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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 발행일 | 1999년 12월 31일 |
|---|---|
| 쪽수, 무게, 크기 | 269쪽 | 크기확인중 |
| ISBN13 | 9788952705099 |
| ISBN10 | 8952705092 |
우리들의 건달 신부 2
김홍신 저
|
시공사
|
1999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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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양 손에 무겁게 들고 들어온 거무튀튀한 가죽가방을 힘없이 내려놓더니 히죽히죽 웃었다. 그리고는 두 손바닥을 탈탈 털더니 박 신부에게 거수경례를 척 올려붙였다.
「삘승! 쉰코함니따아! 쏘생은 불란서 코쟁이로 한쿡에서 제일 개판 같은 성당에 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입니다. 이상 무!」
아이고, 어느 작자가 가르쳐 보냈는지 모르지만 보좌 없는 기궁한 팔자가 백 번 나을 뻔했지 싶었다.
사내는 멀거니 서 있는 박 신부를 흘깃 쳐다보더니 이내 주머니를 뒤적거려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리고는 어깨를 펴고 종이에 적힌 걸 읽기 시작했다. 옆의 수녀와 사무장과 신자들만 없어도 좋으련만.
「나는 노베드로 신부입니다. 노빼빼로 불러주는 게 만수무강에 좋을 거다. 나는 한국말 서툴지만 욕하는 건 다 알아먹는다. 그러니까 욕하고 까불면 누구든지 패기로 결심했다. 까불지 마라. 나는 불란서에서 유명한 건달이었다. 세계적인 중국계 깡패들도 나만 보면 백리 밖에서도 도망간다. 나는 개판 같은 이 성당을 쑥대밭 만들기 위해 왔다. 거창하게 환영 행사를 하지 않으면 헌법 제11조에 따라 주임신부와 신자들을 박살낼 수도 있다. 경고한다. 살고 싶으면 한판 붙자. 싫으면 관둬라. 이는 주의 이름으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썩 꺼져라. 짜아식들, 겁먹지 말고 웃어. '흐흐흐흐흐' 이상이다. 해산하라. 곧 중대 발표가 있을 거다. 요한 바오로 황제께서 나를 후계자로 선택했다. 모두 복종하도록 해라. 스테파도 추기경도 무릎을 꿇었다. 이제 내 세상이다. 자, 웃어라, 웃으란 말이야!」
더듬거리며 읽어 내려가는 노빼빼 신부의 표정은 진지하기만 했다. 웃으라고 언성은 높이지만 이 지경에 웃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새로 부임하는 보좌신부가 온다고 해서 조촐하나마 음식상을 마련해 놓고 기다리던 사람들 표정이 씁쓸해 보였다. 박 신부 눈치보는 표정이 역력하기도 했다.
아마 한국 천주교 역사상 보좌신부로 부임하면서 이렇게 거창한 말솜씨를 뽐낸 신부는 노빼빼 신부가 최초이지 싶었다.
「한국말 못해요?」
박 신부가 어찌하든 둘러선 사람들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말문을 열었다.
「못해.」
반말이었다.
「이 종이 누가 줬어요?」
「서말뚝 신부.」
박 신부는 폭소를 터트리며 손을 내저었다. 서말뚝 신부라면 충분히 노빼빼 신부를 그런 식으로 가르쳐 보내고도 남을 양반이었다.
「삘승! 쉰코함니따아! 쏘생은 불란서 코쟁이로 한쿡에서 제일 개판 같은 성당에 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입니다. 이상 무!」
아이고, 어느 작자가 가르쳐 보냈는지 모르지만 보좌 없는 기궁한 팔자가 백 번 나을 뻔했지 싶었다.
사내는 멀거니 서 있는 박 신부를 흘깃 쳐다보더니 이내 주머니를 뒤적거려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리고는 어깨를 펴고 종이에 적힌 걸 읽기 시작했다. 옆의 수녀와 사무장과 신자들만 없어도 좋으련만.
「나는 노베드로 신부입니다. 노빼빼로 불러주는 게 만수무강에 좋을 거다. 나는 한국말 서툴지만 욕하는 건 다 알아먹는다. 그러니까 욕하고 까불면 누구든지 패기로 결심했다. 까불지 마라. 나는 불란서에서 유명한 건달이었다. 세계적인 중국계 깡패들도 나만 보면 백리 밖에서도 도망간다. 나는 개판 같은 이 성당을 쑥대밭 만들기 위해 왔다. 거창하게 환영 행사를 하지 않으면 헌법 제11조에 따라 주임신부와 신자들을 박살낼 수도 있다. 경고한다. 살고 싶으면 한판 붙자. 싫으면 관둬라. 이는 주의 이름으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썩 꺼져라. 짜아식들, 겁먹지 말고 웃어. '흐흐흐흐흐' 이상이다. 해산하라. 곧 중대 발표가 있을 거다. 요한 바오로 황제께서 나를 후계자로 선택했다. 모두 복종하도록 해라. 스테파도 추기경도 무릎을 꿇었다. 이제 내 세상이다. 자, 웃어라, 웃으란 말이야!」
더듬거리며 읽어 내려가는 노빼빼 신부의 표정은 진지하기만 했다. 웃으라고 언성은 높이지만 이 지경에 웃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새로 부임하는 보좌신부가 온다고 해서 조촐하나마 음식상을 마련해 놓고 기다리던 사람들 표정이 씁쓸해 보였다. 박 신부 눈치보는 표정이 역력하기도 했다.
아마 한국 천주교 역사상 보좌신부로 부임하면서 이렇게 거창한 말솜씨를 뽐낸 신부는 노빼빼 신부가 최초이지 싶었다.
「한국말 못해요?」
박 신부가 어찌하든 둘러선 사람들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말문을 열었다.
「못해.」
반말이었다.
「이 종이 누가 줬어요?」
「서말뚝 신부.」
박 신부는 폭소를 터트리며 손을 내저었다. 서말뚝 신부라면 충분히 노빼빼 신부를 그런 식으로 가르쳐 보내고도 남을 양반이었다.
--- 본문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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