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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왜 음악이 되지 못하는 걸까

비는 왜 음악이 되지 못하는 걸까

걷는사람 시인선-034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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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56g | 125*200*20mm
ISBN13 9791191262056
ISBN10 119126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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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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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얻지 않은 것은 없다고
일용할 양식을 구하느라 옮겨 다니지만
맥박은 그지없이 평온합니다
게르의 문 자주 여닫히고 사람들도 둥글게 모여듭니다
한꺼번에 왔다 가 버릴 사람들이 드나드는 사이
저녁과 함께 새끼 양을 안고 들어선 남자의 표정은 모든 것을 품습니다
이것은 어떤 마음입니다
새벽까지 난로의 불씨를 걱정하는,
광야의 바람과 보이지 않는 짐승의 소리를 끌어와 리듬을 만들어 냅니다
꽁꽁 언 두 손이 흐미를 듣게 된 귀를 어루만집니다
그날 밤 게르 밖의 별들도 둥근 모음으로만 빛났습니다
---「몽골, 겨울 그라피티」중에서

아마 동쪽에서 왔을 것이다
저 울음은

무릎을 꺾어 가면서까지 온전하게
제 등을 내어주는 늙은 낙타의 순종은
걷고 걸어도 사막

꿈속에서도 사막
자고 나도 사막일 것이다

일찍이 깃들지 못한 나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현기증 나는 증발이 사방에 펼쳐져 있고
아직 도착되지 않은 내일이
성긴 가루가 되어 발가락 사이를 더 넓게 벌려 놓았다
움푹 팬 기억을 더욱 구부려 울음을 새겨 넣는 일은
바람이 시키는 일일까

거친 숨소리와 방울 소리 낙타의 느린 발자국마저
바람이 세우고 허무는 어제와 오늘

별 하나
귀를 세울 때마다 나는,
서쪽에 있었다
---「명사산」중에서

기다렸다는 듯 사방에서 퍼부어대는 비
밤늦도록 여린 울음소리들,
한데서 비 맞고 있을 저들은
평온을 찢고 들어온 돌풍과 막다른 시간에 숨이 막힐 것이다
오늘 밤 안식처를 끝내 잃고 만 불안하고 두려워 어찌할 줄 모를,
작고 여린 저 울음소리
숨어들 곳 없는 평원에서의 길고 긴 밤이라니
느닷없이 출몰할 포식자의 시선을 피하려
서성이는 발아래로 어미는 계속하여 검은 밤과 싸우게 되리라
창밖보다 더 어두운 풍경화 한 점 내걸리는 사이로
비는 왜 음악이 되지 못하는 걸까요
이 말을 하는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 걸까요
---「먹먹, 세렝게티」중에서

출근길의 교통방송을 그대로 둘까 하다가
눈사람에게 주파수를 맞춘다
퇴근길인 까닭이다

집으로 향하는 차들과 다른 자세로
서 있는 가로수는 어제와 같은데 건너오는 바람은 중저음이다
반사되는 불빛과 어긋나는 눈들이 잠깐 머물던,
점멸등이 켜진 교차로를 천천히 통과하지만
오늘 밤도 여전히 그루잠을 잘 것이고 그사이에
내 발목이나 무릎께 정도는 저 먼
북유럽에라도 가 있겠다
또는
이미 헤어진 그녀와는 상관없이 무작정 그녀의
고향에 가 보고 싶다는
한 시인을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마음을 죄다 끊고 사는 일보다
스스로 갇히고 마는 걸 마다하지 않듯
문득 길가에 차를 대고 얀바밍을 하고
싶어지는 12월
누군가는 자작나무로 만든 소인이 찍힌
눈사람의 우편물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눈사람 주파수」중에서

먼 곳의 이야기는
방향을 알 수 없는 거센 눈보라를 날리고
폭설에 폭설을 더한 계절 내내
수없이 다녀간 왼쪽과 오른쪽이 있었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견뎌 내야 했다

자주자주자주……

손가락 두어 마디 같은 비가 내리자 간지럼을 타던 옆구리가 생겨났다

자목련 한 그루가 마구 쏟아내는 빨강과 보라 사이의 눈물이
가지와 가지 위에다 기어코 새 떼를 올려놓았다
---「기어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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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구체화하는 행위가 걷는 일이 아닐까. 정이경 시인은 기억을 소환하는 간절한 순례자로서 걷고 걷는다. 들판을 지나 야생을 걸어 들어가는 소로우, 바람구두를 신고 걸은 랭보, 이 끝에서 저 끝으로 걸어가는 사람의 행복을 알았던 카잔차키스가 그랬던 것처럼 정이경은 탄자니아의 북쪽의 사바나를 걷고 킬리만자로의 우후루피크에 닿았다가 파미르 고원에서 북극성을 보며 아무르강의 발원지인 오논강까지 간다. 애초에 출발이 없었듯이 그녀의 여정에 도착은 없다.

걷는다는 것은 ‘기억’을 꼭꼭 씹는 과정인 것이므로 정이경 시인은 단지 알음알이로 생각의 근원을 알려고 않는다. 생각 이전의 본래 자리가 드라마를 보는 저녁에도 있고 사백 년 후에도 있는 것이겠지만 그의 문제는 언제나 진행형이다. “허공을 디딘 왼발과 오른발에서는 내가 모르는 악기 소리가 나”(「응고롱고로 연가」)고 “오래전의 사랑이 자꾸 이마를 덮고 눈을 가리”(「동명이인」)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고 “맥을 놓아 버리는 일보다 구겨진 가방이 되”(「7024번」)는 길을 선택한다.

길을 걷다 보면 더러는 오래 함께 걷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도 알게 되지만, 시인의 여정은 어딘가에 남기고 온 ‘너’의 언저리를 둥둥 떠다니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다 걷고 또 걷는 길 끝의 어디쯤에서 “나는 새로운 나에게로 도착될 것이”(「커튼콜」)라는 환상을 흔들어 보기도 한다. 출가자도 재가자도 아닌 시인이 오롯이 새기고 갈 경전이 “건조함과 무표정 사이에서도 달아오르는 일”(「경전이 익다」)이라는 것! 결국 정이경 시인이 이 시집을 내놓으며 하고 싶은 말은 “구름 같은 빵 한 조각을 배낭에 넣고 당신도 오면 참 좋겠습니다”(「반야용선, 아프리카」)가 아니었을까.
- 천수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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