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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일본 건축

: 패전과 고도성장, 버블과 재난에 일본 건축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조현정 | 마티 | 2021년 03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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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03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666g | 152*225*22mm
ISBN13 9791190853101
ISBN10 119085310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일본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 최다 배출국이다. 일본 건축은 해방 후부터 지금까지 한국 건축계에도 꾸준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건축에 대한 국내 저자의 책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1945년 이후 일본 건축의 주요 국면을 시대순으로 정리한 『전후 일본 건축』은 이 공백을 아쉬움 없이 메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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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일본 건축에서 ‘전후’란 무엇인가?

1장. 단게 겐조, ‘전후’ 일본의 국가 건축가
국가 건축가의 등장 / 전쟁 시기의 단게 / 히로시마 평화공원, 전후 건축의 출발 / 국제주의 모더니즘 vs. 일본 전통 / 전통논쟁과 조몬론 / ‘일본적이면서 모던한’: 이세 신궁과 가쓰라 이궁의 교훈 / 구도쿄도청사와 가가와현청사: 전후 민주주의의 기념비

2장. 도쿄대학 단게 연구실, 전후 일본의 설계자들
도쿄대학 단게 연구실과 〈도쿄계획〉 / 도시 모빌리티를 위하나 제언 / 일본 열도의 마스터플랜, 도카이도 메갈로폴리스

3장. 메타볼리즘, 신진대사의 건축
메타볼리즘, 전후, 냉전 / 신진대사의 건축론 / 메가스트럭처 vs. 그룹 형태 / 캡슐 건축 / 대파국 이후의 미래 / 생존 건축으로서의 메타볼리즘 / 메타볼리즘의 유산

4장.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 정보화 시대의 도시
박람회와 미래도시 / 미래학의 시대 / 두 명의 엑스포 총괄 건축가: 단게 겐조 vs. 니시야마 우조 / 단게 겐조의 대지붕: 소프트 건축 / 이소자키 아라타의 축제광장: 보이지 않는 도시 / 구로카와 기쇼의 캡슐 하우스: 정보화사회의 주거

5장. 이소자키 아라타, 포스트모더니즘과 일본
‘아라타’ vs. ‘신’: 예술가 건축가의 탄생 / ‘반예술’의 시대와 폐허 / ‘보이지 않는 도시’: 환경에서 사이버네틱스로 / 1970년대: 전위의 요양기 / 쓰쿠바 센터 빌딩 / 포스트모더니즘과 일본

6장. 이토 도요, ‘소비의 바다’에서 유영하라
평화로운 시대의 노부시 / 추락한 캡슐: 메타볼리즘을 넘어서 / 실버헛: 도시를 향해 열다 / ‘소비의 바다’에서 유영하라 / 센다이 미디어테크: 정보화 시대의 미디어 수트

7장. 탈전후 건축의 쟁점과 주택 건축
탈전후의 도래 / 1990년대 이전의 주택론: 전후 주택의 프로토타입에서 주택 예술론까지 / 1990년대 이후의 주택론: 핵가족 이후를 위한 주택 / 3.11 이후의 주택론: 사회 디자인으로서의 건축 / 주택으로 일본을 바꾸다

8장. 다시, 일본
2020 도쿄올림픽 유감 / 신국립경기장 논란 / 구마 겐고의 작은 건축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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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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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선진국 일본

일본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 최다 배출국이다. 단게 겐조를 시작으로, 마키 후미히코, 안도 다다오, 세지마 가즈요와 니시자와 류에, 이토 도요, 반 시게루, 이소자키 아라타까지 여덟 명의 건축가가 프리츠커 상을 받을 만큼, 건축 최선진국 중 하나다. 이런 일본 건축은 해방 후부터 지금까지 한국 건축계에도 꾸준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건축에 대한 국내 저자의 책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1945년 이후 일본 건축의 주요 국면을 시대순으로 정리한 『전후 일본 건축』은 이 공백을 아쉬움 없이 메워준다.

