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내가 다가가도 너는 켜지지 않았다

내가 다가가도 너는 켜지지 않았다

현대시학 기획시인선-13이동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 판매지수 36
정가
10,000
판매가
9,000 (10% 할인)
구매 시 참고사항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186g | 125*188*20mm
ISBN13 9791186557853
ISBN10 1186557850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미장센

꿈속에선
공원 벤치에 앉은 아이의 뒷머리가 있었다
꿈에서 벌어진 사건과는 아무 상관없는 아이였는데
왜 거기 앉아있었을까

허름한 골목
폐타이어 화분에 핀 채송화를 슬쩍 스쳐가는 바람은
불어야만 했던 것이다 단역배우처럼
서툰 벽화는 꼭 서툴러야 했고
담장 위를 걷던 고양이에겐 기억나지도 않을 오후겠지만

그래서 살 수 있는 것이다 잊을 수 있다는 기적으로
밥이 넘어가는 것이다
그토록 사소한 종말들

악몽을 꿨는데 아이의 뒷머리가 또 놓여있었다
채송화는 시들어 죽었고
그 곁으로 바람은 여전히 불어야만 했다
산 너머에선 천둥 치며 비구름이 몰려오고

나는 얼마나 잠깐 화창했던 생물이었던 걸까
비가 오기까지 나는 벤치에 앉아 있다

-----------------------------------------------------------------

비몽

앞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그는 한동안 말이 없다
그의 얼굴이 문득 아버지 얼굴과 겹치더니
다른 낯익은 얼굴로 보이다가
끝에 가선 모르는 얼굴로 바뀌어 있다
아무도 없던 거리였는데 골목에서 한두 사람이 걸어나오고
텅 빈 하늘이었는데 산 너머에서 헬리콥터가 날아온다
창밖 풍경이 팔십 년대처럼 보이는 건
그가 오랜 친구여서일 테고
전에도 이렇게 말없이 마주앉았던 적이 있어서였겠고
조용하던 카페에 갑자기 음악이 흐른다 상황을 눈치챈 듯
당황한 듯 관심을 돌리려는 듯
어느새 그는 그의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오늘은 좀 그렇고 내일 한잔 하자 웃으며
카페가 서서히 멈추는 미동을 느낀다
그는 꾸는 사람 없이 돌아다니는 꿈이었다
자기가 꿈이라는 것을 모르는 거였고
어쩌면 나 역시

옆집 살던 누나는 삼십 년 만에 나타났다
그녀는 스무 살 적 그대로였다
펫 숍에서 무심한 눈으로 쳐다보는 개가 있다
어렸을 때 키우다 죽은 개였다
공원 벤치에서 졸고 있던 노인
내가 아는 나이라면 졸음조차 불가능한 일이다
아주 긴 장면을 잘라내고 편집된 영화가 상영 중이다
다큐멘터리인데 언제 찍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등장하는 장면과 장면 사이에는 어떤 영원이 잘려나갔을지도 모르는
분명 아름다운 날들이었으나 믿지 못할 순간의 연속일 뿐이다
가급적 놀라지 않기로 한다

우린 신이 꾸던 꿈일 수도 있다
원래 꿈이었을 수도 있다
고양이도 나무도 바다도
꿈인 줄 모르니까 꿈인 줄 모른다
증거 하나 세상은 누가 죽어도 지워진 적 없다
증언 하나 너 어디 있다 지금 나타난 거니
증좌 하나 빈자리는 어떻게든 메꿔진다
부재
상처
그리움
모퉁이를 돌아가던 바람이 고개를 돌린다
이 한 줄기 가는 바람이 느껴지면 꿈이었던 한 사람이 죽는다는 것을 안다
바람이 자리를 메꾸며 사람이었던 꿈이 소멸 중이다
그도 어머니로부터 태어났고 말을 배웠고 졸업하였으며 회사에 다녔다
살아있는 꿈이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이었다

거기 창가에도 빗방울이 흘러내리고 있겠지
같이 거닐던 도서관 길가에도 코스모스 피었겠지
다락에 잠들었어도 라디오는 최신가요를 수신 중일 테고
천막극장 사라졌지만
어느 마을에선가 천막 펼치고 옛 영화를 상영하고 있을 것만 같은
보이지 않는 날
들리지 않는 거리
이상해요 결코 죽지 않는다는 것은
박물관을 관람하고 나온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같아 보이고요
언제 적에 살다가 건너온 것일까요 복원된 듯
내일 창가에 빗방울이 흘러내렸지
내일 도서관 길가 코스모스는 조금 시들었지
이제 보니 나는 한평생을 다 가보았어요
무슨 계절이 끝나가고 있는지 알 수 없는데
알 일도 없죠

좀 더 보고 싶어 달려 봐도 노을은 빨랐다
영영 따라잡지 못하는 건 매일 꾸는 악몽에서도 그랬다
가까워질수록 좁혀지지 않는 거리
멈출 수는 없다는 것이 여기서 할 수 있는 다다
깨어나도 깨어나는 꿈이었다

----------------------------------------------------------------------

사몽似夢

늘 다른 얼굴로 나타나지만 너라는 것이 분명한 선몽
노을이라는
해몽이 불가능한 꿈처럼

돌아갈 힘을 남겨놓지 않아서 이길 수 있는 거야*

어젯밤에도 너는 꿈속에 미리 들어와 앉아 있었다
너를 또 꾸고 있으므로 나는 또 진 것이다

그만이라니 전력을 다해 기억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게 기억이야

텅 빈 꿈을 꾸기 위해선 텅 빈 꿈을 꾸어야 했다

그래도 해몽하자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주위에 불길한 일이 생길 조짐도 보이지만
같은 꿈을 더 이상 꾸지 않을 때까지 불길은 미루어질 겁니다
아름다운 겁니다 잊지 못한다는 것은
꿈에 담군 한쪽 발을 빼내지 마세요

노을은 낮의 꿈일까 밤의 꿈일까
네게 나는 조금 늦게 들어온 걸까

(* 영화 가타카 중)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품절 상태입니다.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