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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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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378g | 152*210*20mm
ISBN13 9788952242549
ISBN10 895224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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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은 서로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자 자기 방식으로 불행하다. 오블론스키가에서는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남편이 프랑스인 전 가정교사와 바람피운 걸 알게 된 오블론스키 공작 부인 돌리가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사흘이 지났다. 그동안 아내는 방에서 나오지 않은 채 남편 보기를 거부했다.
--- p.12

그에게 결혼 생활은 단 한 번도 현실성 있게 다가온 적이 없었다. 그는 가정생활이라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가 속한 독신자 세계의 관점에서 볼 때 남편이라는 존재는 뭔가 낯설고 혐오스러우며, 무엇보다 우스꽝스러운 존재였다. 물론 그는 자신과 키티를 맺어주는 신비스러운 끈이 더욱더 긴밀해지는 것을 느끼고 뭔가 한 발자국 더 내딛겠다는 결심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대체 그게 무엇인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 p.58

처음에 안나는 그가 자신을 따라다니는 것을 자신이 불쾌해한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그런데 모스크바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분명히 그가 나오리라고 생각하고 갔던 파티에 그가 나오지 않은 적이 있었다. 금세 우울해진 그녀는 자신이 이제까지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자신을 쫓아다니는 것이 불쾌하기는커녕 그녀 삶에서의 모든 흥미와 관심이 온통 거기에 쏠려 있음을 분명히 알게 된 것이다.
--- p.110

“진정으로 사랑을 알기 위해서는 실수할 수도 있기 마련이고, 그런 다음에 잘못을 고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결혼한 후에도 말인가요?” 대사 부인이 약간 장난기 섞인 투로 말했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외교관 한 명이 영국 속담을 인용했다. “참회에 늦은 때란 없는 법이지요.”
--- p.115

“당신이 방금 제게 나쁜 짓이라고 하신 건 제 실수에 대해서이지, 제 사랑에 대해서는 아닙니다.” 브론스키가 천천히 말했다. 당신, 내 앞에서 그 단어를 쓰지 말라고 금지했던 걸 잊었나요?” 안나가 몸을 부르르 떨면서 말했다. 하지만 ‘금지’라는 그 단어 자체가 거꾸로 그가 자신 있게 ‘사랑’에 대해 말을 할 수 있게끔 그를 격려했음을 그녀는 몰랐다. 그 단어를 씀으로써 그녀가 그에 대해 그 어떤 권리를 갖고 있음을 그녀는 인정한 것이다.
--- p.117

자신의 처지가 명확히 밝혀지고 모든 것이 결판나리라는 꿈이 영영 깨져버렸기에 그녀는 울었다. 모든 것이 이전과 마찬가지이리라는 것을, 아니 이전보다 훨씬 더 나빠지리라는 것을 그녀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이제까지 세상에서 누려왔던 지위,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그토록 하찮게 여겨졌던 그 지위가 그녀에게 소중하다는 것, 그 지위를 사랑을 위해 가족과 남편을 버린 부끄러운 여성의 지위와 바꿀 힘이 자신에게는 없다는 것을 알고 그녀는 울었다. 이제 더 이상 자유롭게 사랑할 수 없으리라. 영원히 자신에게 씌워진 죄 지은 아내라는 낙인의 위협을 받으며 살아가리라. 그녀는 그 삶이 어떻게 끝날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마치 벌 받은 아이처럼 서럽게 울었다.
--- p.224

물론 키티는 이곳에 있는 동안 그녀가 깨달은 것과 결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되고 싶어 하는 모습을 자신의 모습인 양 착각하고 자신을 속여 왔음을 알게 되었다. 그건 마치 장님이 눈을 뜬 것과도 같았다. 그녀는 그녀가 되고 싶어했던 그 위치에 위선과 자기기만 없이 머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깨달았다. 그리고 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 곁에서 마음의 짐 없이 지낸다는 것, 그들을 사랑하는 일, 아니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일이 얼마나 견디기 어려운 일인가를 깨달았다.
--- p.186~187

레빈은 모든 것들에서 죽음을 보았고, 모든 것들이 죽음을 향해 가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가 품고 있는 계획에 더욱더 몰입했다. 죽음이 오기 전까지 어쨌든 삶은 살아내야만 하는 것이었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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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에서 진형준 교수는 30년 넘게 문학교수와 비평가로서 쌓아온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의 작품을 장악하는 비상한 정신과 그 정신을 우리말로 살려내는 탁월한 능력은, 다른 이들로서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완벽하고 나무랄 데 없는 축역본을 만들어내었다.
- 채수환 (전 홍익대학교 문과대 영문과 교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대단히 가치 있고 선구적인 업적이다. 어른들 자신도 읽기 힘들어하는 고전을 원전 그대로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요구하는, 우리 사회의 오랜 편견과 오해에 정면으로 맞서 돌파해버리기 때문이다.
- 이영목 (서울대학교 인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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