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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13

저수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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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코스타 상 수상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384g | 128*188*30mm
ISBN13 9791191248036
ISBN10 1191248038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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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여자아이의 이름은 리베카, 베키, 혹은 벡스였다. 사라질 당시에는 열세 살이었다. 후드가 달린 흰색 상의와 진청색 방한 조끼, 검은색 진, 캔버스화 차림이었다.
--- p.42

낮은 길고 고요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언덕길을 걷는 것만으로 죄책감이 느껴질 때가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그 죄책감을 떨쳐내려고 다른 이들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 헌터 저택 주변을 피해 다니면 도움이 되었다. 기분이 그랬다. 여자아이의 어머니가 아직 그 집에 있었다. (중략) 종종 나타나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이른 아침에 그 언덕길을 올랐지만 이내 사람들 눈에 띄어 내려와야 했다. 그들의 바지에 풀과 나뭇조각이 묻어 있었다. 늘 남자였다. 그런 사람들은.
--- p.59

해 뜨는 시간이 다시 늦어졌고, 마구간을 개조한 주택 2층에서 수 쿠퍼는 종종 해 뜨기 전에 쌍둥이와 함께 잠에서 깼다. 우는 아이들을 놀이판에 내려놓고 주전자로 수돗물을 받으며, 그녀는 손바닥으로 입을 가린 채 비명을 지르고 싶은 것을 참았다. 자신이 지금보다 강해져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떤 아침에는 완전히 혼자인 것처럼 느껴졌다. 부모님은 너무 멀리 계셨다. 친구들도 너무 멀리 있었다. 마을에는 아무도,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밤에는 오소리들이 너도밤나무 숲에서 서로 싸웠다.
--- p.65

후드 달린 흰색 상의가 황무지 고지대 계곡에서 발견되었다. 이탄 같은 갈색 기름에 잔뜩 절어 있고 솔기 부분이 해져 있었다. 실종된 여자아이의 어머니가 상표와 디자인을 확인했다.
--- p.114

어느 날 아침 집을 몇 시간 비운 적이 있는데, 돌아와보니 지저분한 기저귀가 널브러져 있고, 음식은 다 엎질러져 있고, 유아차 바퀴가 망가져 있었다고 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누군가 원피스를 뒤집어 입었다고 알려주는데 그만 눈물이 터지더라고요, 그녀는 웃음을 터뜨리고는 버터 바른 토스트를 카운터 너머로 넘겨주었다. 수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힘드셨겠네요, 혼자서 그걸 다 감당하셨으면.

아, 아니에요, 자기, 그때는 혼자가 아니었어요, 수재나가 말했다. 혼자되고 나서는 더 쉬웠죠. 아이들은 이제 벽에 자동차를 충돌시키며 놀고 있었다. 늘 어렵죠, 수재나가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쌍둥이라면 특히 더 어렵겠죠. 사람들도 다 이해할 거예요, 알죠? 자기한테 뭐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자기가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거 다들 알고 있어요. 알았죠? 그녀는 카운터 너머로 손을 뻗어 수의 팔을 가볍게 쥐었고, 수는 다시 한번 몸을 살짝 움직였다. 그녀는 울지 않았고 입을 꽉 다물고 있었고, 뻣뻣하게 서 있었다.
--- p.120

실종 전해 여름에 모두가 그 아이를 만났다고, 그는 말했다. 가족이 함께 2주 정도 일정으로 왔고, 베키는 그들과 어울려 놀기 시작했다.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고, 그냥 애들 놀이였다. 비밀 장소를 만들고, 강에서 수영하고, 동굴에 들어가보는 그런 일들. 베키는 늘 조금 더 놀고 싶어 했고,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들보다 나이가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훨씬 성숙해 보였다. 진짜 예뻤다고, 소피가 파이프에 다시 불을 붙이며 말했다. 걔 예쁘지 않았어, 제임스? 제임스는 백미러로 소피를 슬쩍 쳐다봤다. 소피는 눈을 감은 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제임스는 로한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걔를 좋아했어, 그가 말했다. 당시에는 아무도 인정하지 않았지만 말이야. 뭔가 재미있는 면이 있었거든, 그가 말을 이었다. 우리를 데리고 가서 채석장 담장을 함께 넘었고, 줄 그네에서 제일 먼저 뛰어내린 것도 걔였어. 완전 제대로였지.
--- p.137~138

