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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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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550g | 152*210*30mm
ISBN13 9788952242778
ISBN10 8952242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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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아무리 자기의 개인적 삶을 의식하며 살더라도 역사와 인류의 무의식적인 도구가 될 수밖에 없다. 그가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면 오를수록 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며, 그가 권력을 지니면 지닐수록 그의 모든 행동은 더욱더 숙명적이 되고 불가피한 것이 된다. ‘왕의 마음은 신의 손아귀에 있다.’ ‘왕은 역사의 노예다.’ 역사, 다시 말해 모든 개인들의 집단적인 삶은, 왕이라는 개인의 매 순간순간의 삶을 자기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다.
--- p.12

안드레이는 진지와 각 부류의 성격들을 분류하는 한편, 전투부대 장군들 및 황제 측근 장군들의 대책 회의에 참석할 기회도 여러 번 갖게 되었다. 안드레이는 아무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거의 인신공격에 가까울 정도로 격론을 벌이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전쟁에서 논리적인 이론이라는 것은 절대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따라서 전쟁의 천재라는 것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결론에 그는 도달했다. 아군이건 적군이건 하루가 지나면 어떻게 될 것인지 알고 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 p.31

이 역사적인 전쟁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도 다 마찬가지다. 그들은 각자 개인적인 취향, 습관, 욕망에 따라 행동한 것이다. 이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근심, 허영, 기쁨, 비판의 감정들에 의해 행동하면서 자신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으며, 그 행동이 자신의 자유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단지 역사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후세 사람들인 우리들만 알 수 있을 뿐 그들 자신은 스스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었던 그런 일을 수행한 것이다. 그것이 행동하는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며, 인간 사회에서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 숙명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 p.56~57

‘그래, 맞아! 저 거짓된 환상들이 나를 흥분시키고 나를 사로잡고, 나를 황홀하게 하고 나를 괴롭혔던 거야.’ 그는 죽음에 대한 명징한 의식이라는 그 차가운 흰빛을 통해 주마등처럼 펼쳐지는 자신의 삶에서의 주요 그림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렇게 거친 그림들이 한때 아름답고 신비스럽게 보였던 것이다. 명예, 사회 기여, 여성에 대한, 더 나아가 조국에 대한 사랑, 이런 그림들이 내게 얼마나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가! 하지만 그것들을 오늘 아침, 이제 막 비치기 시작한 차갑고 하얀 광선에 비춰보니 그 얼마나 보잘것없고 창백하며 하찮은 것인가!’ (pp.108~109

역사적인 사건들의 경우 우리는 대부분 그 사건들이 가장 중요한 지위에 있던 사람들, 즉 영웅들의 의지에 의해 이끌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사적 사건들의 본질을 조금 깊이 파고들기만 해도 한 영웅이 그 사건에 직접 참여한 다수를 이끈 것이 아니라 그가 다수에 의해 이끌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역사적 사건의 의미를 이렇게 이해하건 저렇게 이해하건 그게 뭐 그리 중요하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런 사람들이 다수일 것이다. 하지만 서구 국민들이 동방으로 향한 것은 오로지 나폴레옹이 그것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과 필경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기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하는 사람 간에는, 천체가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과 지구를 비롯한 천체 전부가 그 무언가 알지 못할 힘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 간의 차이만큼 차이가 있다.
--- p.270~271

피에르는 수용소 생활을 하면서 인간은 행복을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것, 그 행복은 작으나마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데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3주에 걸친 행군을 하면서 그는 또 하나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줄 진리를 깨달았다. 그것은 이 세상에 진정으로 끔찍한 것은 없다는 진리였다. 그는 인간은 결코 완전하게 행복하거나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것, 따라서 완전하게 불행하거나 완전한 예속 상태에 놓일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그 진리를 머리를 통해 깨달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 자체를 통해, 자신의 영혼을 통해 깨달은 것이다.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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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에서 진형준 교수는 30년 넘게 문학교수와 비평가로서 쌓아온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의 작품을 장악하는 비상한 정신과 그 정신을 우리말로 살려내는 탁월한 능력은, 다른 이들로서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완벽하고 나무랄 데 없는 축역본을 만들어내었다.
- 채수환 (전 홍익대학교 문과대 영문과 교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은 대단히 가치 있고 선구적인 업적이다. 어른들 자신도 읽기 힘들어하는 고전을 원전 그대로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요구하는, 우리 사회의 오랜 편견과 오해에 정면으로 맞서 돌파해버리기 때문이다.
- 이영목 (서울대학교 인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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