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부모는 내 아이가 그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을 때 안심을 한다. 아이가 공부를 오래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설사 아이가 시험을 망치고 와도 노력한 것이 안타까워 싫은 소리 한번 못하고 속만 끓이기도 한다. 예상보다 성적이 덜 나왔다고 아이가 풀이 죽어 있기라도 하면 더더욱 야단치기가 힘들다. 물론 공부에 엉덩이를 붙여놓을 수 있는 지구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자. 주변에 집안일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후딱 해치우고 운동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자기 생활을 하는 엄마가 있으면 그 엄마 일 잘한다고 부러워하지 않는가. 그에 비해 공부하러 들어간 지 30분도 안 된 아이가 공부를 다 했다고 나오면 공부를 제대로 하고 다 했다고 하는지 의심부터 한다. 공부의 양보다 공부한 시간의 길이에 가치를 두는 경향 탓이다. 하지만 사실 공부도 다른 일처럼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게 맞다. ---「학습 계획은 공부의 전술: 내 아이에게 맞는 학습 계획 짜기」중에서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 대부분이 자기 학년의 교과서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 교과서를 못 읽는다고 하면 의아해하는 부모도 많다. 한글은 유치원에 다닐 때 이미 다 배우는데 중학생 이상이 글을 못 읽는다니? 여기서 말하는 ‘읽기’는 ‘독해’와 ‘문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독해력’과 ‘문해력’은 모두 글을 읽어서 뜻을 이해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은 독해력과 문해력이 약해 교과서 내용을 읽을 수는 있어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공부도 읽고 이해가 돼야 재밌어진다. 재미가 있어야 집중도 한다. 몰입해서 공부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엉덩이도 무거워진다. ---「한국인이 한국말을 모른다고?: 문제를 이해해야 답이 보인다」중에서
2010년 방송된 EBS 다큐프라임 [학교란 무엇인가]에서는 전국 모의고사 성적이 상위 0.1%인 학생과 평균에 속하는 학생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내용은 간단했다. 정해진 시간 동안 25개의 단어를 보고 암기하라는 것이었다. 사실 이 실험의 목적은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 양의 단어를 암기하느냐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모르는 단어를 얼마나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놀랍게도 최상위권 학생은 자신이 예상한 모르는 단어 개수와 실제로 모르는 단어 개수가 일치했다. 하지만 평균적인 학생은 2~6개 정도 차이가 났다. 예상 점수에 대한 과잉확신을 보인 것이다. 정작 두 집단 아이들의 기억력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즉, 이들의 차이점은 흔히 예상하는 지능지수나 가정환경, 높은 수준의 사교육이 아니었다. 바로 ‘메타인지(meta-cognition)’에 있었다. 성적이 최상위권인 학생들은 이 메타인지 능력이 탁월했다. ---「상위 1%의 비밀, 메타인지」중에서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는 간단한 문장에는 많은 함의가 담겨 있다. 앞에서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데 문해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듯이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교과서를 읽는 것부터 남다르다. 교과서를 읽으면서 위계화·조직화를 통해 스스로 내용을 정리하고 중요한 부분이 파악되면 그때 암기를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암기하기도 쉽고 암기한 내용을 떠올리기도 쉽다. 당연히 시험 결과도 좋다. 또 교과서는 최고의 참고서라는 말도 있듯이 어휘 수나 독해 자료 수준이 학년에 따라 점진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지식을 체계적으로 습득할 수 있게 해준다. 요약·정리된 참고서 내용을 바로 암기하는 것보다 내용별·영역별로 연관성 있는 내용을 유기적으로 통합해둔 교과서를 먼저 읽으면 전체적인 흐름을 잡기도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