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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기억

망각의 기억

: 잃어버린 나의 시간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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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2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153*225*20mm
ISBN13 9791166850042
ISBN10 116685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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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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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에 의하면, 망각된 것을 기억해내는 과정에는 구원의 가능성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우리 삶에서 망각된 것은 사실 망각된 것이 아니라지요. 많은 경험은 망각되어 사라져버린 것 같지만, 깊이 저장되었다가 끊임없이 돌아오고 또 돌아옵니다. 조각난 파편들로 문득문득 돌아오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조각난 파편들로 돌아오는 망각되었던 과거는 끝내 그 전체적인 의미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기억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끝내 그 의미를 드러낼 수 없기 때문에, 기억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고통의 과정이 되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제대로 살아내지 못했다는 책임감 때문에, 과거를 기억하려는 노력이란 더욱 고통스러운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고통의 과정은 잃어버린 우리의 시간을 되찾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기억을 통해서 우리의 삶은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망각되었던 과거는 되찾은 그 기억 안에서 나의 삶 안에 새롭게 머무를 수 있게 되겠지요.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부활하는 것입니다. 그 부활이란 저 너머 또 다른 세상에서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의 다른 삶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그 기억을 안고 이 세상에서 조금은 달리 살 수 있게 될 테니까요. 그래서 벤야민은 망각된 것을 기억해내는 과정에는 구원의 가능성이 담겨있다고 말하는 모양입니다.

스위스 화가 파울 클레의 [니센산: 이집트 풍의 밤]을 떠올려 봅니다. 이 책 『망각의 기억』의 표지 이미지로 사용된 그림인데, 제1차세계대전이 끝난 얼마 후에 그렸답니다. 전쟁 후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흑백 석판화만을 그리던 그가 조심스럽게 색을 되찾으며 그려낸 그림이라지요. 니센산은 그 생김새 때문에 스위스의 피라미드라고 불리는 산입니다. 니센이라는 이름은 그 산에 지천으로 깔린 야생화인 용담꽃에서 유래했구요. 고운 푸른빛으로 산과 들에 나지막하게 펼쳐져 있는 작은 용담꽃들, 비바람이 불어도 높은 산 계곡 바위틈에서 굳세게 살아남는다는 작은 용담꽃들, 그 강인한 꽃들이 펼쳐져 있는 니센산, 피라미드를 닮은 그 산을 보면서 클레는 어떠한 기억을 되찾은 것일는지요. 이집트의 역사보다 더 장구한 세월을 버텨낸 그 산을 보면서 클레는 어떠한 기억을 되찾은 것일는지요.

울지 않으려고 그린다고 했다는 클레는 고통 속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삶의 아름다움을 기억해냈던 것 같습니다. 아직 거무스름하지만 하늘에 걸린 해와 달과 별들도 아름답고, 세모난 푸른 산도 아름답고, 군데군데 거무스름한 산기슭의 나무와 꽃들도 아름답습니다. 말로 꺼내기 힘들게 깊이 품고 있는 고통스러운 기억은 그렇게 꽃이 되고 별이 되었을 겁니다. 나에게, 당신에 대한 기억도 그러합니다. 가슴 깊이 품고 있는 당신에 대한 기억은 차마 풀어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기억이 꽃이 되어서 낮이 아름답고, 당신의 기억이 별이 되어서 밤이 아름답습니다. 무엇보다 당신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나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바칩니다.
머리말 중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내 곁을 영영 떠날 때, 아무도 떠난다고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영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기가 어렵다. 만일 영이 있다면, 그들이 그렇게 나 모르게 가버렸을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들은 나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이별이라는 고통을 나에게 안기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떠나버렸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들이 간절하게 나에게 전하는 작별인사에 내가 귀 기울이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영이라는 것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십몇 년 전 미시간주 앤아버에 일 년간 머무를 때였다. 우리 가족은 그곳에서 미시간 대학 소속의 소박한 관사에서 살았다. 큰 나무가 두어 그루 있는 작은 마당에는, 봄이면 수선화도 몇 송이 피었다. 온갖 작은 동물들도 놀러 오곤 했다. 매일 와서는 몇 시간이고 마당 풀밭에 서 있곤 하던 로빈(붉은가슴울새)도 있었고, 강아지처럼 재롱을 부리며 견과류를 얻어가곤 했던 뚱보 다람쥐도 있었다. 뚱뚱한 쥐 같아서 곰쥐라고 부르던 설치류 동물도 자주 들락거렸다. 가끔은 다정한 오리 한 쌍이 유유하게 마당을 가로질러 걷기도 했고, 어스름한 밤이면 사슴을 볼 수도 있었다. 주변 들판에는 작고 하얀 토끼도 많았고, 능금나무 밑에는 거위가 떼로 모여있었다.

