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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구이를 논함 (큰글자도서)

돼지구이를 논함 (큰글자도서)

리더스원 큰글자도서이동
찰스 램 저 / 송은주 | 반니 | 2021년 01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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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96쪽 | 188*285*20mm
ISBN13 9791191214048
ISBN10 119121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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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는 구워야 제맛이다. 우리 조상이 끓이거나 삶아서 먹었다는 것을 무시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하면 구운 돼지껍질을 먹을 수 없다! 단언컨대 너무 바짝 구워지지 않게 잘 지켜보며 황갈색으로 바삭하게 구운 돼지껍질 맛에는 비할 것이 없다.
--- p.14, 「돼지구이를 논함」 중에서

바스티유 감옥의 죄수로 사십 년을 갇혀 있다가 갑자기 풀려난 것 같았다. 내가 나 자신을 떠맡을 수 없었다.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 영원 속으로 들어간 기분이었다. 인간이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이 일종의 영원이기 때문이다. 내가 다룰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내 손에 놓인 것 같았다. 시간에 쪼들리던 가난뱅이에서 갑자기 엄청난 부를 누리게 된 것이다.
--- pp.44~45, 「은퇴자」 중에서

신혼부부의 얼굴에서, 특히 부인의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완전한 만족과 충족감보다 더 꼴 보기 싫은 것도 없다. 그것은 이제 이 세상에서 그녀의 운명이 결정되었으며, 당신은 그녀에 대해 일말의 희망도 가질 수 없음을 의미한다. 사실이다. 나는 그녀에 대해 아무 희망도 없고 딱히 바람도 없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런 건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그런 진실들 중 하나지, 굳이 입 밖에 내어 말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 pp.64~65, 「기혼자들의 행동에 대한 독신자의 불만」 중에서

아프면 군주 같은 특권을 누릴 수 있다. 다들 살금살금 소리 죽여 걷고 눈짓만 해도 조용히 보살펴준다. 하지만 환자가 조금 나아지면 바로 그 하인들이 인정사정없이 문을 쾅쾅 닫거나 아예 닫지도 않고 드나드는 등 부주의하게 행동한다. 회복 전후를 비교해보면, 옥좌라고 해도 좋을 병상에서 팔걸이의자로 옮겨가는 것이 퇴위와 맞먹는 권위의 추락이라고 고백하게 될 것이다.
--- p.80, 「회복기의 환자」 중에서

나는 열성 신자로 신전을 떠났다가 합리주의자로 돌아왔다. 물질적으로는 예전과 똑같았다. 하지만 상징은 사라졌다! 녹색 커튼은, 더는 그것이 오르면 과거로 되돌아가 ‘제왕의 유령’이 등장하게 되는 두 세계 사이에 드리운 베일이 아니었다.
--- pp.90~91, 「첫 연극 관람」 중에서

그대에게서 돈을 빌린 자의 행동을 보면 어찌나 그렇게 경솔한지! 불그레한 그 얼굴! 신의 섭리에 대한 아름다운 신뢰를 얼마나 굳게 보여주는가. 백합꽃 못지않게 생각이 없다! 돈, 특히 당신 돈과 내 돈은 또 얼마나 경멸하는지 개똥만큼도 대단치 않게 여긴다.
--- p.129, 「두 부류의 인간」 중에서

나는 굴뚝 청소부를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어른 청소부 얘기가 아니다. 나이 든 굴뚝 청소부들은 전혀 매력이 없다. 어머니가 닦아줘도 뺨에서 다 지워지지 않은, 처음 묻힌 시커먼 얼룩을 뚫고 피어나는 상냥한 풋내기들이 그렇다. 그들은 새벽빛을 받거나 그보다 더 일찍부터 전문가답게 청소하시라는 외침을 뽑으며 나온다. 그 소리는 어린 참새가 짹짹거리는 소리 같다.
--- p.160, 「굴뚝 청소부 예찬」 중에서

그 시절에는 한밤중에 울리는 종소리가 내 주위에 온통 들뜬 기분을 돋우는 듯해도 내 상상 속으로 한 가닥 수심에 찬 이미지를 불러왔다. 그때는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고, 나와 관련된 결산이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만이 아니라 서른 살까지 젊은 시절에는 언젠가 죽어야 할 운명이라는 것을 실감하지 못한다.
--- p.187, 「섣달 그믐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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