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차례의 설문 조사로 오늘날 신앙인들이 ‘개인 피정’ 혹은 ‘일상 피정’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강렬한지 잘 알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피정 강의로 일상 생활을 하면서 자기 집에서 하는 ‘일상 피정’을 포함한 ‘개인 피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방식들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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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도 시간에 하느님이나 예수님을 온 마음으로 만나야한다는 강박 관념을 갖지 말기 바랍니다. 또한 모든 묵상 중에 어떤 성취감을 느껴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벗어나십시오. 당신이 기도나 묵상을 끝까지 해 내고, 광야의 여정을 견디어 내는 것만도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깊은 감동을 받는 기도의 시간은 또 다시 찾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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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정의 첫째가는 목적은 구체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성숙시키는 것, ‘성령을 통하여 우리 마음에 부어졌던 하느님의 사랑’(로마 5,5 참조)을 새롭게 체험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삶의 최종 목적이시며, 우리 삶의 원천이십니다.
피정은 침묵, 기도, 묵상, 훈련 등으로 우리를 언제나 우리 안에 살고 계시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신비 속으로 더욱 깊이 인도합니다. 만일 피정 중에 삼위일체 하느님을 향한 갈망이 더욱 커진다면, 우리의 삶은 신적 사랑과 생명의 맛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가장 큰 소명이 우리 자신을 하느님께 더욱 내맡기는 일임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 안에 계시는 하느님께 우리 자신이 점점 더 사로잡히고 변화되어,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새겨 주셨던 그 유일무이한 모습을 갖추는 일이 우리의 진정한 소명임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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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진심으로 ‘피정’을 원합니다. 피정에서 당신은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고, 끊임없이 기도하는 것을 연습합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가시려는 길을 익힙니다. 우리가 마음속에 들려오는 하느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고, 성령께서 우리를 부르시는 나지막한 충동에 순응하는 일은 피정의 훈련 프로그램에 속합니다. 피정의 목적은 우리의 개인적 소명을 깨닫는 데 있습니다. 우리 각자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랑을 자신의 삶으로 선포하도록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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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일상의 갈등에 좀 더 잘 대처하는 것이 피정의 목적은 아닙니다. 오히려 피정의 목적은 하느님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참된 실재이십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과 걱정거리에 몰두한 나머지 대부분 이 실재를 간과하고, 거의 망각하며 살아갑니다. 우리는 일상과 그 문제들이 참된 실재라고 여깁니다.
그러나 모든 실재의 원천은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을 깨닫는 일, 늘 하느님을 염두에 두는 일, 다른 모든 것을 부차적인 것으로 생각할 정도로 하느님만을 엄밀한 실재로 여기는 일, 하느님께 내 마음을 더욱 많이 내맡겨 그분께서 나의 모든 것을 결정하시도록 하는 일, 하느님으로부터 그리고 하느님 안에서 살아가는 일, 이것이 바로 피정의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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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정한다’는 것은 자기 내면의 집을 깨끗이 비우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나와 우리 집의 모든 공간에서 사실 수 있게 하는 일입니다. 또한 피정은 우리 내면의 어디엔가 감추어져 있는 은전을 하느님께서 몸소 찾으시도록 나를 내맡기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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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불길한 예감, 고통, 상처, 실망, 아픔 등을 언젠가는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 마음속에 감추어져 있는 것들을 이야기하기 위해 늘 노력하고 시도하지만, 이내 다시 포기하고 맙니다. 아직은 자신의 깊은 곳에 있는 진실을 드러내려는 용기가 부족한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피정의 두 번째 성경 본문으로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고치신 예수님’(마르 7,31--- p.37)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 p.39-40
나는 하느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시려는 바를 종종 귀먹은 사람처럼 듣지 못합니다. 나는 스스로 내 귀를 막았기 때문에, 하느님의 나지막한 음성을 더 이상 들을 수 없습니다. 어떤 아버지는 책상에서 일할 때 아이가 소리를 질러도 듣지 못한다고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자신의 일에 지나치게 열중하느라 우리를 부르시는 하느님의 음성을 흘려 버립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이웃을 통해 하시는 말씀도 우리는 듣지 못합니다. 우리는 자신이 인정하는 것만을 들을 수 있으며, 의심하는 것은 듣지 못합니다. 곤궁한 상황을 알리는 다른 사람들의 음성도 듣지 못합니다. 물론 말소리는 들리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이의 마음에서 울리는 소리는 듣지 못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벙어리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나의 말을 가로막기 때문에 나는 벙어리입니다. 혹은 사람들이 나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나의 입이 막혀 버렸습니다. 아니면 나의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나는 하느님 앞에서 벙어리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나는 나의 진실을 이웃이나 하느님께 드러내는 것이 두려워 입을 닫았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내 자신을 많은 말 속에 숨기고, 경건한 말 속에 감추어 버립니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살고 있으며 내 주변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아무도 모르게 합니다.
--- p. 41-42
우리가 하느님의 음성을 마음속에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 곁에 있는 이웃의 말을 들을 수 있고, 이를 통해 하느님께서 말씀하시려는 바를 들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공격과 거부의 말을 들을까 불안해하며 아예 귀를 막고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우리의 두 귀에 사랑스럽게 손가락을 넣으심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내뱉는 공격적인 말들 속에도 우리와 관계를 맺기를 바라는 갈망이 감추어져 있음을 가르쳐 주십니다.
--- p.43
기도란, 하느님께서 내 집의 골방에 들어오시도록 초 대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과 단둘이 만나고, 그분 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입니다.
--- p.69
우리 마음속 지성소에는 오직 그리스도만이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그분은 내 안에서 나와 함께 아버지께 기도하십니다.
--- p.74
우리는 일상의 걱정과 일에 몰두하지만, 왜 그 모든 것을 행하는지 전혀 묻지 않고 타성에 젖은 채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타인에게 비판받으면 즉시 마음에 상처를 입습니다.
--- p.113p.
하느님을 가진 사람 제게 주님의 사랑이 흐르게 하시고, 저의 모든 것이 주님의 사랑 안에서 비롯됨을 체험하게 하소서. 아멘.
--- p.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