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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149*215*20mm
ISBN13 9791156344391
ISBN10 1156344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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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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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봄날의 행운
50대 이상의 연배들에게 초등학교 시절의 소풍을 떠올리면 연상 단어처럼 떠오르는 말은 ‘보물찾기’가 아닐까? 그 시절 소풍날에 미치도록 찾고 싶었던 보물의 기억은 누구에게나 아스라이 남아 있음 직하다. 초등학교 6학년 봄소풍 날의 에피소드가 춘풍추우 수십 번이 지나도록 나는 잊히지 않는다.
편편한 저수지 둑에 둘러앉아 반 친구들과 수건돌리기 게임을 하던 중 나는 다급한 요의를 느꼈다. 적당한 장소를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약간 으슥한 풀숲으로 찾아들었다. 볼일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어디선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불과 10m도 떨어지지 않은 곳 아래쪽 풀숲에 교감 선생님이 계셨다. 나와 같은 볼일로 그곳에 계시는 줄 알았는데 가만히 보니 교감 선생님이 작은 나뭇가지와 풀숲에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게 아닌가.
‘아, 맞다. 이따가 보물찾기를 하려는구나!’
나는 풀숲에 옹크리고 앉아 교감 선생님이 나가시기만을 기다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딴생각은 없었다. 열심히 숨기기 작업을 하시는 교감 선생님이 나로 인해 산통이 깨져 난감해하실까 봐, 쥐죽은 듯 납작 엎드려 있었던 것이다. 교감 선생님은 주위를 두리번거리시더니 풀숲을 빠져나가셨다. 그제야 나는 몸을 일으켰다. 지남철에 끌린 쇠붙이처럼 조금 전 교감 선생님이 계시던 자리로 이동했다. 그러고는 몰래 눈대중해 놨던 곳을 살피니 조그맣게 접힌 쪽지가 보였다. 가슴이 콩닥콩닥 두방망이질을 해댔다. 풀숲에서 눈에 띄는 대로 펼쳐보니 모두가 숫자가 적힌 보물 쪽지였다. 아닌 밤중에 찰시루떡이 아닌가! 나는 일단 4장만 주머니에 찔러넣고 나머지는 건드리지 않은 채 풀숲을 나왔다.

드디어 소풍의 대미를 장식할 보물찾기 시간이 되었다. 6학년 전체 아이들은 일제히 보물을 찾아 눈에 불을 켠 듯 샅샅이 풀숲을 휘젓고 다녔다. 나는 그런 친구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저수지 둑에 앉아 삘기를 뽑으며 상황이 종료되기를 기다렸다.
빈손으로 허탈하게 돌아오는 친구 셋에게 보물을 한 장씩 나눠주었다. 아이들은 어디서 이렇게 많이 찾았느냐며 나를 신통방통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호루라기를 부는 교감 선생님 앞으로 달려가 보물 쪽지와 상품을 교환 받았다. 1등인 나는 연필 5자루, 친구들은 3자루 2자루씩을 받았다. 그 시절 연필 5자루가 어디인가?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뻤다. 내 덕에 덩달아 연필을 거머쥔 친구들은 고마움의 표시로 한동안 나에게 깍듯했음은 물론이다. 잘 깎이고 침을 묻히지 않아도 또박또박 예쁜 글씨가 써지던 하늘색 향나무 연필 다섯 자루의 행복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았다.
꾀자기 계집아이가 저지른 반칙이라 여기며 께름칙한 기억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에서야 나는, 그 봄날에 내게 굴러온 연필 사랑의 행운이었다고 결론 내리고 싶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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