혼자 있을 때 내가 좋아하던 놈은 로빈이었지만, 온 가족이 좋아하던 놈은 뚱보 다람쥐였다. 굉장히 사교적인 붙임성이 있는 이놈은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 집 거실 유리문 앞에 와서, 뒷발로 서서 앞발을 모았다. 조그만 동그란 눈은 “먹을 거 주세요~” 하며 웃는 듯했다. 대학생이던 아들아이는 실 끝에 견과류를 매달고는 꼬마소년처럼 그놈이랑 놀곤 했다. 실을 위로 잡아 올리면 그놈은 앞발을 더 높이 올리면서 견과류를 낚아채려고 버둥거렸다. 한참 후 그 유리문 앞에서 모든 식구가 사라지면, 내가 식사준비를 하는 건너편 부엌 창문 쪽으로 돌아와서는 기어올랐다. “먹을 거 주다 말고 어디 갔냐구요?” 하고 투정을 부리는 듯했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놈 때문에 웃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가을이 되자, 뚱쥐라고 불리던 그 뚱보 다람쥐는 더 이상 우리 유리문 앞에 오지 않았다. 겨울잠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또 여러 달이 흘러 겨울이 되었고,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떠나기 전날 짐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몇 달 만에 우리 뚱쥐가 유리문 앞에 찾아왔다. “어디 가세요?” 하는 듯이 어수선한 집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우리 식구는 깜짝 놀랐다. 그놈이 우리가 떠나는 것을 알고 인사하러 온 거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그놈이 먹을 만한 것을 모두 모아서 그 앞에 놓아주었다. 볼때기 가득 입에 넣고 왔다 갔다 하면서 자신의 은신처에 다 옮겨놓고 나서도, 그놈은 오래도록 우리를 마주 보고 있었다. 눈 내리는 문 앞에서 뒷발로 서서 앞발을 모으고 인사를 전하고 있었다. 일 년간 살던 정든 집을 떠나는 우리의 심사를 따듯하게 지켜봐 주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식구는 지금까지도 뚱쥐의 작별인사를 기억하면서 웃곤 한다. 그리고 그놈이 우리 없이도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빌곤 한다.

이 글을 쓰면서, 우리나라 다람쥐와는 달리 북미 다람쥐는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북미 다람쥐는 겨울잠을 자지는 않고, 은신처에 먹이를 잔뜩 저장해 두고 들락날락하면서 겨울을 난단다. 우리 식구가 놀랐던 거처럼 뚱쥐가 우리가 가는 걸 알고 겨울잠을 자다 말고 나온 건 아니었다. 그 말을 듣고 좀 김이 센 건 사실이다. 그러나 뚱쥐의 그 작별인사가 덜 신비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신통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은신처에 박혀있었는지 그놈은 몇 달 동안 나타나지 않았는데, 떠나기 전날 우리 앞에 나타났으니 말이다.

물론 뚱쥐가 그런 식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은 신비한 영적 교감에 의해서가 아니라 먹이를 구하려는 동물 특유의 필사적인 본능에 의해서일지 모른다. 그래도 나는 뚱쥐가 도대체 어떻게 우리가 떠나는 걸 알고 찾아왔는지 궁금해진다. 어떠한 알 수 없는 영의 흐름이 우주에 흐르고 있어서, 우리가 아주 세심하게 마음을 기울이면 서로의 안부를 알 수도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도 든다. 쓰나미가 몰려오면 사람보다 동물이 먼저 감지하듯이, 동물들은 우주 만물의 흐름에 더 민감한 게 아닐까 하는 느낌도 든다. 그리고 그놈이 잘 있나 궁금해지면서, 엉뚱하게도 “개에게도 불성이 있는가”라는 불교의 화두가 떠오른다. 다람쥐에게도 불성이 있는가....
<앤아버의 뚱보 다람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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