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는 방에 살고 싶다
“제게 심플한 생활이란 물건을 전부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건, 그리고 인생에서 소중한 인연으로 만난 물건들을 집 안 곳곳에 조금씩 놓아두는 데서 오는 만족감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사는 데 꼭 필요한 물건이란 건 사실 뜻밖에 그리 많지 않아요. 가령 요리할 때 볼이 없으면 큰 사발을 대신 사용해도 되고, 가전제품의 사용설명서도 필요할 때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하면 그만이거든요.”
아무것도 없는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차츰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는 유루리 마이 씨. 예전과 비교하면 그다지 유행을 좇지 않는 생활을 하다 보니, 모두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고 있는데 자기 혼자만 느릿느릿 걷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게 더없이 마음 편하다. 유행하는 요리가 아니어도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제대로 된 가정식을 만들 수 있으면 되고, 화려하지 않아도 청결하다면 그걸로 좋다는 나름의 기준이 생긴 덕분이다.
---「SIMPLE ROOM 01, 유루리 마이 ‘물건이 적은 집이야말로 살기 편한 집’ 」중에서
물건의 적당량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수납 상자를 최후의 수단’으로 인식해야 한다. 수납 상자를 쓰면 처음에는 물건을 구분해서 정리하다가도 결국은 안에 적당히 물건을 쑤셔 넣고 만다. 그런데도 뚜껑만 닫아두면 겉으로는 깔끔하게 보이기 때문에 안에 든 물건의 존재감을 잊게 된다. 이렇게 수납 상자는 편리하지만 그만큼 위험하다. 구라타 씨는 자신이 소중히 다룰 수 있는 물건의 적당량을 확인해서 모두 처분한 후에, 마지막으로 수납 상자를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또 그걸로 모두 끝났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정기적으로 다시 살펴봐야 한다.
---「SIMPLE ROOM 03, 구라타 마키코 ‘소중한 물건에 둘러싸여 지내는 편안함’」중에서
히지 씨는 미니멀리스트 생활을 시작하고부터는 기본적으로 거의 쇼핑을 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버리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일단 물건이 늘어나지 않으면 매번 정리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는 물건을 새로 사는 데 신중해졌다. 버리는 일보다 ‘물건을 사는’ 일에 초점을 맞춰야 깨끗한 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SIMPLE ROOM 04, 히지 ‘물건을 없애고 되찾은 혼자만의 자유시간’ 」중에서
“예전 생활을 돌아보면, 전 언제나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며 살아왔던 것 같아요. 꼭 갖고 싶은 것도 아니면서 비싼 브랜드 옷을 사거나 했던 것도 일종의 허세였죠. 옷 만들기를 좋아한 건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좋은 아내, 좋은 엄마로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재봉과 요리도 잘하는 데다 집 안은 물론 정원까지도 깔끔하게 가꾸고 사시다니, 정말 대단하네요!’라는 말을 듣는 멋진 주부가 되고 싶었던 거예요. 하지만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소유하고 살아가는 지금은 그런 마음이 깨끗이 사라졌어요. 그 대신 정말로 하고 싶은 일과 솔직하게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SIMPLE ROOM 05, 아즈키 ‘빗자루 하나로 시작된 미니멀 라이프’」중에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물건들로 넘쳐나고 있어요. 더 많은 물건들을 갖는 것과 최소한의 물건만으로 살아가는 것 중에서 어느 쪽을 택할지는 자신에게 달린 문제죠.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없는 쪽을 선택하는 편이 물건에 지배당하지 않고 마음 편한 나날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SIMPLE ROOM 07, 이노우에 ‘깨끗하지만 불편하지 않은 생활’ 」중에서
집이란 원래 거주공간과 수납공간의 균형을 맞춰 설계한다. 그런데 사람이 편안히 쉬는 장소이어야 하는 집에 물건들이 넘쳐나서 정작 생활이 불편해지는 본말전도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정된 수납공간을 생각하지 않고 계속 물건을 늘리기 때문이다. 그녀는 집이란 무엇보다 편히 쉴 수 있는 안락한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해진 수납공간에서 넘치는 물건은 깨끗이 처분한다.
---「SIMPLE ROOM 08, 아키 ‘세상에서 가장 안락한 우리 집’」중에서
“예전에는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늘 시간에 쫓기는 기분이었지만, 지금은 머릿속을 텅 비울 수 있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특히 텔레비전을 없앤 효과가 큰 것 같아요.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금세 시간이 훅 지나가 버리잖아요. 버라이어티 방송을 무심히 보고 있다가 수면 부족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저 정보가 맞는 걸까?’ 하고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요. 저는 결국 정말로 믿을 수 있는 건 자신의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SIMPLE ROOM 09, 모리타 사토시 ‘쓸모없는 물건은 하나도 없는 심플한 방’」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