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울 수 있는 곳이 어디인가? 그곳은 내가 무엇을 하든 나답다. 어색하지 않고, 당황스럽지 않고, 마음이 편하다. 게다가 사진도 잘 찍힌다. 그 사진은 왠지 장기간 프사용으로 쓰고 싶다.
그곳이 어디인가?
현재 내가 그곳에 있든, 그곳에 있지 않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한 장소에서 여러 사진을 찍겠다는 마음처럼 한 곳에서 여러 상황을 경험하겠다는 마음이다. 그 경험이, 결국 나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그 판단은 곧 내가 있어야 할 곳을 알려 줄 것이다.
자 그럼, 내일 촬영하러 나가 볼까? 옷부터 챙겨라!
--- p.42~43, 「여자들은 카페에서 화보 촬영을 한다」 중에서
그 이후로 아빠는 우리 회사의 이사가 되셨고 재정 관리를 도맡아 주고 계신다. 혹시 ‘용돈 받는 대표’라는 타이틀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처음엔 중학교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다 커서 부모님한테 용돈 받는 거, 참~ 이상하더라.
그때부터였다. 나에게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 일단 돈에 관한 이야기보다 교육적인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있었다. 총괄 매니저, 엘레나(Elena)도 내가 초심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기뻐해 줬다. 이거다! 돈을 만지면 안 되는 거였다!
--- p.92, 「괜찮은 사람이 괜찮은 사람이지 않을까?」 중에서
외국인 직원 관리 능력은 자라 온 환경 덕분이다. 나는 한국에서의 거주 기간과 필리핀에서의 거주 기간이 동일하다. 그래서 필리핀 사람들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한다. 이 사람들의 문화, 언어, 생활 습관, 가치관 등 여러 가지 것들을 말이다. 나의 이런 능력은 현재 필리핀 선생님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 대표로서 큰 장점이다. 솔직히 외모도 한몫하고 있는 것 같다. 한 번은 이런 적이 있다. 필리핀 친구들과 함께 거리를 거닐 때였다. 어느 필리핀 현지인이 나에게 다가와 질문했다.
“빠아노포 아코 마카카푼따 사 센터몰?”
진짜 현지인은 내 옆에 있는데, 굳이 한국인인 나에게 왜 길을 묻는 것인가? 그것도 필리핀 현지 언어(타갈로그어)로 말이다. 난 외모적으로도 현지화가 됐다. 그래서 필리핀 직원들도 나를 편하게 대해 준다. 필리핀 상인들 역시 내가 현지인인 줄 알고 사기를 치지 않는다. 이를 전문 용어로 ‘눈탱이(?) 맞을 일 없다’고 한다. 이것 참 나쁘지 않다.
--- p.117~118, 「돈 되는 일만 하는 게 뭐 어때서’
“새댁! 방이 하나 나왔어. 너무 싸게 나왔더라고. 새댁이 예쁘니까 먼저 전화를 했찌이!”
결국 그 집을 계약했다. 그 집은 여러 특징이 있었다. 우선 아주 쌌다. 대신 지하에, 창문이 없고, 좁으며, 나름의 베란다가 있었다. 위층(1층)과 공용으로 쓰는 공간이지만, 위층(1층)에서 아래층(지하)이 하도 불쌍해서 마련해 준 공간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여름을 지나 보니 이 집의 차별화된 장점(?)이 있었다. 이 집에 살면 여름에는 따로 물놀이를 갈 필요가 없었다. 감사하게도 태풍이 물을 집까지 배달해 주기 때문이다. 그것도 새벽 배송으로 말이다. 그렇다. 이 집은 여름이 되면 침수가 났다. 엄마와 아빠는 사이좋게 바가지로 차오르는 물을 뺐다. 엄마의 지시 아래 아빠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솔직히 똑순이 엄마는 침수를 예상 못했던 건 아니다. 그 침수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월세가 극명하게 저렴했기 때문에 형편에 딱 맞는 집이었다. 침착하게 상황을 대처해야만 했다.
--- p.193~194, 「결혼 32년 차? 오래 버텼다」 중에서
언젠가 부자가 될 거라는 생각에, 돈의 구체적인 기준을 늘려갔던 때가 있었다. 높은 연봉을 위해 회사를 세우고, 노후를 위해 집을 사고, 사업 확장을 위해 인맥을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세상이 생각하는 부자에는 가까워졌다. 그러나 정작 내가 생각하는 부자는 되지 못했다.
반면, 구체적인 자유는 달랐다. 구체적인 자유가 늘어갈수록 부자가 되었다. 최근 추가된 자유는 바로 ‘원터치 텐트에서 취침’이다. 제주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마땅한 곳이 나오면 어김없이 텐트를 친다. 별이 콕콕 박혀 있는 밤하늘에 짙은 풀냄새는 기본 옵션이다. 운이 좋으면 귀뚜라미 연주도 들을 수 있다! 이 정도면 고급 아파트 부럽지 않다.
그대도 한번 느껴 보겠는가? 언제 한번 원터치 텐트에 초대하겠다. 너무 놀라지 마시라. 이 자유는 삶의 기쁨, 여유, 영감 그리고 감동까지 줄 테니.
그럼 그대도 자유 한 알씩 먹어 보겠는가?
--- p.277~278, 「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