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모루는 가끔, 인간의 마음이란 양손을 깍지 낀 것 같은 형태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오른손과 왼손의 같은 손가락이 서로 번갈아 가며 깍지를 낀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상반되는 두 개의 감정이 등을 맞대고 서로 마주하고 있지만, 양쪽 모두 자신의 손가락이다. (본문 55~56쪽)
“마모루, 자물쇠라는 건 말이지, 다름 아닌 사람의 마음을 지키는 거란다.”
네 아버지는?할아버지는 슬픈 듯이 말했다.
“자물쇠를 따는 기술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어. 여벌 열쇠 하나도 혼자서 못 만드는 사람이었지. 그런데도 해서는 안 될 짓을 하고, 다른 사람의 돈에 손을 대고 말았어. 그건 많은 사람들이 맡겨 놓은 마음의 자물쇠를?그걸 ‘신용’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만?멋대로 여는 짓이었지. ……
네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어. 그저 약했을 뿐이지. 슬플 정도로 약했지. 그 약함은 누구에게나 있는 거야. 네 안에도 있어. 그리고 네가 네 안에 있는 그 약함을 깨달았을 때 ‘아아, 아버지랑 똑같구나’ 하고 생각하겠지. 어쩌면 부모가 그러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때도 있을지 몰라. 세상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을 하는 것처럼 말이야. 할아버지가 무서워하는 건 그거란다.”
--- p.106
“꼬마야, 난 너보다 네 배 이상이나 되는 세월을 살아왔어. 그리고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지. 어느 세상에나, 진정한 악인이라는 게 분명히 존재한다는 거야.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절대적인 수가 적어. 그들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고작해야 뻔하지. 진짜 문제는 그런 그들을 따라가는 자들이야. 연인 장사만이 아니란다. 흔해 빠진 악질적 금융 범죄도, 그걸 생각해낸 몇 안 되는 사람들만으로는 성립하지 않아. 그걸 성립시키고, 실행하고, 만연시키는 건 더 많은 추종자들이지. 거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때가 되면 도망칠 길을 찾을 수 있는 자들이야. 악의는 없었다, 몰랐다, 나도 속고 있었다, 사정이 있어서 돈이 꼭 필요했다, 나도 피해자다?변명, 변명, 끝없는 변명이지.”
--- p. 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