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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건달 신부 1

우리들의 건달 신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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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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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1999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71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2705082
ISBN10 8952705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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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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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었다. 살풋 잠이 들었다가 인기척을 느낀 박 신부가 눈을 떴다.
「누구요?」
박 신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복면을 한 사내 두 명이 식칼을 겨누었다.
「소리치면 죽인다!」
목청이 낮았다. 아무리 목청을 낮추어도 이십대의 건장한 청년이라는 걸 속일 수는 없지 싶었다.
「필요한 만큼 줄테니 칼은 치워요.」

반듯하게 앉은 박 신부가 이렇게 대꾸했다. 커튼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보안등의 아련한 불빛에도 두 사내가 디민 식칼은 서슬 퍼렇게 빛나고 있었다.
「까불면 죽인다. 있는 거 내놔!」
박 신부의 얼굴 가까이 칼을 댄 복면한 사내의 손목엔 힘이 잔뜩 들어 있었다.
「이 사람들아, 나도 목숨 아까운 거 안다구. 다 주면 될 것 아냐!」
야심한 밤에 식칼 들고 온 강도에게 대꾸하는 말투로는 아무래도 좀 심하지 싶었다.
「이걸 카악!」

복면의 사내가 금방이라도 박 신부를 찌를 듯이 언성을 높였다.
「이봐, 신부는 죽는 것쯤 두려워하지 않는다구. 그러니 서로 존중할 건 존중하고 필요한 거 있으면 가져가고 그러자구. 날 죽이면 돈은 가져갈 수 없잖아. 금고를 열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니까. 얼마나 필요해서 이러는지 말해보라구.」
「이 자식, 죽여버려!」
한 녀석이 이렇게 거들었다.
「이봐, 사람 죽이러 온 거 아니잖아? 돈 털러 왔으면 돈 챙길 궁리를 해야지 않그래?」
「저 주둥아리를 카악!」
복면의 사내가 박 신부의 입술 가까이 칼을 댔다. 아랑곳하지 않고 박 신부가 두 손을 내밀었다.
「어서 묶으라구. 우선 묶어놓고 시키는 대로 하라고 윽박질러야지.」

복면의 사내 두 명은 잠시 서로 마주 보더니 얼른 박 신부의 두 손을 묶었다. 웬만한 장정의 두 곱은 실해 보이는 팔목이었다. 한번 용틀임하듯 힘을 쓰면 그까짓 빨래줄쯤은 우드득 끊어버릴것 같은 힘이 느껴졌다.
칼로 찔러도 어지간 해선 죽을 사람 같지도 않아 보였다.
「이만하면 이젠 당신들 맘대로 해도 내가 덤벼들진 못할 거잖아. 팔목은 묶였고 당신들 손엔 칼이 있고.」
「당신, 정말로 신부야?」
이 참엔 강도가 이렇게 물었다. 강도 생각에도 이런 손님을 만나기는 처음이었을 것이다. 신부라면 최소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고, 이런 몸집과 뱃심이라면 여염집 손님처럼 막 다루어선 소득이 별로 없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정규 신학대학 나와서 신부가 된 거요. 이 세숫대야 가지고 신부 안 되었으면 무슨 낯 들고 장가를 갔겠소. 그리고 자식들이 무슨 원망을 했겠냐 이 말요.」
명색이 강도질을 하러 왔는데 웃을 수도 없고.......
--- 본문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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