현대가 아닌 전후저자는 1945년 이후 일본 건축을 서술하기 위한 틀로 ‘현대’ 대신 ‘전후’(戰後)를 선택한다. 단순히 시대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 전의 군국주의와 차별된 민주주의, 평화주의, 경제성장을 특징으로 한 일종의 가치 공간을 말하는 ‘전후’를 통해 건축을 살핀다. 시대의 흐름이나 양식, 건축가 개인의 특징으로 건축을 설명하기보다,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적 맥락 속에서 건축을 파악하고 서술한다는 뜻이다. 때문에 이 책은 20세기 일본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누구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전후 일본의 설계자

1945년 패전과 함께, 일본은 천황제와 군국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변모해야 했다. 건축은 이 전환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단게 겐조의 전전 작업과 전후 작업의 변화를 통해 이를 추적하는 저자는 일본 패전과 20세기 인류 비극의 현장에 건립된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전후 건축의 출발점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단게는 일본적인 양식을 버리고 국제주의 모더니즘을 전략적으로 도입해, 보편적인 휴머니즘, 민주주의, 평화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다. 전후 일본에서 전쟁의 책임과 연루된 전통을 국제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현대와 어떻게 화해시킬지는 큰 과제였고, 이는 전통논쟁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오카모토 다로와 단게 겐조 등의 전통 논의를 통해 어떻게 ‘전통적이면서 모던한 일본’이 등장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비서구 아방가르드의 신화

20세기 건축의 역사는 아방가르드 건축이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192-30년대 아방가르드 건축은 새로운 사회와 도시의 청사진을 그려 보이는 역할을 하며, 20세기 내내 상상력의 원천이 되었다. 1960년대 일군의 일본 건축가들은 가변성과 유연성, 증식과 변화를 전면에 내세운 여러 프로젝트들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이를 메타볼리즘이라 부른다. 인공대지, 캡슐호텔 등 메타볼리즘의 여러 시도들은 비서구권 아방가르드의 대표적인 예로 꼽히며, 다방면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일례로 (메타볼리즘 동인은 아니었지만 메타볼리즘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던) 단게 겐조의 〈도쿄계획〉은 한국 김수근 팀의 〈여의도계획〉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사카 70 만국박람회

일본이 세계 경제의 최정상으로 나아가던 1970년 오사카에서 열린 만국박람회가 개최된다. 이 만국박람회를 저자는 경제성장과 기술 진보가 가져온 급격한 사회 변동에 대응해 미래도시의 모델을 제시한 시도로 평가한다. 일본은 이전의 박람회에서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강조했던 데 비해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에서 초현대적 미래도시를 주제로 기술 강국의 이미지를 과시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오사카의 명소로 남아 있는 오카모토 다로의 〈태양의 탑〉을 비롯해 단게 겐조의 대지붕, 이소자키 아라타의 축제광장, 구로카와 기쇼의 캡슐 하우스 등을 당대의 맥락을 통해 소개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을 환영한 일본

일본은 다른 어떤 국가보다 포스트모던을 환영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을 넘어서려는 문화현상을 총칭하는데, 일본은 포스트모던 사회가 구현된 사례로 여겨지며 특별한 지위를 누렸다. 서구적 의미에서 완전히 근대적인지 못한 일본의 탈근대성 또는 전근대성이 이제 결핍이 아니라 대안이자 미래로 환영받게 된 것이다. 5장은 이 구도 속에서 이소자키 아라타의 작업을 살핀다. 역사주의 양식의 사용으로 이해되곤 하는 기존 논의에서 나아가,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을 통해 일본이라는 국가의 작동 방식, 일본의 자기 이해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논한다.

