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24.COM

확장메뉴
주요메뉴


소득공제
칸트의 산책로
최준 | 황금알 | 2020년 12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정가
10,000
판매가
10,000
구매 시 참고사항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88g | 153*225*20mm
ISBN13 9791189205867
ISBN10 118920586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물에 젖는 속도로 옷이 마른다면

펭귄들은 더 이상 태양이 필요 없겠지

세상 뒷길을 떠돌다 마음 젖었네

한 번 젖으니 다시 마르지 않네
---「시간의 물리학」중에서

깜빡 잊고 해를 그려 넣지 않아서
아침이 오지 않았던 날이 있었네

거미줄에 걸린 달을 놔두고
거미가 죽어버려서
창문 열지 못했던 밤이 있었네

한 아이가 어제의 일기를 오늘 쓰고
한 아이가 레고 강아지를 만들던 겨울 내내

협곡열차를 타고
사냥 간 어른들이 돌아오지 않는 마을

아이들은 아침을 기다리며
눈 속에서 튀밥처럼 자랐네

돌아온 어른들이 없는데
겨울이 가고
조팝꽃이 지붕보다 더 크게 희었네
---「동화처럼 마을에도」중에서

꽃에게서 말 배우는 아이를 만난 적 있다
아이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숲을 소요하다가
밤이면 인근 개나리공원 벤치에서
망사 팬티 차림으로 새우잠을 잤다

하늘 흐린 날 자전거를 타고 가다
천변 산책로에서 마주친 아이는
낮술에 취해 있었다 비척비척
불을 붙이려고 양귀비 붉은 꽃술에
입술을 대었다
나는 양말목에 감춰두었던 라이터를 꺼내려다
페달을 다시 밟았다 아이의 폐부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을지도 몰랐기에

그날 밤부터 사나흘 비가 내려
세상이 다 젖었다 자전거 탈 수 없는 시간이
방안으로 흘러들었다 나는 블라인드를 내리고
오래전에 읽었던 동식물도감을 펼쳐
숲에서 얻어 입었을 게 분명한
댄디풍 아이의 무늬 옷을 훔쳐보았다

아이를 마지막으로 만난 건
시월의 장미정원 그늘 아래서였다 나는
떨어진 꽃잎 하나를 주워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진동 핸드폰처럼 파르르 이어지는 떨림에
담 결린 듯, 옆구리가 자꾸 아팠다

자전거를 처마에 기대 세워놓고
털외투를 꺼내 입었다 발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으며 생각했지만
알 수 없었다 가을의 그 떨림이
아이가 배운 말의 전부였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아이는 지상에 없었던 건지

온몸이 날개인 눈발이 날려
먼 산이 지워지는 겨울 저녁이었다
---「나비」중에서

나는 나를 번역하지 않았어 지금까지
나는 당신의 중얼거림 밖에서 살아왔으니

의자로, 기둥으로, 불을 품은 육체로
다음 세대에 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날 이념으로
무장한 적 없으니

오, 하지만 당신은
자신이 아직도 태양의 아들임을
알지 못하네
가슴에 드리운 두꺼운 그늘을 뛰어넘으면
밝음이 오리라 기대하며 살지
다만 나는 나였을 뿐 당신이 아니었으니
당신이 아니었던 게 나의 잘못이라면
별은 무엇이고 달은 무엇인가
당신이 자신에게 질문하는 순간

아는가
당신은 내가 될 수도 있었다는 것을
내 속의 얼굴이
당신의 나이테로 불리는 주름이 될 수도 있었다는 것을

낮과 밤을 나누어 살아가지만
예나 지금이나 나는 당신이 아니고
당신은 오늘도 내가 아니네
---「대척점의 당신, 나무」중에서

산을 읽었다 아니,
산을 가뒀다 지난가을
단 한 번 간 주말 산행에서
나는 산을 비웃었다
칼라 문신을 전신에 새긴 산의
정적을 답보하면서, 우스웠다 어제 내린 비로
산은 속이 좀 상했던지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어야 했지만
지상에 남아 있는 우산이나 우비는 더 이상 없었다

머지않아 옷 벗고 추워져야 할 텐데
문장의 끝에 있어야 할 마침표가
올해도 안 보였다
무언가가 더 있어야 할 것만 같았는데
없는 것이 있었다
산의 머리맡에서 쉼표 하나 겨우, 황급히 찍어 놓고는
갔던 길을 다시 돌아 내려왔다

더럽게 예의 없다고,
신고 갔던 운동화가 투덜거렸다
숨 가삐 올라갔던 그게 산이었는지, 아니면
나였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지만,
끝내 말하지 못했지만

나는 별들의 서식처를 여전히 염탐하고
버릇없는 그들의 운행을 부러워하고
생각하고, 고민한다 눈 내린 다음 날
밤에만 떠오를 달에 대해
내일의 폭설을 다시 허락할지도 모를
태양의 너그러운 운행에 대해

오늘도, 오늘은
오늘이 없어서 무사하다
---「건너와 너머」중에서

눈이 내려도 바깥은 여전히 살아 있는 자들만의 우주일까
양파의 흰 뿌리가 남녘 바닷가에서 자라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당신은 붉은 흙보다
지난여름 물빛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수면 아래서 남몰래 둥글어지는 것들에 대해
한순간 진지해지기도 하겠지만
당신과 내가 구름이라 이름 부르는
늙은 고래의 희망은 여전히 허공에 있다
이 순간에도 그는 온몸으로 파도를 다림질해
자신의 거대 육체가 소멸할 시간을 염탐하고 있는 중
하지만 때로 길은 꿈과 내통하지 않기도 하는 것이어서
모든 게 비밀인 채 문득 걸음 멈추는 시계가 있다
심장이 멎지 않는 한
그 박동은 십이월의 창문 너머로 뛰쳐나간다
작년의 그 길로, 마치 처음이라는 듯이
그러면 당신은 양파와 태양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되겠지만
건너와 탈주에 익숙해진 바람처럼
지상의 육체들이나 맘껏 탐닉하다 떠나겠지만
해마다 거듭해 온 이 진부한 숨바꼭질은
간밤에 눈이 내렸기에 가능한 놀이였다
사라진 길 위에서 태어난 눈알들이
오늘의 당신을 일제히 외면하고 있다
---「다음날」중에서

겨울 강가를 걷다가 보았다
머리 위 버드나무에서 날개 퍼덕이는
새 한 마리
앙상한 나뭇가지가 된 발목이 묶여
어디로도 날아가지 못하는
검은 비닐봉지

알겠다 지난여름 한때
강물이 그 높이로 흘러갔던 것
상류 어디쯤에서
행로 잃고 물살에 떠밀려오던 저 새를
강이 나무에게로 되돌려주었던 것
내가 지나왔던 언덕을 다 쌓아 올려도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높이에다
한 마리 새를 부려놓고 떠났던 것

그러니까 저 새는
겨울과 봄 그리고 다시 여름이 올 때까지
저렇게 날개 퍼덕이고 있겠다
그러다가 강물이 작년의 수위를 회복하는 날
비로소 하류로 날아갈 수 있겠다 가서는
다시 돌아올 수 없겠다

먼 산 백설이 눈부신 오후

오늘은 할머니의 스물네 번째 기일忌日이다
영정을 들고
상여보다 먼저 얼음 언 여울을 건너갔던
흑백 사진의 기억이 있다
---「슬로비디오」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  모바일 쿠폰의 경우 유효기간(발행 후 1년) 내 등록하지 않은 상품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모바일 쿠폰 등록 후 취소/환불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일시품절 상태입니다.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