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중생을 성불시키고자 온 것이 아닙니다. 중생이 이미 다 성불해 있는데도 그걸 모르고 사니까 이를 깨우쳐주기 위해서 오신 것입니다. “도솔천을 여의지 않고 왕궁에 강림했으며, 마야부인의 모태를 여의지 아니하고 중생을 제도해 마쳤노라.”는 말씀이 그런 의미입니다.
이렇게 누구는 모자라고 누구는 남고 하는 것 없이 우리는 모두 석가모니와 동등하고 평등하게 절대 평등의 자리를 갖추고 있습니다. 자기를 발견하기란 세수할 때 코를 만지기보다 쉽다 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세수를 하면서 코를 안만지는 게 더 기적이지요.---제1장 마음이 맑으면 천하가 맑아진다

설사 부처님이 와서 “네가, 참 장하다.”고 해도 그건 네 부처지 내 부처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것이 석가모니의 가르침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절대 내 안에 있는 내 부처를 찾는 것입니다. 내 밖에 있는 어떠한 다른 것은 비록 그것이 부처라 해도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니, 내 밖의 부처에 매달려 헤매지 말고 자기의 본래면목을 세워 바르게 살라는 것입니다.---제2장 원적, 자기의 근본 자리

부처님의 가르침이 팔만사천법문이라 하는 것은 한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 한없는 경전이 왜 생기느냐. 중생의 병이 한없이 많으니 그것을 치료하기 위해 부득이 횡설수설 말한 것뿐입니다.
부처님은 한마디도 말한 바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금강경金剛經》에도 보면 부처님이 만약 법을 설했다고 하면 부처를 비방하는 소리라 했습니다. “너희가 병이 나니 부득이 수수께끼를 풀어주기 위해 내가 설한 것이지 만일 너희가 망상 집착에 팔만사천 가지 헛것에 매달리지 않는다면 내가 어디 한마디도 설할 법이 있느냐.” 이 말입니다.---제3장 시간과 공간이 없는 그 하나

부처님이 안 계신 곳이 어디 있는지 생각해 보아요. 부처님이 어디 특정한 성지에만 있다면 그 부처님을 어디다 쓰겠어요. 이 세상에 부처님 안 계신 곳은 하나도 없어요. 우리 마음이 어두워 못 보고 못 찾을 뿐이지요. 아무리 성지에 가 있더라도 마음이 이리저리 떠다니면 그곳은 시장바닥이요, 시장바닥에서도 마음을 가다듬으면 그곳이 바로 청정한 도량이요 성지입니다.---제4장 참선의 원리

이 선방에 들어오려면 알음알이 지식, 자기가 경험하고 아는 세계를 다 집어던져야 합니다. 아는 것이 병입니다. 참으로 모르는 줄만 아면 지금 이 공부가 저절로 됩니다.---제5장 봉암사 동안거 소참 법문

목에 칼을 들이대도 죽기 살기로 한번 해보는 큰 용기를 내야합니다. 참선은 용기가 아니면 뚫어내지 못하는 공부입니다. 생사를 판단하는 그런 문제를 어떻게 미지근한 평상심으로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비상한 마음이 아니면 뚫어내지 못합니다.--- 제5장 봉암사 동안거 소참 법문

허수아비는 억만 년 가도 성불 못 합니다. 사람도 살아 있는 생명체, 펄펄 끓는 용기 있는 사람이 무생 도리를 증득하고 부처가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도를 구하는 것은 이 현실을 피해 어디 다른 데 가서 하는 게 아닙니다. 이 복잡한 현실 속에서 무생 도리를 느끼고 거기서 초월한 세계를 얻는 것입니다. 더위를 시원한 곳이 아닌 불구덩이에서 피하라는 것이지요. 중생의 온갖 번뇌 망상 속에서 무념 무생을 체달하라는 그런 말입니다.--- 제6장 증도가

불교는 바른 안목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마음 밖에서 다른 것을 찾으면 이것은 외도입니다. 마음은 모양이 없습니다. 둥근 것도 아니고 모가 난 것도 아니고 붉고 푸른 빛깔이 있는 것도 아니요, 부드럽고 영근 것도 아닙니다.
한없는 우주의 삼천대천세계도 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그림자입니다.---제6장 증도가

부처님 경전에 나오는 대장부란 ‘뜻이 바로 선 사람’, ‘마음을 바로 쓰는 사람’을 말합니다.
아들 자子는 남녀를 초월해서 씨앗, 종자를 말하는 거지요. 다시 말해 자손을 말하는 겁니다. 자손이나 씨앗이 남자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남녀를 초월한 거지, 부처님이 말씀하신 대장부란 마음을 가지고 말하는 거지 육체를 가지고 말한 게 아닙니다.