도시에 등을 돌린 주택

1970년대는 1960년대와 달랐다. 급진적인 전공투의 몰락, 미시마 유키오의 할복자살, 오일쇼크 등은 국가 재건과 경제성장에 대한 열망으로 점철된 한 시대의 종언을 알렸다. 6장은 이전 세대의 영웅주의를 거부하고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에 밀착하고자 한 건축가들의 흐름을 좇는다. 도시와 단절하고 바깥에서 내부를 전혀 짐작도 할 수 없는 주택들, 예를 들어 이토 도요의 U HOUSE, 안도 다다오의 출세작 스미요시 나가야 등은 개인의 피난처로서의 주택이라고 설명한다. 사막 같이 황량한 바깥세상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자, 당대의 현실에 대한 건축가의 대응이자 해석이라는 것이다.

잃어버린 N0년 시절의 건축

90년대 이후 일본은 긴 장기 불황에 빠진다. 국가가 주도한 대형 프로젝트와 개발 계획이 사라진 시대 일본 건축은 주택에서 돌파구를 찾는다. 개성 있는 주택을 원하는 중산층의 욕구에 발맞추고, 버블 이후 사회의 감수성과 라이프스타일을 개발해 나간 것이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인테리어 소품 및 주택 업체 무지(MUJI), 집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잡지 『카사 브루투스』, 국내 케이블 TV에서 볼 수 있는 「와타나베의 건축 탐방」은 모두 이 시절에 시작되거나 창간되었다. 이런 내용들을 중심으로 7장은 버블 붕괴 이후의 일본 주택 건축의 흐름을 소개한다.

재난 이후의 건축

2011년 3.11 도후쿠 지방의 대지진과 쓰나미는 일본 사회의 변곡점이 되었다. 건축도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재난에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부터 건축의 사회적 역할을 다시 묻는 일들이 일본에서 전개되었다고 전한다. 재난지의 임시 대피소와 가설주택을 어떻게 디자인 할 것인가의 문제에서부터, 개별 건물의 설계자를 넘어 일본 사회의 다양한 소프트웨어적인 문제에까지 개입하는 일까지, 건축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지를 추적한다.

사회를 통해 바라본 건축

이 책이 다루는 일차적인 대상은 건축가와 그들의 작업이지만 전공자만 위한 책은 결코 아니다. 일본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관심이 있는 이라면 누구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일본 사회에서 건축이 차지하는 높은 위상을 반영하듯, 많은 대중문화에서 이 책에서 다루는 프로젝트들을 차용한다. 세계적으로 크게 흥행한 애니메이션 「아키라」는 단게 겐조의 〈도쿄계획〉을 차용했고, 만화 『20세기 소년』은 오사카 만국박람회를 이야기 전개의 주요 동인으로 삼는다. 또 최근 일본 소설에서도 버블 붕괴 이후 전개된 주택론의 영향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빛의 현관』 등). 이 책을 다양한 일본 대중문화의 배경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 책은 한국 현대 건축의 거울처럼 읽히기도 한다. 국가 주도 개발 프로젝트, 미래학, 주택론 등 한국 건축에 눈 밝은 이들은 10~20년 먼저 일본에서 일어난 일에서 한국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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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파워문화리뷰 [21-19] 전후 일본 사회의 변동을 통해 본 건축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w******f | 2021.05.08 | 추천15 | 댓글0 리뷰제목
왜 전후(戰後) 일본 건축일까?   저자는 1945년 이후 일본 건축을 서술하기 위한 틀로 ‘현대’ 대신 ‘전후’(戰後)를 선택했다. 이는 시대구분으로서의 ‘현대’보다 “전전(戰前)의 군국주의와 차별된 민주주의, 평화주의, 경제성장을 특징으로 한 일종의 가치 공간” [p. 10]을 말하는 ‘전후(戰後)’를 통해 건축을 살피겠다는 뜻이다. 즉, <전후 일본 건축>이라는 제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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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전후(戰後) 일본 건축일까?

