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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40*211*20mm
ISBN13 9791187909330
ISBN10 1187909335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갈꽃 몸부림치는 날엔
붉은 노을이 흐른다

아들
그리고 아내

지워지는 추억이 어디 있으며
끝낼 수 있는 인연이 어디 있으랴

한 발 한 발 마중가면서
그냥 산다, 그리우니까
--- 본문 중에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뭇잎 하나 툭 떨어진다

가는 길을 알면서도
남겨진 인연 어쩌지 못 해
잠 못 이루는 긴 겨울밤

먼 하늘 별을 보다가
가지 끝 맺힌 눈물 바람에 훔치며
골목길을 더듬는 겨울나무

빈 가슴 삭정이로 남아
여린 잎 붙들고 서 있다
---「겨울나무」중에서

까맣게 타는 속내
끊임없이 다가가 보지만
바다로 돌아서는 섬

백사장 흐릿한 발자욱을
속절없이 따라 가는 데
잡힐 듯 잡히지 않고
파도만 하얗게 하얗게 부서져 내린다

발그레한 수평선 달을 반기는
포구엔 가을이 내리고
지친 배 한 척 정박해 있다
---「포구의 가을」중에서

당신을 보낸 뒤부터
어두워지면 또 다른 무덤이 생겨났다
[여보, 이제 들어왔어요?]
[못 챙겨줘서 미안해요.]
[아이들 밥은 주었어요?]
다소곳이 겉옷 받아 드는 당신
천정에서도 들리고
장롱 위에서도 들리고
먼 남쪽에서 나를 바라보는 당신
그 어둡고 칙칙한 곳에서
이곳까지 온
쓰던 물건을 만졌을 뿐인데
---「어둠 찬가」중에서

천안 땅의 서부역에 아파트가 있었네
우리 아빠 우리 아들 사랑으로 살았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아들아
너는 영영 가버리고 나만 홀로 남았네

주고받던 문자들이 핸드폰에 있었네
자고 갈께 남겨 놓고
너는 영영 안 오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기다리던 아들아
늙은 아빠 널 그리며 매일 매일 밤 샌다

이젠 너를 볼 수 없네 늠름하던 그 모습
네가 쓰던 작은 지갑
내 가슴이 아프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보고 싶은 아들아
네가 먼저 떠난 뒤에 나만 슬피 남았네

노란 가방 둘러메고 들어오던 아들아
아빠 아빠 불러주던 네 목소리 들리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만나고픈 아들아
오늘 따라 네 모습이 너무 너무 그립다
---「그리워 부르는 노래 - 아들, 내 사랑아」중에서

잰걸음으로 앞서 지나가
먼 산 보듯 돌아서면
낯선 얼굴들이 보인다

꽃무늬 원피스 연둣빛 핸드백
뒷모습 따라 카페로 대합실로 공원으로
어디 가면 만날 수 있을까

그림자 밟으며 들어선 골목
가로등만 창백하게 서 있을 뿐
맞아주던 목소린 들리지 않고

빈 걸음 방문을 여니
지쳐서 잠이 든 아이를
별 하나가 내려다본다
---「그대 그림자」중에서

여보, 흠칫 뒤돌아본다
아이가 엄마 품에 안기고
한 사내가 빙그레 웃는다

다사로운 햇살 내리는 공원에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웃음소리
오손도손 살가운 목소리

낱말들이 허공에 흩어진다
당신 자기야 아버지
들을 수 없고 불러도 대답 없는

터벅터벅 걸음을 옮긴다
낮달을 반기는 하늘
언제나 그리움이 앞선다
---「회상回想」중에서

철탑이 속울음 우는 저녁
철모른 달은 줄넘기 한다

삼삼오오 정겨운 목소리
한 집 두 집 불이 꺼진다
이따금 멀어져 가는 발자욱
몇몇 창마저 어둠에 묻히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오질 않는다
잡을 수도 막지도 못한 설움
얼마나 멀길래 소식도 없다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잠들면 만날 수 있을까

거실을 넘나드는 달빛
가로등은 오늘도 뜰에 서 있다
---「잠 못 드는 밤」중에서

미련처럼, 석양이 내리자
어머니가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불은 자꾸 어머니를 끌어당겼다
아궁이보다 작아진
이제 그만 일어나세요
그 모습 보기 싫어 돌아서는데
서산으로 해가 뚝 떨어진다
어머니의 굽은 등이
서산에 걸쳐있었다
---「군불 지피는 어머니」중에서

긴 시간 어떻게 견뎠냐고
봄바람이 가만히 토닥여 준다
달빛 타고 흐르는 그리움으로
소쩍새 울며 나던 그해 겨울
속 깊이 파고드는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홀로 지샌 서러운 밤들
벌과 나비 애타는지 모르고
한켠에 우두커니 서 있는 배롱나무
뜨겁게 다가오는 햇살에
언 가슴 조금씩 열면서
연분홍 꽃잎을 틔운다
---「배롱나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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