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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밤의 머릿결을 빗질하고 있나

누가 밤의 머릿결을 빗질하고 있나

걷는사람 시인선-038이동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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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168g | 125*200*20mm
ISBN13 9791191262179
ISBN10 1191262170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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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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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마른 손 하나가
채소밭 하나를 밀고 간다

(중략)

할머니는 진저리를 치며 호미질을 한다
진저리 치는 만큼 잡초들은 자란다 전속력으로 자란다

상추와 호박과 고구마와 잡초와
열무와 고추와 잡초와 할머니가
서로가 서로를 저항하면서 자란다
이런 오살할!
욕이란 욕 다 얻어먹어 가며
비로소 여름은 완성되고 있다
---「거대한 밭」중에서

한적한 주택가에 슈퍼 하나가 있다 벚꽃나무 한 그루 남편처럼 서 있고 주인은 온데간데없다 ‘밥 묵고 오끼예’ 신문지 한 장 찢어 붙여 놓고 그녀는 꽃놀이라도 간 것일까 점심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그녀의 식사는 길어지고 있다

‘밥 묵고 오끼예’ 봄날의 나물 같은 사투리가 그녀의 부재를 메우고 있다 나는 사이다 한 병 사러 왔다가 진성슈퍼 아줌마 그녀를 상상한다 파마머리일까, 뚱뚱할까, 날씬할까, 테이블 위 초록 콜라병에 벚꽃가지 하나 척, 꽂아 두고 사라진 그녀가 나는 궁금하다

‘밥 묵고 오끼예’ 어쩌면 미나리 같은, 냉이 같은, 씀바귀 같은 대사 한마디 날리고 봄나들이를 선택한 그녀의 외출은 길어지고 있다 나는 봄날의 그림자처럼 길어지고 있는 그녀의 식사를 오래 생각한다
---「밥 묵고 오끼예」중에서

맨드라미 트럼펫이 길게 울려 퍼진다
프라이팬처럼 달궈진 마당에
발을 덴 수탉이 뒤뚱거리며 마당을 빠져나간다
식구들은 평상에 앉아서 더위를 구워 먹는다

맨드라미가 여름을 길게 분다
붉은 피를 뒤집어쓴
맨드라미가
길게 울려 퍼진다

붉은 살점 같은 맨드라미 활짝 피었다
붉은 고기가 석쇠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 간다
식구들도 따라 지글지글 익어 간다

식구끼리 욕을 한다 고기보다 붉은 욕을 고기 굽는다
땀을 뻘뻘 흘리며 욕을 만든다

자, 자 그래 봤자 우리는 식구다
식구들이 기름진 입가를 엉엉 웃는다
그래 봤자 우리는 식구다
그래 봤자, 그래 봤자다

모르는 척 고기가 익어 간다
맨드라미가 식구들을 길게 분다
---「맨드라미」중에서

비가 내린다 11월은 지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며 상점 앞을 지나간다 내리는 비는 11월과 상관없이 11 11 불평하듯 내리다가 곧 사라졌다 나무들은 지가 낳기라도 한것처럼 11월의 뒤통수를 오래 쳐다본다 11월은 저 혼자 조용히 커피를 마신다 11 11 이 직선의 기호를 들여다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야, 최선을 다해 살고 싶지 않아 내일은,
---「11월」중에서

감자를 삶는다 흐린 불빛 아래 감자를 먹는다 비가 내리고 누군가의 심장 같은 감자가 따뜻하다 일손을 놓고 휴식처럼 감자를 먹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빗소리를 들으며 젓가락으로 포크로 감자의 심장을 푹푹 찌르는 저녁이다 어릴 적 친구 미자 같은 만만한 감자, 나는 주 감자를 먹는다 그때마다 비가 내렸다 냄비 속에 새알처럼 담겨진 감자는 순하고 말이 없다 비는 한 알 한 알 감자의 내부를 파고든다 내가 조용히 앓고 있던 슬픔이 저 혼자서 감자를 먹는다 감자는 나를 익히고 내리는 비를 가만히 듣는다 그때 내가 조금 미안했어 하며 감자를 삶는다 비는 감자를 익힌다 노란 냄비가 모락모락 익어 간다

저것은 감자가 아니다
---「감자」중에서

여관방 문을 여는데 수국이다 간밤 기억 속 탕탕, 총성이 저렇게 부풀려진 꽃으로 태어날 수 있다면, 나는 총잡이가 되었을 것이다 올망졸망 비좁은 화단에 엉덩이를 까고 앉은 수국에게 누가 저 분홍을 바쳤나 누가 잉크를 쏟아부었나 여름의 입구에 쪼그리고 앉은 수국 은 저 혼자 두근두근