 

저자는 1945년 이후 일본 건축을 서술하기 위한 틀로 ‘현대’ 대신 ‘전후’(戰後)를 선택했다. 이는 시대구분으로서의 ‘현대’보다 “전전(戰前)의 군국주의와 차별된 민주주의, 평화주의, 경제성장을 특징으로 한 일종의 가치 공간” [p. 10]을 말하는 ‘전후(戰後)’를 통해 건축을 살피겠다는 뜻이다. 즉, <전후 일본 건축>이라는 제목을 통해 시대의 흐름이나 양식, 건축가 개인의 특징이 아닌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적 맥락 속에서 건축을 파악하고 서술하겠다는 저자의 의지를 선포하는 셈이다.

 

 

1950년대 전후 재건기_일본의 국가 건축가, 단게 겐조

 

1945년 패전과 함께, 일본은 천황제(天皇制)와 군국주의(軍國主義) 국가에서 민주주의(民主主義) 국가로의 변화가 강제되었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 속에서 건축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저자는 ‘일본 건축의 아버지’ 혹은 ‘일본의 국가 건축가’라고 불리면서 일본 현대 건축의 토대를 닦은 단게 겐조[丹下 健三, 1913~2005]의 변화를 통해 이를 얘기한다.

단게 겐조는 대학원 시절, 전시(戰時)의 대표적인 프로파간다에 일본 전통 건축의 모티브를 적극 도입한 ‘대동아건설총령신역계획’ 설계 공모(1942)에서 1등을 차지했다. 이는 그가 전전(戰前)에 군국주의를 위해 봉사했다는, 불명예스러운 과거를 상징한다. 이 꼬리표를 때기 위해 그는 사실상의 데뷔작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1949~1954)에 “르 코르뷔지에 풍의 국제주의 모더니즘 양식을 전략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자신의 전쟁 시기 건축과의 단절을 선언하고 전후 일본의 공식 건축가로 새 출발을 도모할 수 있었다.” [p. 41]

 

하지만 그는 단순히 자신의 전쟁 시기 건축과의 단절만을 얘기하지 않았다. 동시에 그는 천황제, 군국주의 등 일본 전통의 부정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이를 계승하려고 노력했다. 먼저 1953년 ‘국제성, 풍토성, 국민성: 현대건축의 조형에 관하여’라는 심포지엄에서 “모더니즘 건축을 일체의 배타적 민족주의를 거부하는 ‘국제주의 건축’이자, 지배계급의 이해가 아니라 민중을 위해 기능하는 ‘휴머니즘 건축’으로 규정” [p. 42]한 저명한 건축 평론가 하마구치 류이치(浜口 隆 一, 1916~1995)와 달리 일본 건축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심지어 모더니즘, 즉 “국제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을 정신성을 결여한 백색의 “위생도기”라고 조롱하기까지 했다.” [p. 43]

또한, 세계시민의 입장에서 일본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인간의 뿌리, 원시성으로서 조몬[繩文, B.C. 10세기~B.C. 3세기]적인 세계를 추구한 오카모토 다로[岡本 太郞, 1911~1996]의 주장을 선택적으로 수용한다. 즉 단게 겐조는 일본 건축의 성취가 민중적인 조몬과 귀족적인 야요이[?生, B.C. 3세기~ 3세기]의 변증법적 종합을 통해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예로 전통 건축의 대표작인 가쓰라 이궁[桂離宮]과 이세 신궁(伊勢神宮)을 제시했다. 물론 단게 겐조의 주장만으로 이들에게 일본 전통건축의 정통성이 부여된 것은 아니다. 여기에 더해서 일본 고건축에서 모더니즘적 요소를 찾으려는 브루노 타우트(Bruno Taut)나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 같은 영향력 있는 서구 모더니스트들의 ‘발견’과 ‘관심’이 강력하게 작용했다.

이런 방식으로 그는 일본 전통[특수성]과 모더니즘[보편성], 전통과 현대의 조화 내지는 화해를 모색했다.

