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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인 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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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소설 top100 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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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1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552g | 152*225*30mm
ISBN13 9788932038148
ISBN10 8932038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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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그는 평생 동안 혹사당했다! 촌장들이, 부자들이, 위원들이, 경찰서장들이 세금을 독촉하며 그를 혹사시켰다. 신부들은 봉헌금을 요구하며 그를 혹사시켰으며 가난과 기아가 그를 혹사시켰고, 추위와 더위, 장마와 가뭄이 그를 혹사시켰으며, 얼어붙은 땅과 매서운 타이가가 그를 혹사시켰다! 가축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앞으로 가면서 땅만 쳐다본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교회에서 신부가 무엇을 읽는지, 무엇을 위해 그에게 봉헌금이 배당되는지를 과연 그가 알았을까? 징집된 큰아들이 왜, 어디로 끌려갔는지, 어디서 죽었는지 그리고 그의 가엾은 유골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과연 그가 알았을까?
---「마카르의 꿈」중에서

언덕 위의 친구들에게 갈 때마다 마루샤의 건강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제 소녀는 이미 전혀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고, 지하실의 어둡고 말없는 괴물인 회색 돌은 마루샤의 작은 몸에서 생기를 앗아가며 끊임없이 무시무시한 작용을 하고 있었다. 이제 마루샤는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서 보냈고, 발렉과 나는 마루샤의 기분을 전환시켜주고, 조용하고 가녀린 웃음이라도 자아내도록 흥을 돋우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았다.

마침내 ‘나쁜 패거리’와 친해진 나에게 마루샤의 슬픈 미소는 마치 여동생의 미소처럼 거의 똑같이 다정하게 느껴졌다. 이곳에는 나의 행동을 꾸짖는 사람도, 잔소리를 늘어놓는 유모도 없었다. 여기서 나는 필요한 존재였는데, 매번 내가 등장하면 마루샤의 뺨에 붉은 생기가 도는 것을 느꼈다. 발렉은 형제처럼 나를 포옹했고, 심지어 틔부르치도 때때로 우리 셋을 약간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는데, 그의 눈에서는 눈물 같은 것이 반짝이곤 했다.
---「나쁜 패거리」중에서

이보게, 젊은이, 나에게는 지금도 그 노래가 들리는 것 같고 그 사람들이 보이는 것 같다네. 카자크는 반두라를 들고 서 있고, 판은 융단 위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지. 몰이꾼들은 서로 팔꿈치로 밀치며 둥글게 모여 서 있다네. 늙은 보그단은 머리를 흔들고…… 숲은 지금처럼 술렁거리고 반두라는 조용하고 애달프게 울리며 카자크는 판의 아내가 판의 죽음에, 이반의 죽음에 서글퍼하는 대목을 노래하지.

운다네, 판의 아내가, 울고 있다네.
판의, 이반의 무덤 위에서 까마귀 한 마리가 까악거리네.
---「숲이 술렁거린다」중에서

맹인이 한낮의 햇빛을 긴장하며 맞이하는 순간에, 어두운 뇌 속으로 알 수 없는 길을 통해 들어오는 빛에 대한 모호하고 흐릿한 지각이 이제 갑작스러운 황홀의 순간에 흐릿한 음화처럼 타오를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눈앞에 푸른 하늘과 밝은 태양 그리고 어렸을 때 그렇게 자주 찾았고, 그렇게 많은 눈물을 흘렸던 작은 언덕이 있는 맑은 강이 펼쳐졌다…… 그다음에 물레방아와 그토록 괴로웠던 별이 비치는 밤, 그리고 고요하고 애처로운 달…… 그리고 먼지 날리는 간선도로와 드넓은 대로, 번쩍거리는 바퀴가 달린 마차들과 그 속에서 맹인들의 노래를 불렀던 여러 부류의 군중……

혹은 그의 뇌 속에서 알 수 없는 산들이 환상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알 수 없는 대평원이 끝없이 펼쳐지며, 알 수 없는 강 수면 위에서 멋진 나무들이 흔들리고, 그의 무수한 선조 세대가 바라보았던 선명한 태양이 밝은 빛을 투사했을까? 혹은 이 모든 것은 막심이 말했던 빛과 소리가 기쁨 혹은 슬픔, 유쾌 혹은 애수로 똑같이 전개되는 어두운 뇌의 심연 속에서 무형의 감각들로 무리 지어 있는 것인가?……
---「맹인 악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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