<B>법륜 스님의 인생의 전환기를 마련해 준 정신적 스승, 서암 스님 </B><br/><br/>“여보게, <br/>어떤 한 사람이 <br/>논두렁 밑에 조용히 앉아서 <br/>그 마음을 스스로 청정히 하면, <br/>그 사람이 바로 중이요, 그곳이 바로 절이지. <br/>그리고 그것이 불교라네.”<br/><br/> 젊은 시절, 불교계의 현실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법륜 스님은 1980년대 미국 로스엔젤리스의 작은 사찰에서 노스님 한 분을 만난다. 법륜 스님은 노스님의 이야기에 불교 운동이라는 이름에 매몰되어 있던 자신의 삶을 각성하고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 노스님이 바로 제8대 조계종 종정이며 한국 최고의 선승이신 서암 큰스님이었다.<br/><br/> 전 조계종 종정, 한국 최고의 수도선원인 봉암사 조실 등 서암 큰스님에 대해서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지만 서암 큰스님의 삶을 표현할 수 있는 한마디는 자유와 원칙이다. 일본 유학시절 중증 폐결핵 진단을 받고 귀국한 서암 큰스님은 처음 출가하셨던 김용사에서 마지막 삶을 다한다는 각오로 용맹정진 하셨다. 용맹정진 하던 스님은 ‘생명, 그것은 곧 마음이니, 내 마음 밖에 죽고 사는 문이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의 육신을 보며 깨닫는다. 이후 스님께서는 평생 하나의 원칙을 지니고 살아갔다. <br/><br/> 그 원칙은 ‘중생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을 하더라도 불법에 맞게 수행하는 자세로 하면 산속에서 정진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며, 산속에 앉아 홀로 정진하더라도 뭇 중생의 고통을 잊지 않으면 자비 실천에서 동떨어지지 않는다.’ 는 것이었다. 이러한 원칙으로 세상과 종단 그리고 여러 불자들이 원한다면 어떤 일이라도 맡아 사심 없이 직무를 수행했다. 그러다가 주어진 직무를 제대로 해나갈 환경이 되지 못할 때는 아무 미련도 없이 그 ‘자리’를 내던지고 수행자의 본분으로 돌아왔다. 해방 후 경북 종무원장 시절부터 조계종 총무원장, 원로회의 의장, 종정에 이르기까지 스님은 이 원칙에 벗어나지 않게 직책을 맡고 또 미련 없이 내려놓고 사문으로 돌아오셨다. 불교의 근본원칙 하나를 갖고 스님은 문중, 역할, 종단에 구속되지 않은 자유인 그 자체로 평생을 살다가셨다.<br/><br/><B>부처님의 말씀은 팔만사천 잔소리</B><br/><br/> 우리의 삶을 돌이켜보면 우리는 많은 것에 휩쓸려 살아가고 있다. <br/>과거보다 빠른 운송수단, 통신수단을 가졌음에도 오히려 시간에 쫓겨 살아가고 있고, 이전보다 더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돈에 쫓겨 살아가고 있다. 남들이 가진 재능, 재화, 심지어 외모까지 부러움의 대상이다. 평생을 앞만 바라보며 재화와 명예와 지위를 얻은 사람들도 삶을 돌이켜 보면 허무함만 남는다는 말을 한다. <br/> 왜 모든 사람들은 행복하게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하지만 정작 많은 것을 얻고도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br/><br/> 서암 스님은 내안에 있는 자기 부처를 찾는 것이 참 행복이라고 말씀하신다. 우리는 온갖 망상에 휩쓸려 살아가고 있다. 술에 취하면 술 귀신이 되고, 다이아몬드를 쫓으면 다이아몬드 귀신이 되듯이 바른 정신을 갖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팔만사천의 신들에 종속되어 살아가고 있다. 자기 살핌을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마음의 흔들림이 없는 것, 이것이 자기 부처를 찾는 것이고 진정한 행복의 길이라고 하셨다.<br/><br/> 기적을 바라며, 부처님만 따라가면 무슨 소원이든 다 이루어지고, 부처님을 따르지 않으면 아무리 착하게 사랑하며 살아도 복이 안 된다는 그런 넋 빠진 소리는 부처님은 한 번도 하신 적이 없습니다. 