 

 

1960년대 고도 성장기_메타볼리즘

 

1960년대 아사다 다카시(淺田 孝, 1921~1990)의 강력한 리더십이 이끈 메타볼리즘(Metabolism) 그룹은 건축의 유연성과 가변성, 성장가능성을 전면에 내세운 여러 프로젝트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의 성립은

첫째, 1950년 후반 근대건축국제회의(CIAM, 1928~1959)의 헤게모니 붕괴

둘째, 1950년대 일본 건축계의 일본전통논쟁

셋째, 패전과 폐허를 딛고 막 고도성장기에 들어선 전후 일본 사회의 특수한 맥락 덕분에 가능했다.

 

이들의 디자인 방법론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는데,

첫째, 메가스트럭처적 접근

도시의 여러 기능을 포괄한 초대형 구조물”[p. 110]인 메가스트럭처를 지향했다. 기쿠타케 기요노리[菊竹 淸訓, 1928~2011]의 ‘해양도시’(1958)이나 구로카와 기쇼[黑川 紀章, 1934~2007]의 ‘공중도시’(1960)가 이러한 경향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이들은 “위로부터의 전면적인 개발 강조” [p. 113] 했다.

 

기쿠타케 기요노리의 해양도시, 구로카와 기쇼의 공중도시

출처: <전후 일본 건축>, p. 111

 

둘째, 그룹 형태(group form)적 접근

주민의 필요와 도시의 맥락에 맞게 유연하고 점진적인 적응과 변화를 강조하는 아래로부터의 접근을 지향”[p. 113] 한다. 따라서 “건축가의 권능보다 거주민의 요구와 지역적인 맥락에 방점을 둔 도시계획”[p. 115]을 선호한다. 마키 후미히고[  文彦, 1928~ ]의 ‘힐사이드 테라스’(1960~1992)는 이런 경향을 대표한다.

 

마키 후미히고의 힐사이드 테라스


출처: <전후 일본 건축>, pp. 116~117

 

메타볼리즘은 인공대지로 대표되는 도시적 규모의 디자인에서부터 캡슐로 불리는 개별 주거 단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케일의 작업을 선보였다. 1960년 초반 거대한 인공대지가 메타볼리즘 건축을 대표했다면, 1960년대 중반부터는 캡슐이 메타볼리즘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pp. 120~122]

이들의 시도는 비(非)서구권 아방가르드의 대표적인 예로 꼽히며, 일본 건축이 동시대 국제 건축계의 보편적인 이슈를 공유하고, 때로는 선점하기까지 하는 ‘국제적 동시대성’을 획득하게 했다. 그러나 “바다와 하늘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한다는 메타볼리즘의 대담한 구상은 기술과 진보에 대한 자신감만큼이나 (지진, 쓰나미, 화산 폭발, 태풍 등 자연재해에 노출되어 있는) 섬나라 일본이 갖는 근원적인 불안에 의해 추종되었다” [p. 136]는 저자의 말처럼 일본사회의 ‘생존에의 강박’도 한 몫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1970년대 오일 쇼크_ 포스트모더니즘, 이소자키 아라타

 

1970년대는 급진적인 전공투(全共鬪)의 몰락, 미시마 유키오[三島 由紀夫, 1925~1970]의 할복자살, 오일쇼크 등은 국가 재건과 경제성장에 대한 열망으로 점철된 한 시대의 종언을 알렸다. 건축분야에서는 오사카 만국박람회가 그 역할을 했다. 건축사학자 야쓰카 하지메[八束 はじめ, 1948~ ]가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 건축을 “모더니즘 건축의 장송곡”이자 포스트모던 건축의 서막을 알리는 일본 건축사의 중대한 역사적 전환점으로 규정” [p. 150]했던 것처럼, “1970년대 들어 과학기술 낙관론에 근거한 유토피아주의를 골자로 하는 모더니즘 건축은 냉소주의와 상업주의, 절충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포스트모던 건축의 등장에 의해 도전” [p. 152]받은 것이다.

