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은 시대의 산물이며 시대마다 다른 모습과 기능을 가진다. 시대와 함께 탄생한 협동의 모습이 다르기 때문이다.
--- p.6
새로운 ‘작은 협동’의 움직임 역시 협동을 향한 강한 욕구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새로운 협동 운동의 시대이다.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1950년대의 노동 운동 시대,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소비자 운동, 주민 운동의 시대를 거쳐 1980년대 후반 이후 현재에 이르러서는 협동 운동의 시대라고 특징지을 수 있다.
--- p.26
‘작은 협동’은 지역 안에서 사회관계를 풍부하게 하고, 쇠퇴한 지역 커뮤니티를 재건하는 데 기여하기 시작했다. 케어 워크에서의 관계 축적 기능은 개인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이미 앞에서 다룬 바와 같이 돌봄의 대상인 개인은 건강과 자립을 요구하는 주체며, 가까이에서 지지하는 가족에 의해 보호받는다. 이를 지역의 자원봉사자나 전문가의 노동력이 지원하는 것이다. 즉, 지역에서 생활하는 개인을 주체로 중층적이고 협동적인 노동의 관계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돌봄 협동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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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오다의 대표는 지역 주민을 가능한 농업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모든 농지를 법인에게 맡기기보다 한 마지기이라도 자가 소유지를 남겨놓고, 자가 소유지에서 직접 생산해 농산물을 직매장 등에 판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속에 내포된 의미는 조합원을 농업에서 멀어지지 않게 하겠다는 뜻으로 토지 소유 비농가가 되는 것을 막는 동시에 지역 주민이 활약할 수 있는 장을 없애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지역 주민의 활동 공간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실천이 바로 노동력이나 능력에 맞춘 새로운 기능 조직, 즉 보조 작업이나 채소 생산 그룹, 쌀가루 빵 제조 판매, 여성 가공 조직과 같은 조직화이다. ‘작은 협동’ 안에서 ‘작은 협동’을 키우는 것이며, 참가의 기회를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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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에서 조합원 주도의 서로 돕기활 동은 1991년 홈 헬퍼 양성 연수로 시작되어 크게 확대되었다. 농협 임원으로부터는 농협이 복지 분야에 뛰어드는 것에 대한 비판과 걱정이 제기되었지만, 양성 강좌에 예상 이상으로 많은 응모자가 몰려 농협 복지 활동을 확대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양성 강좌는 가족 중에 요양 급여 대상자인 노부모가 있거나, 곧 다가올 돌봄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요양 보호는 나의 문제’라고 인식한 농촌 여성들의 요구와 그야말로 딱 맞아떨어졌다. 수강 목적은 자원봉사를 위해서라기보다 가족을 돌볼 때 도움이 되어서가 대부분이었다.
--- p.75~76
헬퍼 연수 2급 과정 1기생으로 “안심”의 협력 회원이었던 M 씨는 현재 이용 회원이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가벼운 마음으로 함께 홈 헬퍼 자격증을 땄던 동기들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어요. 젊은 시절부터 이 활동에 참여했던 덕에 나이가 들면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안심”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깨우치게 되었죠. 부탁하기도 쉽고요.” 이러한 협력에서 이용으로라는 순환 관계는 복지 제도의 대상이 되는 데 저항감이 강해 복지 서비스를 덜 이용하는 농촌에서 특히 효과적이다.
--- p.93~94
“헬퍼의 능력이 높아야 가사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안심”의 이케다 요코(池田陽子) 이사장은 말한다. “1시간 동안에 어떤 일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요청받은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집과 부엌의 배치나 구조, 가족의 상황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생활 능력이 필요합니다. 전문적인 기술도 필요하지만, 종합적인 생활 능력이 있어야 가사 지원을 할 수 있습니다.” 이케다 이사장의 이 발언은 생활의 한 단면만 잘라내어 지원하는 부분적 가사 지원에 그치지 않으려면 헬퍼는 전문 기술과 능력에 더해 종합적 생활 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기 요양 보험 제도가 신체돌봄을 우선하도록 짜여 있고, 게다가 돌봄 행위는 각각 독립된 업무로서 설계되어 있기에 “요양 보험 대상자들의 내적 발달과 관련된 돌봄은 외면”받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제도 밖의 이러한 실천이 장기 요양보험 제도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한다.