어데로 갈까예? 저, 아무 데나 만 원어치만 달려 주세요. 택시는 한 마리 생선처럼 헤엄쳐서 대교 근처 여관 앞에다 트렁크를 내던져 버린다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면 뛰어내리라 뛰어내리라 악마의 농담, 그때 검은 트렁크는 서른 부근

어디에도 은신처란 없는 것이다 어디를 떠나와도 마음이 따라다니니 소주 몇 잔에도 뱃고동 소리 간간하다 수국이 혼자 젖는다 아무래도 저 수국의 머리는 무게의 천형을 받았구나 나도 쪼그리고 앉았는데 어쩌나 내 머리에도 천 개의 수국이 무겁게 피었어

어디로 가야 할까 저항이든 혁명이든 이 순간을 건너가 보자 한철 아름다움의 명을 받아 무게의 천형을 머리에 이고 가는 저 수국처럼 나는 내가 가진 생의 무게를 건너가야 하리

뽀글뽀글 수국 파마를 한 여자가 여관 방문을 활짝 열어 놓고 소주를 마시고 있다 검은 트렁크는 열려 있다
---「통영 트렁크」중에서

낯선 사람끼리 쓸쓸함을 비벼 먹는다
비린내를 풍기며 기름내를 풍기며
어떠냐며 스스럼없이 마주 앉아 서로의 심장을 데운다
고등어자반이 사천 원이라는 것
누구나 추웠던 한때를 기억한다는 것
사람들은 연탄불 같은 주인 여자를 실컷 쬐고 가는 것이다
---「자갈치 밥집」중에서

편의점에는 편의한 생각이 있다 삼각김밥이 있고 19세 미만 술과 담배 금지가 있다 찐빵과 어묵이 있고 즉석 북엇국이 있고 즉석 미역국이 있다 로또복권이 있고 밤을 잊은 그대가 있고 아저씨 술 작작 드세요가 있다

편의점에서 한 살 더 먹는 소년이 있고 컵라면으로 슬픔을 때우는 인류가 있고 욕으로 김밥을 욱여넣는 이가 있다 배가 고파 달을 먹는 고양이가 있고 진열대 재고를 걱정하는 사장이 있다 모든 것이 있고 모든 것이 없는 편의점의 날씨가 따로 있다

편의점으로 놀러 간다 화성에서 내려온 밤의 케이블카처럼 편의점이 환하게 빛난다 자다가 웃다가 울다가 온통 편의점으로 가득 찬 생각들이 밥 먹으러 간다 죽으러 간다 살러 간다 편의점의 삶이 계속된다
미치도록,
---「편의점 생각」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혼자들이 덩그러니 앉은 삶의 풍경에서 시인은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삶의 테두리를 만진다. 울음을 웃음으로 삼킨 시상은 꽃잎처럼 어지럽고 이상하게 붉어진다. 파도의 흰 거품을 입에 문 시간은 헐거운 신발처럼 벗겨져 어딘가로 흘러간다. 늘어나는 시간의 오묘함을 마주치기 위해서는 삶의 두 무릎과 앙상한 발목이 걷는 멀고 가까운 삶을 건너야 하리라.

시집의 울타리 밖에는 얼마나 얇은 가족이 층층이 얽혀 있는지를 더불어 상상하기 바란다. 세상의 식구는 귀와 눈을 껌벅거리는 마음을 알아본다. 그들 삶의 둔덕에서 웃옷을 벗은 꽃나무의 단념丹念이 옹이를 응시한다. 나뭇가지와 삶의 가랑이 사이로 넘나드는 시간을 올려다보면 “눈물은 상처에 바치는 공양”이란 걸 깨닫고 문득 허기지리라.

시인은 구김이 많은 삶의 장면에서 파란 마음의 소주병을 하나, 탁, 올려놓는 일이 많다. 시간의 겉과 속이 비치는 소주병은 방금 전까지 휘몰아친 불안을 소거해 간다. 얇은 생과 투명한 언어의 가슴은 술잔처럼 부딪히며 구체적으로 잘 어울린다. 손순미의 시퍼런 송진 내음의 시가 그렇다. “소주잔에 파도가 반쯤 차오르는” 미열의 순간. 오늘은 무엇을 해도 좋다. 살냄새를 꺼뜨리지 않은 시집을 만나고 싶다. 비어 있는 술잔에 그득 시를 부어 주고 싶다.
- 이기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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