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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의 모든 것 1

내 여자의 모든 것 1

닐라 | 동아 | 2021년 02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2 리뷰 17건 | 판매지수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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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512쪽 | 470g | 128*188*22mm
ISBN13 9791163024613
ISBN10 116302461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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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저, 저희 여기 동아리 가입하려고…….”
작고 앳된 음성이 머뭇머뭇 흘러나왔다. 짧은 동요를 감추고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온 태경이 어떻게든 저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는 여학생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거의 쇼트커트에 가까운 짧은 단발머리는 생소한 스타일이었다. 허벅지 부분이 헐렁하고 발목으로 갈수록 통이 조여드는 갈색 모직 바지와 굽이 두툼한 가죽 부츠, 가냘픈 어깨를 덮고 있는 낡은 코르덴 재킷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또 무슨 컨셉이야.’
태경이 빤한 눈으로 그 독특한 패션을 대놓고 훑었다. 복식사에는 문외한인 이공계인 까닭에 복고풍이라는 단어만 겨우 떠올릴 수 있었다. 어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속 캐릭터가 할 법한 차림새 같은데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본 듯도 했고.
“동아리 가입하시게요?”
“네, 네…….”
“영화 좋아해요?”
다소 단도직입적인 말투에 창백하던 여학생의 볼이 붉어지며 속눈썹이 파르르 요동치는 게 보였다. 원래도 긴 속눈썹이 좀 과하게 발린 듯한 마스카라 때문에 거의 휘청거릴 지경이었다.
“아, 네, 보, 보는 건 좋아하는데…….”
“신입생?”
여학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란 화구통을 메고 있던 마른 어깨가 약간 펴졌다. 힐끔 태경의 얼굴로 향했다 금세 피해 버리는 갈색 눈동자에 자랑스러운 듯한, 뿌듯한 빛이 얼핏 도는 듯도 했다.
“반갑네요.”
태경이 덤덤하게 대꾸했다. 어쩐지 피식 웃음이 날 것 같았다. 저렇게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을 거면 뭐 하러 애써 어울리지도 않게 시치미를 뚝 뗀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변한 게 없네.’
그러고 보면 대충 1년 만인가.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거의 3년 만이다.
‘스타일만 바꾸면 뭐 해.’
머리 모양도, 옷차림새도 판이하게 달라졌고, 늘 얼굴을 반 이상 가리고 있던 마스크도 보이지 않았지만 상자 속에 머리를 처박은 오리 새끼처럼 행동하는 건 여전했다. 자기 눈에 안 보이면 다른 사람 눈에도 안 보일 거라 생각하는.
“……그러니까 부담 가질 필요 없고요. 촬영도 하는데 주로 감상 위주로 활동하니까 기술적인 부분은 몰라도 괜찮아요.”
힐끔힐끔 틈만 나면 저를 훔쳐보는 눈빛을 모른 척하며 태경은 앞선 지원자들에게 했던 대로 동아리 설명을 깔끔하게 마쳤다. 사실 엉망으로 소개했다 해도 별 상관은 없었을 것 같았다. 이미 가입할 마음을 먹고 부스에 들어왔을 테니까.
“입부 원서 드릴까요?”
태경이 묻자 여학생이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일어났는지 옆에 있던 영훈이 원서 양식을 내밀었다. 그들이 원서를 작성하는 사이, 태경은 장갑을 낀 손으로 그들에게 줄 과자와 음료수 따위를 챙겼다.
“아, 감사합니다.”
황송한 듯 태경이 건네준 먹거리들을 두 손으로 받아 든 여학생이 다 쓴 원서 두 장을 겹쳐서 내밀었다. 떨리는 종이 끝을 못 본 척하며 태경이 그것을 받아 들었다. 기재된 연락처로 연락드리겠다고 하자 여학생은 깍듯이 인사를 한 뒤 얼른 몸을 돌려 도망치듯 눈이 펄펄 쏟아지는 밖으로 걸어 나갔다.
태경은 그대로 서서 그 작은 등이 안 보일 때까지 그쪽을 바라보았다. 포장마차처럼 길게 늘어선 부스 사이로 날리는 눈발을 맞으며 점점 멀어지는 뒷모습이 한번 뒤집었다 바로 놓은 스노볼 속 모형 같았다.
한 번이라도 뒤를 돌아보았다면 눈이 마주쳤을 텐데 여학생은 그러지 않았다. 대신 화구통 반대쪽 어깨에 메고 있던 가죽 가방을 주섬주섬 열어 태경이 건넨 쿠키 두 개와 알로에 병 음료를 무슨 보물이라도 되는 양 조심스럽게 집어넣는 게 보였다.
옆에 있던 영훈이 자다 눌린 옆머리를 손으로 정리하며 혼잣말처럼 감탄을 했다.
“와, 예술대생들은 역시 달라. 진짜 개성 강하네.”
태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란히 테이블에 놓인 두 장의 입부 원서로 시선을 돌렸다. 영훈도 눈을 가늘게 뜨고 함께 원서를 내려다보았다.
“미술학과 XX학번 김서우, 허채윤? 뭐야, 누가 김서우고 누가 허채윤이야?”
태경의 기억에 남은 사람은 여학생 한 명뿐이었다. 하지만 분명 그 옆에 남학생 하나도 같이 있긴 했다.
“둘 다 이름이 중성적이네. 그래도 나는 알겠다.”
영훈이 자신 있게 말하며 허채윤의 원서를 집어 들었다.
“얘가 여자네.”
태경이 왜? 하고 물었다.
“여기, 입부 동기 쓴 것 좀 봐라.”
영훈이 손끝으로 들고 있던 원서의 입부 동기란을 톡톡 두드렸다. 거기엔 동글동글 귀여운 글씨로 신입생 모집하는 선배님이 잘생겨서, 라고 짧게 쓰여 있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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