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 중 규범통제형 헌법소원심판,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심판, 권한쟁의심판, 정당해산심판, 탄핵심판의 적법요건을 살펴본다. 법원의 제청에 의한 위헌법률심판은 그 법적 성격이 ‘구체적 규범통제’로서 적법요건으로는 대상적격과 재판의 전제성이 주로 문제되는데, 이는 규범통제형 헌법소원의 경우와 동일하다. 따라서 위헌법률심판의 적법요건은 따로 기술하지 아니하고 규범통제형 헌법소원 부분에서 필요한 부분을 언급하기로 한다.
제1절 규범통제형 헌법소원심판
헌법재판소법(이하 “헌재법이라 한다)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의 적법요건으로는 ① 대상적격(법률), ② 청구인적격(법원에 위헌제청신청을 하였다가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받은 자가 청구할 것), ③ 재판의 전제성, ④ 청구기간, ⑤ 변호사강제주의, ⑥ 일사부재리 등이 요구된다.
1. 대상적격
위헌법률심판 및 규범통제형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은 “법률”인바, 여기에서 말하는 법률은 형식적 의미의 법률 및 그와 동일한 효력을 가진 명령이다. 그 밖에 조약, 유신헌법하의 긴급조치나 관습법도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것이므로 위 규범통제 심판의 대상이 된다.
2. 위헌제청신청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받은 자가 청구할 것
헌재법 제68조 제2항은 “법률의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이 ‘기각’된 때에는”그 신청을 한 당사자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 판례에 의하면, 당사자가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고 또한 법원이 기각 또는 각하결정의 대상으로도 삼지 않았음이 명백한 법률조항이라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① 위헌제청신청을 기각 또는 각하한 법원이 위 조항을 실질적으로 판단하였거나, ② 위 조항이 명시적으로 위헌제청신청을 한 조항과 필연적 연관관계를 맺고 있어서 법원이 위 조항을 묵시적으로나마 위헌제청신청으로 판단을 하였을 경우에는 헌재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으로서 이 요건을 충족한다.
3. 재판의 전제성
가. 의의
재판의 전제성이라 함은, 위헌법률심판제청이나 규범통제형 헌법소원심판청구에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법원(군사법원 포함)이 담당하는 당해사건의 재판에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재판의 전제성 요건은 위헌법률심판절차 또는 규범통제형 헌법소원심판절차의 “구체적” 규범통제절차로서의 본질을 드러내 주는 요건으로, 이들 절차를 “추상적” 규범통제절차와 구분해 주는 의미를 갖는다.
나. 요건
재판의 ‘전제성’이라 함은 원칙적으로, 첫째, 구체적인 사건이 법원에 적법하게 계속 중이어야 하고, 둘째, 위헌여부가 문제되는 법률이 당해사건의 재판에 적용되는 것이어야 하며, 셋째, 그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당해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위 각 요건들을 개별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구체적인 사건이 법원에 적법하게 계속 중일 것
“구체적인 사건이 법원에 적법하게 계속 중이어야” 한다는 것은, 헌재법 제41조 소정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사건의 경우에는 위헌제청결정 당시는 물론이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시까지 구체적 사건이 법원에 적법하게 계속 중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에 비하여 헌재법 제68조 제2항 소정의 규범통제형 헌법소원사건의 경우에는 “위헌제청신청시” 구체적 사건이 법원에 적법하게 계속 중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2) 위헌여부가 문제되는 법률이 당해사건의 재판에 적용될 것
어떤 법률규정이 위헌의 의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해사건에 적용될 것이 아니라면, 재판의 전제성 요건은 충족되지 않는다. 한편, 심판의 대상이 되는 법률은 법원의 당해사건에 직접 적용되는 법률인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당해재판에 적용되는 법률이라면 반드시 직접 적용되는 법률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즉, 제청 또는 청구된 법률조항이 법원의 당해사건의 재판에 직접 적용되지는 않더라도 그 위헌여부에 따라 ① 당해사건의 재판에 직접 적용되는 법률조항의 위헌여부가 결정되거나, ② 당해재판의 결과가 좌우되는 경우 등과 같이 양 규범 사이에 내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는 간접 적용되는 법률규정에 대하여도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할 수 있다.
(3) 그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당해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일 것
이 요건은 다시 다음의 2가지 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법원이 심리중인 당해사건의 재판의 결론이나 주문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경우이다. 둘째, 재판의 이유를 달리함으로써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에도 이 요건은 충족된다.
4. 청구기간
헌재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은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을 기각(또는 각하)하는 결정을 통지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청구하여야 한다. 또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려는 자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할 자력이 없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에 국선대리인을 선임하여 줄 것을 신청할 수 있는바, 이 경우 헌재법 제69조에 따른 청구기간은 국선대리인의 선임신청이 있는 날을 기준으로 정하며, 헌법재판소가 국선대리인을 선정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한 때에는 신청인이 선임신청을 한 날부터 그 통지를 받은 날까지의 기간은 헌재법 제69조의 청구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기간의 말일이 토요일 또는 공휴일에 해당한 때에는 기간은 그 익일로 만료한다.
5. 변호사강제주의
헌법소원심판절차에서는 변호사강제주의가 적용되는바, 청구인은 대리인을 선임하거나 헌법재판소에 국선대리인선임신청을 하여 선정된 국선대리인이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6. 일사부재리
헌법재판소는 이미 심판을 거친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는 다시 심판할 수 없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소에서 이미 합헌결정을 선고받은 같은 당사자(청구인)가 같은 법률조항에 대하여 재차 같은 유형의(규범통제형)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경우라도 당해사건이 다르다면 일사부재리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제2절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심판
헌재법 제68조 제1항 헌법소원의 적법요건으로는 ① 기본권주체성, ② 대상적격(헌법소원대상성), ③ 자기관련성, ④ 현재성, ⑤ 직접성, ⑥ 보충성, ⑦ 청구기간, ⑧ 권리보호이익, ⑨ 변호사강제주의, ⑩ 일사부재리 등이 요구된다.