부처님은 우주에 흐르는 진리에 순응하며 살라 했지요.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 간에 우애 있는 그것이 생명의 진리이고 불법입니다.<br/> 불교는 신만 믿으면 되는 종교가 아닙니다. 스스로 주인 된 인간으로서 인생을 살아가도록 정신을 차리자는 것이 불교입니다. 부처님은 다만 그러한 진리를 깨친 선각자일 뿐, 부처님이 마음대로 복을 주고 안 주고 하는 게 아닙니다. <br/> 세상 모든 일은 자업자득입니다. 자기가 씨를 뿌리고 조금도 어긋나지 않는 그 과보로 자기가 다 거두어들입니다. 누구도 원망할 수 없고, 원망한다면 오직 자기를 원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이치를 알아 자기 행을 닦아 나아갑시다. <br/>_ 제1장 마음이 밝으면 천하가 밝아진다 중에서<br/><br/> 부처란 존재도 중생을 성불시키고자 온 존재가 아니라 이미 중생들이 다 성불해 있는 것을 자각 할 수 있도록 깨우쳐 주는 존재라고 하셨다. 우리 모두가 이미 부처의 상태인데 이를 알지 못하고 헤매는 것이고, 부처님의 팔만사천 법문도 온갖 망상에 헤매며 스스로 중생 병에 걸린 사람들을 고치기 위한 팔만사천 잔소리라 하셨다.<br/><br/>그래서 불교는 오로지 내 안에 있는 내 부처를 찾는 것이라 한다. 내 밖에 있는 어떠한 다른 것은 비록 그것이 부처라 해도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니, 내 밖의 부처에 매달려 헤매지 말고 자기의 본래면목을 세워 바르게 살라는 것이다. ‘천당에 가도 내가 가는 것이고 지옥에 가도 내가 가는 것이지 누군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다.’ 라고 하신 스님의 말씀은 어떠한 경고나 위협보다도 명확하게, 그리고 절박하게 다가온다. <br/><br/><B>가장 쉽고 가장 편안한, 군더더기 없는 가르침</B><br/><br/> 불교의 가르침이 어떤 특별한 것이 아니라 가장 평범한 사실, 진리를 말한 것처럼, 참선도 우리가 앉고 서고 하는 모든 것을 정확히 보고 정확히 사는 것이 참선법이지 따로 무슨 신기한 능력이 있는 게 아니라고 일갈하신다. 그리고 깊은 산 속이나 절에서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참선해야 한다고 말씀 하셨다. <br/> ‘부처님이라고 바늘로 찔러서 아프지 않고 더러운 것도 상관없는 게 아니다. 오히려 중생보다 더 중생의 희노애락을 심각하게 느끼되, 본래 때 끼지 않는 그 마음을 아무 구애 없이 구사하므로 중생의 고통을 해결해 줄 지혜를 갖춘 대해탈의 부처인 것이다. 그러니 현실을 떠나 부처되는 도가 따로 있을 수가 없다.’ <br/> 부처라는 존재에 대해서 막연히 가지는 우리들의 상을 서암 스님은 가장 쉬운 비유로 바로 잡아주고 계신다. <br/> ‘선禪이라는 것도 막연하고 거대한 것이라고 여기는 가운데 잘못된 가르침으로 접어들기 쉬운 지점을 서암 스님께서는 가장 쉽고 가장 편안한 가르침으로 우리를 일깨운다. 이렇게 선에 대한 쉬운 접근은 우리들을 끊임없이 생활 속의 선 수행으로 자연스럽게 이끈다. <br/> ‘자전거를 탈 때 첫 번에 타는 사람은 없고, 나자빠지고 넘어지면서 어떤 때는 팔도 다치고 무르팍도 깨지는 과정을 거쳐서 비로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안 되는 걸 포개 가지고 그 과정을 거쳐야 되는 것이지, 안 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되는 게 없다.’는 말씀도 수행의 과정에 없어서는 안될 가르침이다. <br/><br/> 서암 큰스님께서 열반하신지 10년이 지나고 있다. 강산도 변하고 시대도 변해가지만 스님의 말씀은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울림으로 살아있다. 서암 스님의 법어집 《그건 내 부처가 아니다》는 삶이 풍요로워지면서도 정신적으로 행복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청량수와 같은 시원함으로 다가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