 

이러한 포스트모던 건축을 대표하는 것이 이소자키 아라타[磯崎 新, 1931~ ]를 리더로 해서 ‘포스트 메타볼리즘’을 표방한 일련의 젊은 건축가들이다. 이들의 등장에는 무엇보다도 1970년대 일본 사회라는 배경이 큰 역할을 했다. 즉, “(일본의) 1970년대는 전후 재건이나 정치 민주화, 경제성장 같은 강력한 사회적 합의가 더는 작동하지 않게 된 시기이다. 따라서 건축도 사회를 표현하는 공적 역할을 떠맡는 대신, 시적 감흥과 지적 유희의 대상으로서 사적 성격이 강해졌다.” [p. 207] 이소자키 아라타의 ‘쓰쿠바 센터 빌딩’ (1983)은 이런 경향을 대표한다.

 

이소자키 아라타의 쓰쿠바 센터 빌딩


출처: <전후 일본 건축>, p. 217

 

전후 1세대에 속하는 3세대 건축가들은 “단게처럼 대동아 공영권의 그늘에서 발버둥칠 필요도, 메타볼리즘이나 이소자키처럼 히로시마의 유령과 싸우거나 종말의 순간을 상상할 이유도 없었다. (이들은) 자신의 건축의 목표가 국가의 부흥과 동일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롯이 자유로운 개인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 [pp. 227~228]

3세대 건축가를 대표하는 이토 도요[伊東 豊雄, 1941~ ]는 “메타볼리즘의 영웅주의적 자의식과 위압적이고 값비싼 거대 스케일의 디자인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거주민의 삶과 밀착한 주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p. 237] 그의 라이벌인 안도 다다오[安藤忠雄, 1941~ ]는 “도시를 ‘악’으로 규정하고, 주택을 도시로부터의 피난처이자 개인을 지켜주는 저항의 요새로 접근했다. 이를 위해 공간의 개방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둥과 보로 하중을 받치는 근대건축 전략을 폐기하고, 대신 견고한 벽을 쌓아 내밀한 사적 영역을 만드는 “영벽(領壁)”의 부활을 주장했다.” [p. 243]

이처럼 1970년대에 데뷔한, 이들 신세대 건축가들은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을 위한 마지막 보루이자 외부와 단절된 자족적인 소우주로서의 ‘닫힌 주택’에 관심을 가졌다. 이토 도요의 ‘U HOUSE’(1976)나 안도 다다오의 노출 콘크리트 파사드의 주택 ‘스미요시 나가야’(1976)는 이런 경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토 도요의 U HOUSE


출처: <전후 일본 건축>, pp. 240~241

 

안도 다다오의 스미요시 나가야


출처: <전후 일본 건축>, p. 242

 

 

1990년대 이후 장기 불황_탈(脫) 전후 건축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냉전 체제가 해체되고, 경제의 버블이 꺼지면서 일본은 장기 불황에 빠진다. 이로 인해 “냉전 질서 아래에서 평화와 안정, 풍요를 누렸던 일본의 ‘전후’ 패러다임이 붕괴” [p. 271]했다. 건축분야에서도 “호황기에 유행했던 과시적이고 거대한 포스트모던 건축이 비판되고, 대신 기능성, 경제성, 친환경성, 로테크(lowtech), 공동체성 등의 가치가 새롭게 모색(된)” [p. 272] 주택 설계만 활기를 유지했다.  “국내에는 <와타나베의 건축 탐방>(1989~ )으로 알려진 주택 탐방 TV프로그램이나 <카사 브루투스>(1998~ )처럼 주택과 인테리어를 소개하는 잡지가 등장한 것도 이 시기였다,” [p. 272]

언뜻 예술 소주택 붐이 일었던 1970년대와 비슷해 보이지만, “1990년대 이후 주택을 둘러싼 논의는 고령화와 인구감소, 소자녀화 등 당시 일본에 불어 닥친 급격한 사회적, 인구학적 변동” [p. 286]때문이었다.

