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느 정도 힘이 생겼다고 생각하는지 중국은 점차 빛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 지식인들 사이에서 중국이 머지않아 패권국가가될 것이라는 주장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러한 중국정부의 희망찬 계획과 함께 중국인들의 꿈은 부풀어 있다. 2011년에 행해진 아시아바로미터서베이(Asian Barometer survey) 조사에 의하면 중국인 중 97%는 중국이 주변지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2017년에 시행된 BBC의 조사에 의하면 중국인 중 88%는 중국이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2015년 시행된 퓨연구소(Pew Research Center) 조사에 의하면 중국인 중 67%는 중국이 결국 미국을 누르고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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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8일, 쑤저우 마라톤에서 결승점을 500여m 앞두고 중국 선수 허인리와 에티오피아 선수 아얀뚜 데미세와 치열한 선두다툼을 하고 있었다. 젖먹던 힘까지 다내어야 하는 극한의 시점이다. 이때 한 여성이 이 질주에 끼어들었다. 중국의 자원봉사자였다. 자원봉사자는 중국의 허 선수에게 오성홍기를 건네주려 하였다. 오성홍기는 접혀서 커다란 천뭉치로 되어 있었다. 전력을 다해 뛰고 있던 허 선수는 국기를 받지 않고 계속 달렸다. 자원봉사자도 계속 달렸지만 마라톤 선수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러자 얼마 안 가 다시 다른 자원봉사자가 코스 앞쪽에서 뛰어나와 허 선수에 같은 국기를 안겼다. 큰 국기 뭉치를 받은 허 선수는 이것을 들고 뛰다가 너무 거추장스럽고 힘들어 길에 던져버리고 뛰었다. 결국 달리는 흐름을 놓친 허인리 선수는 1위를 놓치고 말았다.이 중계를 본 중국인들은 격앙하였다. 국기를 존중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국기를 길바닥에 던질 수 있느냐”, “성적이 국기보다 중요하냐”는 등의 질타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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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홍콩에는 홍콩의 독립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홍콩민족당, 홍콩독립당 등과 같이 홍콩의 독립을 정강으로 내세우는 정당도 있다. 이렇게 자치 혹은 독립을 요구하는 것을 내셔널리즘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를 민족주의라고 할 수 있는가? 홍콩사람들은 민족적으로 한족(漢族)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서 중국과 홍콩은 같은 민족이다. 민족주의라고 한다면 이것은 홍콩이 같은 민족인 중국과 빨리 통합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실제상황과 정반대인 말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내셔널리즘은 민족주의가 아니며, 네이션 또한 민족의 의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문제를 다음 장에서 보다 자세히 검토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 「제1장 중국 내셔널리즘의 현실」 중에서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자신들 문명은 단순하게 다른 나라보다 앞서있는 선진문화 정도가 아니었다. 천지와 우주의 이법에 대하여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전설적인 성인들이 체득하여 창조한 유일하고도 최고의 문명이었다.160 이러한 인식 속에 중화사상은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에 형성되기 시작하여 한(漢)대에 이르러 체계화된다.161 한대에 유가(儒家)사상이 국가의 통치철학이자 사회사상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이후 중국이라는 곳은 단순히 하나의 국가로서가 아니라 예교질서(禮敎秩序)가 구현된 특별한 공간을 의미하게 되었다. 유교의 삼강오륜(三綱五倫)과 예교가 사회질서의 기본이 됨에 따라 사람이라면 예교를 알아야 하고, 예교를 모르면 금수와 같다고 생각하였다. 여기서 중국사람들은 예교를 알지만 이민족들은 예교를 모르기 때문에 이민족들은 중국사람과 동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들을 사람으로 대우해서도 안되었다. 도덕적 규범을 중시하는 유학사상과 자국민중심주의가 결합하여 세계는 자연히 사람이 사는 중국과 금수가 사는 중국 바깥의 세계로 구분되어진 것이다.
