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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사라지기 전에

추억이 사라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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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408g | 128*188*30mm
ISBN13 9791189692094
ISBN10 1189692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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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거리의, 어느 찻집의 어느 자리에는 신비한 도시 전설이 깃들어 있다. 그 자리에 앉으면,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동안에는 원하는 시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전설이다. 다만 몇 가지 성가신……, 아주 성가신 규칙이 있었다. 하나. 과거로 돌아가도 이 찻집을 방문한 적이 없는 사람은 만나지 못한다. 둘. 과거로 돌아가서 어떠한 노력을 할지언정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셋. 과거로 돌아가는 자리에는 먼저 온 손님이 있다. 그 손님이 자리를 비켜야만 앉을 수 있다. 넷. 과거로 돌아가도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일 수 없다. 다섯. 과거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커피를 잔에 따른 후 그 커피가 식을 때까지에 한한다. 성가신 규칙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전설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의 발길이 이어진다.
---「프롤로그」중에서

야요이는 분노가 가득 찬 눈으로 레이지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레이지는 그 눈빛에 압도되어 한두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난 이 사람들 꼴도 보기 싫다고요!” 야요이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분노의 대상은 레이지가 아니었다. 카즈도 일손을 멈추었다. “날 낳아 놓기만 하고, 자기네 맘대로 죽기나 하고…….” 야요이는 쌓여 있던 울분을 한꺼번에 쏟아내듯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제1화 “이기적이야.”라고 원망하지 못한 딸의 이야기」중에서

“과거로 돌아갈 수 있어요.” 도도로키의 등에 대고 말한 사람은 나가레였다. 야간 경관 조명이 켜진 단풍을 뒤에 두고 고개를 돌린 도도로키의 눈에는 크고 시커먼 그림자로 보였을 것이다. “돌아갈 수 있다고 했나?” 도도로키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돌아갈 수 있습니다.” “유카리 씨 말고 도키타 집안의 사람이 있다는 건가?” “잘 아시네요.” “어렸을 때부터 이 찻집에 다녔으니까.” “그렇군요.”
---「제2화 “행복하니?”라고 묻지 못한 남편의 이야기」중에서

착각이라 했지만, 사실 레이코의 여동생 유키카는 세 달 전에 세상을 떠났다. 레이코는 결코 올 리 없는 여동생을 하염없이 기다린 것이다. 오늘만이 아니었다. 레이코는 가끔 이 찻집에 찾아와서 같은 말을 반복했다. 사키도 유키카가 죽은 것을 알았다. 입원한 유키카의 심리 치료를 담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키는 레이코의 말에 맞장구를 쳐 주었다. “좀 더 기다리지? 혹시 남자 친구랑 늦게 만났을지도 모르잖아.” 레이코의 공허한 눈에 아주 작은 빛이 깃들었다. “딱히 급한 일도 없잖아?” “네, 그건 그런데…….” “그럼 기다려 봐.” 레이코가 또다시 찻집 입구로 시선을 던졌다.
---「제3화 “미안해.”라고 말하지 못한 여동생의 이야기」중에서

인생을 살다 보면 ‘때가 안 좋았다.’라고 할 만한 일이 생긴다. 이 경우가 바로 그랬다. 나나코가 자기 마음을 확인하고자 용기 내어 한 걸음 내디디려고 한 바로 그 순간, 레이지의 휴대폰이 울렸다. 오디션 합격 통지였다. 만약 이 메시지가 그로부터 한 시간 후, 아니 몇 분만 늦게 왔더라면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졌을지 알 수 없다. 그날 레이지의 술렁였던 마음도 합격 통지가 감쪽같이 지워 버렸다. 때가 안 좋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 못한 채 한 사람은 도쿄로, 다른 한 사람은 미국으로 떠났다. 떨어진 거리는 멀고도 멀었다.
---「제4화 “널 좋아해.”라고 고백하지 못한 청년의 이야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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