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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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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개국 여행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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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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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1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14쪽 | 130*210*20mm
ISBN13 9791156225676
ISBN10 1156225671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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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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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벽, 평소와 다름없던 통화에서 L이 숨을 크게 쉬며 말했다.
“아, 여행 가고 싶다.”
L이 희망했던 대학교로부터 불합격 통보를 받은 날이었다. 그날 L은 수학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최종적으로 접었다.
나는 불쑥 대답했다,
“가면 되지.”
L이 말했다.
“어디로?”
“너 돈 있어?”
“좀 있어. 7만 원 정도?”
“그럼 부산 갈래?”
“언제?”
“지금!”
지금이라는 말은 내가 뱉어놓고도 꽤 그럴듯하게 들렸다. 머리에 피가 도는 것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아이디어 아닌가. 수능 이후 처음으로 할 일이 생긴 우리는 전화를 끊고 당장 떠나지 않으면 죽을 사람들처럼 짐을 챙겼다.
핸드폰과 지갑, 기차에서 먹을 간식과 목도리.
혹시 몰라 500원짜리 동전들도 비상금으로 챙겼다. 그러면서 어디로든 떠나버릴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역으로 향하던 택시 안에서 나는 엄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 부산 좀 다녀올게.”
폴더폰을 반으로 접으며 진짜로 곧 어른이 된다는 걸 와락 실감했다. 내 지역을 벗어난다는 것, 그것도 부모님 없이, 그건 인생 처음으로 만져진 어른의 질감이었다.
--- 「첫 여행은 열아홉」 중에서

“이 동네에서 보기 드문 젊은 아가씨네.”
할머니는 어떤 날에는 나를 알아봤지만 어떤 날에는 생전 처음 본 것처럼 대했다. 처음엔 “어제도 봤잖아요.”라고 했지만 며칠 후부터는 “모자가 예쁘시네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할머니는 백발 위에 올려진 모자를 살짝 고쳐 쓰며 천천히 웃었다. 오크베이는 웃는 것조차 느린 동네였다.
빵모자 할머니는 같은 말을 또 하는 오크베이 노인들 중에서도 특히나 구간 반복이 심한 편이었다. 빵모자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레퍼토리는 대부분 어린 시절에 관한 것이었다.
“그 동네는 참 좋았어. 아마 캐나다에서 제일 예쁜 동네일 거야.”
빵모자 할머니는 캐나다 재스퍼에서 태어났다. 재스퍼는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할머니는 재스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토론토로 넘어가 학교를 다녔고, 이후 남편을 만나 빅토리아에 정착했다.
“토론토에는 아주 많은 것이 있지. 하지만 재스퍼만 못했어. 재스퍼처럼 예쁘지도, 너그럽지도 못한 동네지. 그곳에서 나는 오래 공부를 했단다. 재스퍼가 그리워 나는 매일을 울었어. 아마 인생에서 제일 힘든 시기였을 게다.”

할머니는 재스퍼의 설산과 사람과 바람과 그곳에서 보낸 가족들과의 시간을 이야기할 때마다 말이 빨라졌다. 가끔은 어려운 단어를 썼지만 그래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많은 것을 깜빡하는 할머니였지만 재스퍼와 관련한 이야기만큼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매번 똑같이 말했기 때문이다. 빵모자 할머니는 죽기 전에 재스퍼에 꼭 한 번 다시 가고 싶다고 했다. 왠지 ‘가면 되잖아요’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건 돈이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았다. 재스퍼 스토리의 마무리는 항상 비슷했다.
--- 「캐나다 워킹홀리데이1」 중에서

그 애와 나는 완전히 헤어졌다.
손바닥에 선명하게 전해지던 핸드폰의 온도를 나는 아직까지도 또렷이 기억한다.
빌어먹게도, 그 좋은 스위스에서 빌어먹게도 말이다.

이후 나는 조금 아팠고 불면을 앓았고 언어로 설명하기 힘든 허무를 견디느라 몸과 마음이 닳았다. 아마 그 애도 그랬을 것이다. 우리는 어느 쪽도 잘못하지 않았다. 그 애와 나는 예를 다한 연인이었고 주고받은 이야기와 공유한 시간이 무수한 친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애와 나는 헤어졌다.
믿음을 가장해 태만한 애정을 보내는 동안
각자의 변화를 방관하는 동안
20대였던 우리가 30대가 되는 동안
둘 중 어느 한쪽도 서로에게 적극적이지 않았던 까닭으로.

스위스가 오롯한 행복으로 남은 것은 훗날의 일이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동안 짬을 내어 구경했던 취리히, 무작정 걷다 발견한 곰 공원, 어설프게 피워 물었던 담배, 마주할 현실이 아득했던 베른의 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예뻤던 벵겐과 인터라켄과 알프스의 호수.
시간은 약이었고 많은 것이 나았으며,
비로소 나는 우리가 헤어진 곳이 한국이 아니라 스위스여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우연히라도 지나칠 일이 없는 곳.
그래서 불쑥불쑥 네 생각이 날 일이 없는 곳.
이별마저 우리는 너무나 예쁜 곳에서 훌륭히 잘 해내었다고.
--- 「스위스, 하필 여기서 이별」 중에서

커피가 너무 맛있다고 느낀 순간 갑자기 아주 많은 돈을 벌고 싶어졌다.
돈이 많다면 현실과 분리될 기회가 자주 생길 것만 같았다.
그건 상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일이었다.
계속 돈이 있는 삶을 살면 행복할 텐데. 가능하다면 아주 많이.
그런 날이 언젠가 온다면 바타비아에 자주 와야지.
하지만 그날은 무척 늦게 오거나 어쩌면 안 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나는 루왁 커피를 여러번에 나누어 천천히 마셨다.
--- 「개 같이 벌어 자카르타」 중에서

인도와 미술이라니.
잘 모르는 두 가지가 혼종된 끔찍한 강의명을 쳐다보며 약간 아득해졌던 그 순간이 아직도 눈앞에 선연하다.

