게 건너는 일이고, 지나고 보면 추억이란 반드시 따뜻한 것이어서 그리운 것만도 아니다(「에인다는 것」).

죽은 남편을 따라갈 독한 마음을 먹었던 엄마가 쓰디쓴 ‘장미’를 세 번에 나눠 피우면서 견디는 것이 사랑이고 삶이었듯이(「엄마와 장미」), 아비와 딸이 함께 걷던 양양한 한때가 있는가 하면(「뻘뻘」) 돌아간 사람을 두고 꼭 한 번만 안기고 싶다고 생각하는 미어지는 한때가 있다(「그 남자」). 이렇게 만상이 이 열병의 때를 지나고 지나서 소사동 팽나무처럼 잎 다 내려놓고 서게 되는 것이리라. 암세포처럼 곰팡이로 칠갑을 하면서 뒹구는 빈집 같은 삶의 한때가 있고(「곰팡이」), 눈앞의 벼랑을 무섭게 응시하면서 비를 맞는 새에게 삼투되는 생의 한때가 있는 것이다(「저, 새」). 그런데, 이상도 하지. 그 마음의 폭풍이 지나고 나서야 우리는 풍경을 갖게 되는 것이다. 들판을 건너는 바람의 걸음이 보이는 것이다. 그때쯤, 어떤 어둠은 심연처럼 깊어서 시간도 멈출 것 같은 그때쯤.
- 이현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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