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거, 지금 하고 있나요?
도서3팀 김수빈 (shuubiny24@yes24.com)
그를 처음 알게된 건 이태원의 붐이 한차례 지나고 그 옆 경리단길이 한창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을 때였다. 포털 사이트에 경리단길 맛집을 치면 하나 건너 하나씩 장진우식당에 다녀온 경험과 자랑글 포스팅뿐이라, 오히려 괜스런 반감에 그냥 지나쳐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그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정해진 시간 동안 자신만의 컨텐츠로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고, 시청자의 반응을 양방향으로 보여주는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였다. 그때쯤의 그는 나에게 장진우식당을 넘어 디저트, Bar, 레스토랑까지 먹거리의 분야를 망라해 장진우거리를 형성한 어찌보면 쉐프보다도 사업가에 가까운 이미지였다. '나이도 별로 많지 않던데, 얼마나 대단한 사람일까?' 하는 의구심으로 본 그의 첫느낌은 어떤 의미에서는 충격적이었다. 갓 시골에서 상경한 것과 같은 사람 좋은 외모에 수수한 말투, 그러나 조근조근 할말은 다 하는 배짱. 재치있고 유창한 언변을 기대했던 나에게 (솔직히 말하면 방송 자체는 노잼이었지만) 그에 대한 호기심은 충분히 생길만 했다.
결국 그의 식당은 가보지 못했지만,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사실 이제는 맛집에 가서 오래동안 웨이팅을 할 자신이 없다.) 책으로 접한 그는 한마디로 '부러운 사람'이었다. 그야말로 어리고 뭣모를때 친했던 동네 친구들이 이제는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되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협업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손익에 구애받지 않고 정말 신선한 재료만을 사용해 하고 싶은 요리를 마음껏 만들어내고, 그러면서도 음악과 사진, 각종 예술에 대한 관심도 끊임 없이 발전시키는. (이 글을 쓰면서 또 그가 부러워진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나라면 그의 나이 때, 모두가 보편적인 수순이라 말하는 대학과 취업, 안정적인 연봉 등을 포기하고 오로지 열정만으로 좋아하는 일에 매달릴 수 있었을까? 처음 책을 펼 때에는 그야말로 식당과 요리, 쉐프로서의 삶을 다룬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장진우라는 사람의 인생관과 삶의 방식, 에너지를 읽을 수 있었기에 그에게 더 깊이 매료될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웨이팅을 감수하고서라도 그의 식당에 꼭 한번쯤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요즘 아침마다 듣는 라디오가 있다. 자칭 세상에서 제일 시끄러운 아이 노홍철이 진행하는 그 프로그램의 클로징 멘트는 '하고 싶은거, 하고 싶은거 하세요!'이다. 정말 이상적인 말이지만, '과연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설령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 정신적으로는 풍요하더라도 경제적 부족함 없이 만족도 높은 인생을 사는 사람이 있을까?' 매일 클로징멘트를 들으며 든 생각이었다. 그런데 있다. 바로 장진우다. 물론 아무리 그라도 인생이 즐겁기만 할까만은, 세상에 하고 싶은 일 하며 즐겁게 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괜스레 기분이 좋고 힘이 나는건 나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