 

2011년 3.11 도후쿠 지방의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원전사고는 또 한 차례의 변곡점이 되었다. 왜냐하면 이 재난 이후 건축이 재난복구에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부터 건축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시 묻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주택을 통해 위기에 처한 일본을 개조한다는 구상마저 나왔다.

그러나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건물인 ‘신국립경기장’과 관련된 논란은 그러한 변곡점이 제대로 작용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게 한다. 국제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자하 하디드(Zaha Hadid, 1950~2016)의 설계안을 진행 중에 백지화시키고, ‘약한 건축’, ‘작은 건축’을 지향하는 구마 겐고[?硏, 1954~ ]의 설계안을 새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일본 사회를 통해 건축의 변화를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한국 사회, 한국 건축에도 적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아가 일본의 사례를 통해 한국 사회, 한국 건축의 가까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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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현대건축 통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l*****s | 2021.03.2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개인적으로 아는 저자의 책이고 아는 출판사의 책이다. 2018년에 만났을 때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드디어 책이 나왔고 관심분야라 금요일 저녁에 받아서 하루 만에 다 읽고 오늘 다시 훑어봤다. 저자와는 작년에 "1960, 70년대 (한국에서) 건축과 미술, 미술과 건축"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며 많은 이야기를 해서 이 책의 내용이 낯설지 않;
리뷰제목

개인적으로 아는 저자의 책이고 아는 출판사의 책이다.

2018년에 만났을 때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드디어 책이 나왔고 관심분야라 금요일 저녁에 받아서 하루 만에 다 읽고 오늘 다시 훑어봤다.

저자와는 작년에 "1960, 70년대 (한국에서) 건축과 미술, 미술과 건축"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며 많은 이야기를 해서 이 책의 내용이 낯설지 않다.

대표적인 일본현대건축가를 중심으로 사건을 나열하며 경향을 소개하며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했지만 동서양의 방대한 사료를 참고로 했기에 전문성도 갖추었다고 본다. 박사논문을 출판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으리라. 출판사 편집장이 경험을 공유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주제가 익숙하지 않은 이에게는 많은 이름과 사건이 어떻게 읽힐지 모르겠다. 그래서 중간중간에 살짝 한국건축가의 이름도 넣었다.

여러 부분에서 한국현대건축에서 일어났던 활동이 떠올랐다. 당시 한국건축계 아니 문화계는 한일국교정상화를 핑계로 독자적인 문화창조에 바빴지만 한편으로 일본의 모든 것을 베끼던 시대였다. 형태만이 아니라 유형까지도 베끼곤 했는데 그 영향관계를 다룬 글은 아지 보지 못했다. 한국현대건축의 통사를 저자가 쓴다면 병렬로 비교해가며 읽기 좋겠다는 생각이다. 일방적이기는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종속관계를 가지고 발전한 문화를 비교하는 것은 학문으로서 흥미롭다.

또한 일본으로 국한된 무대를 넓혀 당시 건축계의 연관관계를 찾아보게 되었다.

예를 들어,
일본의 1959년에 후타가와 유키오가 낸 사진집, "일본의 민가"는 페르난두 타보라가 만든 책, "포르투갈 대중건축 arquitectura popular em portugal"을 떠올린다. 2차대전 직후에 민가를 조사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했고 그 결과물을 책으로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두 작업은 같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서유럽에서 태어난 모더니즘을 수용하던 문화의 변방에서 고유한 전통을 고민하던 건축가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두 작업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궁금하다. ciam과 1960년 월드디자인컨퍼런스에 타보라가 참여했으니 어떤 식으로든 두 결과물 사이에 영향은 있을 수 있다. 아니 있었을 것이다.

이렇듯 통사가 말하는 통시적인 이야기가 흥미로운 것은 공시적인 사건을 찾아내는 단초를 주기 때문이다.

한국현대건축을 꿰뚫는 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건축에 대한 국내 저자의 책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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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적 맥락 속에서 파악한 1945년 이후 일본의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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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f | 2021.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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