1. 기본권주체성
가. 외국인
헌법에는 외국인이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 명시적인 규정이 없고, 다만 제6조 제2항에서 “외국인은 국제법과 조약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지위가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인바, 외국인의 기본권주체성에 대하여 학설은 부정설과 긍정설로 나뉘고 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국민’ 또는 ‘국민과 유사한 지위에 있는 외국인’은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원칙적으로 외국인의 기본권주체성을 인정하였으나, 외국인에게 모든 기본권이 무한정 인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권리’의 범위 내에서만 인정되는 것(권리성질설)이라고 판시하였다.
그동안 헌법재판소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에 대하여, 근로의 권리 중 “일할 환경에 관한 권리”에 대하여, 그리고 신체의 자유, 주거의 자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재판청구권에 대하여 외국인의 기본권주체성을 인정하였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국민과 유사한 지위에 있는 외국인’은 ‘국민’과 같은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으나, 그렇지 아니한 외국인은 권리성질설에 따라 ‘인간의 권리’ 범위 내에서만 기본권주체성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나. 단체
(1) 법인격이 있는 사법상의 사단이나 재단
법인격이 있는 사법상의 사단이나 재단이 ‘성질상 기본권주체가 될 수 있는 범위에서’ 청구인능력을 가진다는 점은 명백하다. 헌법재판소는 “우리 헌법은 법인의 기본권향유능력을 인정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본래 자연인에게 적용되는 기본권규정이라도 언론?출판의 자유, 재산권의 보장 등과 같이 성질상 법인이 누릴 수 있는 기본권은 당연히 법인에게도 적용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따라서 법인도 사단법인?재단법인 또는 영리법인?비영리법인을 가리지 아니하고 위 한계 내에서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2) 권리능력 없는 단체
권리능력 없는 단체라 하더라도 그 구성원과 독립하여 집단적으로 기본권을 행사하는 경우라면 청구인능력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법인 아닌 사단?재단이라고 하더라도 ① 대표자의 정함이 있고, ② 독립된 사회적 조직체로서 활동하는 때에는 성질상 법인이 누릴 수 있는 기본권을 침해당하게 되면 그의 이름으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2. 대상적격
헌재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는데, 헌재법 제68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헌법소원은 그 대상적격(심판대상)을 중심으로 법령소원, 처분소원, 재판소원으로 나눌 수 있다.
3. 자기관련성
헌법소원심판절차에서 자기관련성이 입증되려면 청구인이 그 공권력작용의 수범자, 즉 상대방이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제3자의 자기관련성에 관하여, “제3자(청구인)의 자기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무엇보다도 ① 입법의 목적 및 실질적인 규율대상, ② 법규정에서의 제한이나 금지가 제3자에게 미치는 효과나 진지성의 정도, 그리고 ③ 규범의 직접적인 수규자에 의한 헌법소원 제기의 기대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4. 현재성
헌법소원의 청구인은 공권력작용과 현재 관련이 있어야 하며, 장래 어느 때인가 관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만으로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기에 족하지 않다. 즉, 청구인이 현재 기본권을 침해당한 경우이어야 한다. 그러나 기본권침해가 장래에 발생하더라도 그 침해가 틀림없을 것으로 현재 확실히 예측된다면 기본권구제의 실효성을 위하여 침해의 현재성을 인정한다.
5. 직접성
헌법소원의 청구인은 공권력작용으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기본권이 침해되어야 하는바, 이 직접성의 요건은 법령소원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여기서 말하는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이란 “집행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령 자체에 의하여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 생긴 경우”를 뜻한다.
한편, 종래 헌법재판소는 집행행위가 예정되어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① “법령이 일의적이고 명백한 것이어서 집행기관이 심사와 재량의 여지없이 그 법령에 따라 일정한 집행행위(기속행위)를 하여야 하는 때,” 또는 “법규범의 내용이 집행행위 이전에 이미 국민의 권리관계를 직접 변동시키거나 국민의 법적 지위를 결정적으로 정하는 것이어서 국민의 권리관계가 집행행위의 유무나 내용에 의하여 좌우될 수 없을 정도로 확정된 상태”라면 그 법규범의 권리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되고, 또한 ② “법령의 적용에 따른 구체적인 집행행위가 존재하는 경우라도 그 집행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구제절차가 없거나”, “구제절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권리구제의 기대가능성이 없고 다만 기본권침해를 당한 청구인에게 불필요한 우회절차를 강요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 경우”에도 당해 법률을 직접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하였는데, 위 ①과 관련하여 2013.7.25. 선고한 2012헌마934 결정에서 “법령의 규정에 따라 구체적인 집행행위가 필요적으로 예정되어 있는 경우에도 그 집행행위를 대상으로 행정소송 등 구제절차를 먼저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헌법소원심판을 허용한다면, 설령 그 근거 법령에 대하여 위헌결정이 있더라도 이미 집행행위가 확정되어 당연히 무효로 되거나 취소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사람은 오히려 권리구제를 받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법령에서 특정한 집행행위를 필요적으로 하도록 일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법령 자체가 당연히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고, 이에 따라 지정재판부에서 이러한 경우에 직접성 요건 미비로 각하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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