--- p.95
이에 반해 ‘오타가이사마’는 ‘지원받고 싶어 하는’ 사람과 ‘지원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지원자는 물론 코디네이터까지 사람과의 연계와 유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장기 요양 보험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점은 더욱 뚜렷해진다. 장기 요양 보험은 역할 분담, 자격 시험, 제도화를 조직 구성의 기본으로 삼아 정해진 서비스를 책임지고, 공평하게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다. 헬퍼 자격을 얻지 않는 이상 참여할 수 없다.
하지만 ‘오타가이사마’는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곧장 활동으로 이어지는 구조이다. 즉, 조직의 기본 구조가 지원 의뢰를 조직 단체로서 수탁해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내 이용자와 지원자가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그 상호 관계 속에서 어려움을 해결해나가는 구조이다.
--- p.113~114
‘장(場) 연구소’ 소장이자 도쿄대학 명예 교수인 기요미즈 히로시(淸水博) 씨는 ‘살아 있는 것’과 ‘살아가는 것’의 개념은 한 글자만 다르지만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인간이 ‘산다’는 것은 ‘살아가는 것’이다. ‘살아 있는’ 상태의 연속 즉, 오래도록 사는 상태가 이어지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삶이라 할 수 없다. 일본 사회는 의료, 복지 등 ‘살아가는것’에 대한 지원에 극히 냉담하다. 하지만 ‘오타가이사마’의 지원은 ‘살아가는 것’에 대한 지원이다.
--- p.115
복지클럽생협은 고령 사회를 맞아 서로 도우면서 계속 살아왔던 익숙한 지역에서 앞으로도 쭉 살아갈 수 있게 한다는 목적으로 당시의 생활클럽생협가나가와라는 곳의 구상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진 생활협동조합이다.
1989년 설립 당시의 복지는 ‘조치’의 시대였다. 국가가 제공하는 최저한의 서비스와 당시 생겨나던 실버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었는데, 국가 제도는 저소득층이 대상이었고 실버산업은 고액이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층이 한정되었다. 생활클럽생협 조합원처럼 중간층은 둘 중 어느 것도 이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제3의 길로 생각해낸 해결책은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여기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복지 분야의 ‘생활클럽운동’으로 새로운 생협 운동을 전개해나가자는 것이 당시의 생각이었다.
--- p.132~133
복지클럽생협의 복지 서비스 요금은 시장 가격의 절반에서 3분의 2 수준으로 각 기관 회의가 논의해 결정한다. 이것을 ‘커뮤니티 가격’이라부른다. 커뮤니티 가격의 의의는 조합원끼리의 서비스 순환, 즉 내가 아직 건강할 때는 도움이 필요한 조합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언젠가 나에게 도움이 필요한 때가 오면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 가격의 절반에서 3분의 2 수준으로 가격을 설정한 이유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은 서비스 요금이 높을수록 좋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는 쪽은 낮을수록 좋다는 상관관계에서 조합원은 언젠가 양쪽 모두의 입장을 경험하게 될 것이므로 이런 상황을 반영해 도출한 결론이다. 그렇지만 서비스 요금을 노동의 대가라는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최저 임금과의 균형이라는 점에서 고용 노동과 W.Co 노동 방식의 의미를 둘러싼 논쟁은 피할 수 없다. 복지클럽생협에서는 팽팽한 토론을 계속하며 서비스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 p.137
공육은 복지클럽생활이 만들어낸 조어다. ‘가르친다’라는 의미가 강한 ‘교육’이 아니라, ‘함께 배우는’ 관계로 가르치는 쪽도 배움을 얻어 상호간의 이해를 좁히는 것을 추구한다. 기능이나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인간적 공감, 가치관을 공유하는 방법이다. 선배 W.Co 구성원의 이야기를 듣거나 그룹 토의 등 지역과 업종을 뛰어넘어 경험의 나누면서 복지클럽생활의 W.Co로서의 일체감을 기른다.
--- p.153
새로운 ‘작은 협동’을 중심으로 한 협동의 지역적 축적은 주체로서의 개인의 노동과 그것을 돕는 가족, 커뮤니티 워크, 그리고 전문가의 서포트 워크라는 지역적 협동 관계의 축적인데, 중요한 것은 주체인 개인의 생활 영위로서의 노동을 출발점으로 한다는 점이다.
--- p.208
농협이나 생협이 지역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새로운 ‘작은 협동’과 적극적으로 연계하고, 나아가 새로운 협동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내는 전략(‘큰 협동조합 속에 작은 협동조합을 만든다’)을 취한다면, 농협이나 생협 내부의 협동을 활성화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협동조합의 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 p.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