차 교수는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정확히 인도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뽀얀 피부에 통통한 볼살을 가진 그녀는 수업마다 조금씩 다른 안경을 끼고 나타났는데 그 어떤 안경을 끼든 그녀의 짧은 커트머리와 너무 잘 어울렸다.
차 교수는 사실 교수는 아니고 강사였지만 그 어떤 교수들보다도 교수법을 잘 아는 사람처럼 강의했다. 차 교수는 불교 미술을 전공한 뒤 국내의 내로라하는 문화유산들을 관리하는 책임자로 활동했다. 간첩이 아니라면 절대 모를 수 없는, 아니 간첩도 그 정도는 공부해서 내려올 것 같은 큼직큼직한 것들을 관리하는 그녀는 정말이지 너무 멋있었다.

미술 수업이긴 했지만 예술과 종교는 어떻게 보면 한 몸에서 뻗어 나온 양팔과 같았기 때문에 우리는 인도의 미술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그 파트는 차 교수의 인도 여행 이야기를 듣는 방식으로 대부분 채워졌다.
그녀는 20년 동안 불교 발상지인 네팔과 인도를 오가며 겪은 여러 천태만상에 대해 재미있게 이야기했다. 우리는 차 교수의 입에서 넘실대는 수많은 에피소드를 통해 인도의 본질에 대해, 집단성에 대해, 지역마다 다른 온도와 습도에 대해, 서남아시아 사람들이 가진 의식의 크기에 대해 짐작할 수 있었다. 차 교수의 말은 여러 학생에게 저마다의 깊이와 방향으로 흡수되었는데 놀랍게도 세 시간이 넘도록 어느 학생도 잠들지 않았다.
--- 「이 죽일 놈의 인도가 좋은 이유」 중에서

“너네 둘은 어떻게 친구가 됐니? 인도랑 파키스탄은 원수지간인데.”

두 사람의 조합은 당연히 신기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내전이 빈번하며 문화도 종교도 달랐다. 두 남자 역시 각자 힌두교도와 무슬림인 것처럼, 나의 물음에 두 사람은 지난한 캐나다 생활을 회상했다.
무수히 놀림당했던 영어 발음에 대해
날마다 원망했던 까만 피부에 대해
서남아시아인의 작은 체구에 대해
몸에서 나던 커리 냄새와 그로 인해 받았던 냉대에 대해
극심히 앓았던 향수병에 대해

“안 친해질 수가 없었지. 학교에서 우리 둘만 왕따였거든.”

외로움은 국적과 종교를 뛰어넘어 두 사람을 붙여놓았다. 캐내디언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동안 겪은 사건들이 하도 많아 두 사람은 자주 몸을 떨었다. 나는 놀라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공감했다.

두 남자는 캐나다에 있는 동안 고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짓들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를테면 육식 같은 것들.
캐내디언은 미웠지만 토론토에는 맛있는 게 너무 많았거든. 그래서 돼지고기도 먹고 소고기도 먹었어.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짓이지. 그런데 뭐 어때, 어차피 부모님은 인도에 있고 나는 캐나다에 있는걸. 힌디 대신 영어를 배우느라 그 개고생을 하는데 육식 좀 하면 어때. 안 그래?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 「라오스에서는 아침마다 코피를 흘렸다」 중에서

8월의 다낭은 말도 못 할 정도로 더웠기 때문에 우리는 에어컨을 찾아 쌀국수집이나 낡은 커피숍으로 기어들어가 더위를 식혔다. 골목의 작은 커피숍은 인테리어랄 것도 없는 일종의 구멍가게였는데 어쩐지 다낭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카페보다 맛이 좋았다. 베트남 커피는 고소하지도 시지도 않은 독특한 맛이 났다. 연유 없이 그냥 마시는 베트남 커피는 뭐랄까, 흡사 흙을 달여 마시는 것 같달까?

“단아. 뭐가 자꾸 씹혀. 흙맛 같아.”

단은 누가 들으면 흙 먹어본 적 있는 사람인 줄 알겠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베트남 커피가 다른 나라 것들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다는 사실에 동의했다. 우리는 둘 다 한겨울에도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얼죽아 타입이지만 베트남 커피는 뜨겁게 마실수록 흙맛이 더 진하게 났기 때문에 땀을 흘리면서도 얼음이 없는 커피를 주문했다. 18도로 맞춰진 에어컨에서는 절대 18도일 리가 없는 미지근한 바람이 쏟아졌고, 우리는 그 아래서 필터링이 덜 된 커피 가루를 꼭꼭 씹으며 시간을 보냈다.
--- 「대필 작가의 특별 휴가, 베트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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