그녀가 처음 넬슨 산책을 부탁받았을 때는 윌슨 씨가 본인의 힘든 상황을 과장하는 거라고, 캐시를 좀 더 자주 집 밖에 나오게 하고, 억지로라도 규칙적인 일정을 가지게 하려고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다. 남편 패트릭이 죽은 다음의 일이었다. 윌슨 씨의 배려와, 그 배려를 티 내지 않으려는 마음에 어느 정도 감동한 게 사실이었다. 개 산책시키기 정도로는 버림받은 것 같은 그녀의 감정에 조금의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당연했다. 하지만 그 일이 그녀를 집 밖으로 나오게 했다.
--- p.145~146

아버지는 린지가 떠나면 빨래는 누가 하냐며 대학 이야기 자체를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남자 형제들은 에든버러에서는 영어를 거의 쓰지도 않는데, 뭐 하러 영문학을 배우겠다고 거기까지 가냐고 물었다. (중략) 책만 읽으러 북쪽으로 가는 거라면 아버지가 돈을 안 대줄 거야. 그건 린지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떠나고 나면 어머니가 자신이 하던 집안일까지 모두 떠맡게 될 거라는 점도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과 그 문제를 상의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 p.148

기도를 많이 했지만, 아이가 정상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정상’ 같은 말을 쓰지 않으려고 애썼다. 테드는 함께하지 않았다. 그는 앤드루의 행동에 고집이나 나쁜 뜻이 담겨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는 아이의 응석을 견디지 못했다. 아이 때문에 여기저기 돈을 쓰고 다니는 것을 못마땅해했고, 공을 차거나 토끼 사냥에 함께 나갈 수 있는 아들이 아니어서 못마땅해했다. 남편이 이런 사실 때문에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 것도 같았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런 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남자가 아니었다. 보통은 술을 마시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문을 거칠게 닫는 식이었다. 아니면 그냥 쉬는 쪽이었다.
--- p.152

문제는 소피가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말하고 나면 모두 실종된 여자아이 이야기를 꺼낸다는 점이었다. 나는 그 이야긴 하기 싫은데 말이야, 엄마. 사람들은 어떻게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을까? 제스는 사건 당시에는 꽤 큰 뉴스였다고 알려주었다. 사람들은 그런 사건은 기억하거든, 그녀가 말했다. 나중에 로한과 린지, 제임스도 똑같은 일을 겪고 있다고 페이스북으로 전했다. 로한은 ‘실종 소녀의 저주’라고 했고, 린지는 그런 식으로 싸구려 티 내지 말라고 했다.
--- p.175

전남편을 본 사람들은, 그가 그런 폭력을 저지를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몸집이 아니었고, 그런 유형의 남자로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사람들이, 심지어 그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난 후에도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런 말들 때문에 그녀는 한동안 그 모든 게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중략) 그는 늘 통제력을 잃어버리는 거라고 이야기했지만, 그 와중에도 그녀의 얼굴에 상처를 남기지 않으려고 주의했다. 팔이 두 번 부러졌고, 어깨가 탈골된 적도 한 번 있었다. 병원에서는 그런 부상에 대해 거짓말을 해야 했다.

그는 자신이 없으면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사람들이 그녀를 야단스럽고, 시끄럽고,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가 살을 빼고, 체력을 기르고, 옷을 가려 입고, 큰 소리로 웃지 말고, 사람들 앞에서 음식을 먹지 말고, 다른 친구들을 사귀고, 더 좋은 엄마가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로한이 왜 떠나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그런 일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그때 로한은 열두 살이었다. 어떤 상황인지 아이가 그녀보다 먼저 파악한 것 같았다.
--- p.211~212

그는 영화의 볼륨을 줄이고 세 사람의 숨소리에 귀 기울였다. 아이들이 갓난아기일 때 그 소리에 귀 기울였던 기억이 있었다. 그사이 아이들은 훨씬 큰 존재가 되었다. 그는 아이들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여전히 폐는 작지만 아이들의 몸은 빠르게 자라고 있었다. 그는 아이들을 쳐다봤다. 깔끔한 몸의 비율. 그 피부. 얼굴에 내려앉은 절대적인 고요함. 바깥의 나무들이 움직이면서 실내의 빛도 계속 달라졌다. 영화 속 인물들은 서로에게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소리 없이. 그리고 수는, 그를 향해 몸을 살짝 돌린 채, 그 작은 몸을 호흡에 맞춰 천천히 규칙적으로 움직였다. 그는 자신이 그 세 사람을 받치고 있는 것 같은, 그 거실과 집을 받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대단히 능력 있는 사람인 것 같은 느낌과, 이런 상황을 전혀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 동시에 들었다.
--- p.263~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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