--- 「제4장 중화사상」 중에서
그런데 동양의 경우는 갑과 을이 다투게 되었을 때 제3자인 권력자에게 가져간다. 황제나 임금으로부터 재판권을 받은 포청천이나 변사또와 같은 사람의 판단에 의하여 해결되는데, 백성에게는 “너 죄를 네가 알렸다”하고, 황제에 대하여 “만세, 만세, 만만세”를 외치면서 시비를 가리는 것이다. 지금도 이같은 문화권에서는 공무원이나 경찰과의 친분을 이용하는 것과 같은 국가 권력에 의존하여 해결하려 한다. 그래서 국가 최고권력기관 청원게시판에는 재판이 확정된 소송건도 이의 변경을 요청하는 내용이 올라오고, 헌법에 의하여 존속하는 정당을 해산시켜달라는 청원이 오르며, 형제 간의 재산상속다툼도 청원에 올라오고, 심지어 외국과의 경기에서 선수가 공을 잘 차지 못했다 해서 그 선수를 외국으로 추방해 달라고 청원하거나, 자신을 떠나려는 남자친구를 붙들어 달라는 청원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중국은 피해를 입거나 국가의 조치에 반대하여 시위를 할 때에도 피해자들이 관공서 앞으로 몰려가 무릎을 꿇고 앉아서 혹은 눈물로 호소하고 탄원하면서 시위를 한다. 권력자에게 대하여 “통촉하여 주시옵소서.”하는 오랜 전통의 의식이 지워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 「제7장 중국 국인주의와 국인주의 이론」 중에서
이러한 역사공정은 중국의 내부문제로만 끝나지 않고 중국 바깥의 이웃국가들에게도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금 중국의 학교에서는 고구려는 고대 중국의 지방정권이라 하여 고구려의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가르치고 있다.288 중국의 역사대로라면 한국사람들은 자신들의 고대 국가를 잃고 자신들의 선조를 잃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인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수나라 대군을 물리친 살수대첩도 중국의 내전에 불과하고, 한국인이 존경하는 을지문덕 장군도 중국의 장수가 된다. 그리고 2011년 5월, 중국 국무원은 아리랑, 가야금 예술, 씨름, 판소리, 조선족 회혼례 등을 국가 무형유산으로 발표하였다.289또 중국은 최근 한국의 전통의상 한복(韓服)을 중국의 사극 드라마나 게임에 등장시켜 중국의 전통의상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2020년 11월에는 중국생산 김치를 국제표준화기구(ISO)에 국제표준으로 등재하는 등 한국의 문화를 자신의 것으로 주장하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는 문화적인 침략행위로서 국가적인 자존심을 생각해서라도 국제사회에서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도 중국이 유난히 한국에 대해서 이렇게 하는 것에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보통 자국의 문화를 타국에 강요하는 형태를 취하지만 중국은 만주의 치파오를 자신들이 입음으로써 만주를 자국화시키는 데서 보듯이 자신들이 그 나라의 문화를 사용함으로써 그 나라를 자국으로 만들려 한다는 사실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왜 이러는가를 생각하면 자연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한 말이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 「제8장 중국 내셔널리즘의 주요 문제」 중에서
2017년 중국에서 방영된「전랑2」는 중국 박스 오피스 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다. 중국을 건드리면 이세상 끝까지라도 따라가서 복수하는 전사들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였다. 오늘날 “전랑외교”라 하여 중국의 강하고 보복적인 외교정책을 지칭하기도 한다. 전랑(戰狼)은 늑대전사라는 것이다. 원래 늑대는 북쪽 유목민들이 함께하는 동물이었고, 농경사회의 중화에서는 그들이 멸시하는 오랑캐들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오늘날에 와서는 이렇게 오랑캐의 것을 중국의 상징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또「늑대토템(狼圖騰)」은 2004년 중국 베스트셀러이다. 이 책은 몽고초원의 늑대의 생태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저자 챵룽은 농경민족인 한민족은 약하고 그래서 강해지기 위해서는 유목민족의 야성을 수혈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북경은 몽고족 원이 건설한 수도이고 만주족 청의 수도였다. 오랑캐가 지배한 국가인 청나라가 끝나고 중화민국이 수립된 이후에 북쪽에 치우쳐 있는 수도를 남쪽으로 옮겨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고, 그래서 한때 수도를 남경으로 옮기기도 하였다. 하지만 수도를 다시 북경으로 옮겼고 오늘날 한쪽에 치우쳐 있고 공기 나쁜 이 도시를 수도로 고수하고 있는 것은 야성 넘치는 강한 국가로의 목표와 무관하지 않다.
--- 「제10장 결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