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자가 조리자에서 전문가까지, 일인가구에서 대가족까지,조리 도구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기본 원칙들! 조리 도구의 일부인 양 가까이에 두고 궁금할 때마다 펼쳐볼 수 있는 책의 그림을 그렸으므로 여러 가능성 가운데 선별한 정보를 최대한 간략하게 담는 데 집중했다.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는’, 한 권만 갖추면 도구가 없거나 쓸 줄 몰라서 조리를 못하는 불상사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화개장터 같은 책이 되기를 원했다. _ 서문 중에서 엄마가 해주는 ‘집밥’의 시대는 갔다!현대의 한국인, 조리를 책으로 배워야 하는 당신을 위한 조리 도구 가이드! 2019년 한국의 출생아 수가 30만 명을 겨우 넘어서며(30만 3100명), 1970년대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저 기록을 갱신했고, 출산율 역시 0.92%로 최저 기록을 갱신했다. 한편 1인가구는 600만 명(전체 가구 수의 30%에 육박)을 향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생계부양자(wage-earner)와 전업주부의 협업에 기반한 다인가족 모델은 더이상 보편적이지 않다. 이는 우리 삶의 다양한 측면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의미지만, 특히 조리 분야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음식과 조리 문화를 재현하는 매체의 언어는 여전히 ‘엄마의 손맛’, ‘집밥’ 같은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한국 조리의 현실은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서 조리에 대해 전혀 훈련받아본 적이 없는 초심자들이 곧바로 생계형 조리의 전선으로 투입될 수밖에 없는 쪽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전작인 『한식의 품격』에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한식 요식업계와 한식 문화, 한식 담론을 정면으로 비판했던 이용재 음식 평론가가 이번 책에서 조리 도구들에 관한 이야기로 주제를 확장시켰다.이렇게 자가 조리의 세계로 급하게 투입된 사람들을 위한 레시피나 각종 반조리 식품들에 관한 정보가 인터넷과 유튜브에서 쏟아져 나오지만, 막상 조리의 밑준비, 조리의 기본이 되어야 할 도구들에 관한 조언은 찾아보기 어렵다. 숙련된 조리자나 전문가들을 위한 세밀한 조리 도구들, 다양한 문화권의 요리들과 함께 소개되는 신기하고 이국적인 도구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을 아우르면서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가이드를 주는 책은 이 책이 처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인이라면 더 이상 무감각할 수 없는 ‘환경적인 이슈’에 관한 고려도 이 책의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다. 결국 이 책은 맛에 대한 고려, 시간과 물리적 한계에 대한 고려, 예산에 대한 고려, 조리 숙달도에 대한 고려, 위생에 관한 고려, 환경에 대한 고려 등 수많은 현대적인 관점과 기준을 통합해서 가장 효율적이고 행복한 조리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요리에 관한 수많은 정보들이 유통되고 있는 이 시점에, 전통적인 조리 환경이 아닌 새로운 자가 조리 환경에 적용될 수 있는 많은 원칙들을 정리해 최대한 간결하고 단순하게 전달하는 책이다. ‘행복하고 효율적인 요리 생활을 위한 콤팩트 가이드’라는 부제는 이 책이 지향하는 바를 잘 요약하고 있는 셈이다. 꼭 필요한 도구들, 있으면 좋은 도구들, 불필요한 도구들나의 라이프스타일에 꼭 맞는 도구들은 어떤 것들일까?어떤 기준으로 도구들을 구비하고 사용해야 할까? 효율적인 주방에서 예외적으로 필요한 단목적 도구는 무엇일까? 서양식 칼과 동양식 칼은 어떻게 다르고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서양 조리에 사용되던 조리 도구를 한식에 접목시킬 수 있을까? 칼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팬이나 믹서의 정확한 이름은 무엇일까? 구비할 여유가 없는 도구라면 어떤 도구로 대체할 수 있을까? 안 그래도 좁은 주방에 식기세척기를 사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까? 이 책은 이런 의문들에 대해 간명하고 알기 쉽게 답해준다.이 책의 차례는 조리의 기본에서 시작해 조리의 과정을 따라가며 짜여져 있어서, 차례를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이 조리에서 기본이 되는 개념이 무엇인지, 조리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은 가정 먼저 ‘손과 장갑’을 다루며 도구의 일차적인 기능이 ‘안전’임을 효과적으로 인지시키고, ‘측정’의 도구들을 다루면서 ‘효율’의 개념을 주지시킨다. 저자가 ‘주방사우’라고 이름 붙인 이 측정 도구들은 타이머, 저울, 온도계, 계량컵(숟가락)으로 얼핏 일반적인 가정의 주방에서는 활용도가 낮을 것처럼 보이지만, 조리 과정을 오랜 시간 동안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배워보지 못한 현대의 비숙련 자가 조리자들에게는 오히려 음식의 맛과 조리 과정의 효율을 담보해주는 필수적인 도구들이다. 다음으로 누구나 동의하는 대표적인 조리 도구 ‘칼(썰기와 자르기)’, 그리고 조리의 과정 전반에 개입하며 각 과정의 효율을 높이는 도구들인 ‘다루기’의 도구들을 설명한다. ‘섞기’와 ‘거르기’ 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구비한 도구가 만들어내는 작은 차이가 음식의 맛을 월등히 높일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보관’ 장에서는 안전과 위생과 효율을 보장하는 미장플라스(요리의 밑준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일반적으로 ‘조리’라고 할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익히기’의 과정은 세단계로 나누어 책의 가장 마지막에 설명한다.(그만큼 조리의 과정에서 준비가 중요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강조된다.) 대미를 장식하는 ‘세척과 정리’ 역시 조리의 개념과 기본을 이해하는 데 효과적이다. 조리 도구들의 기능과 예쁨을 간결하고 정확하게 묘사한 일러스트각 조리 도구들의 핵심을 짚어주는 키 센텐스 ‘콤팩트’하게 전달하기 위해 이 책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일러스트다. 정이용 작가의 간결하면서도 세밀한 일러스트와 이용재 음식평론가가 꼼꼼하게 작성한 캡션들은 실사보다도 정확하게 도구들의 핵심을 짚어 전달한다. 또 각 꼭지가 시작하는 첫머리에 도구의 이름과 그 도구의 특징을 간결하게 압축해놓아 독자들이 그림과 함께 도구의 핵심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특히 조리 과정을 따라 도구들을 분류하고 필요한 도구들을 선별해내 배치한 책의 차례는 그 자체로 잘 정리된 조리 도구 목록이다. 각각의 독자들은 본문의 조언들을 참고하고 활용해 이 기본 목록에서 더하고 빼기를 거듭해 자신만의 도구 목록을 만들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객관적인 가이드로 만들기 위해 요리 전문 유료 웹사이트 ‘아메리카스 테스트 키친(America’s Test Kitchen)’의 조리 도구 리뷰, 앨턴 브라운(Alton Brown)의 요리 시트콤 ‘굿 이츠(Good Eats)’, 네이선 미어볼드(Nathan Myhrvold)의 요리 책 『모더니스트 퀴진(Modernist Cuisine)』 시리즈 등을 참고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저자 자신이 수많은 도구들을 섭렵해본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없었다면 이 책이 이렇게 생생하고 구체적인 지침이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