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23쪽 \| 176g \| 1251888mm
ISBN13	9791186557877
ISBN10	1186557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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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장옥경 이동 관심작가 알림신청

지고이네르바이젠

가슴을 파고드는 애잔한 바이올린 선율
가늘게 떨면서 끊어질 듯 이어지는
파문이
번지고 있는
터키의 보드룸 해변

어디로 가려는가, 운동화 꼬옥 신고
붉은 볼 파도에 묻고 잠이 든 쿠르디
빈 가슴
여울물 되어
쉴 새 없이 출렁이고

치솟고 잦아드는 G현의 울림으로
세계가 술렁거리고 닫힌 문 열렸지만
지금도
추위에 떨고 있는
시리아 난민들

--- 「지고이네르바이젠」 중에서

솟대 위, 새

어디를 보고 있나 가슴 뻥 뚫린 채
막 떨쳐 일어날 듯 힘줄 불끈 솟는데
온종일 장대 끝에 매달려
무슨 생각 하고 있나

창 없는 방에서 날갯죽지 파묻고
휴대폰이 울리면 푸드덕 날개 펼치다
기어이 주저앉고 마는
인천공항 송환대기실

기다림도 결이 삭아 노을빛으로 오는 저녁
간절한 소원 편지 저 별에 닿았을까
비상의 그날을 꿈꾸며
하늘 향해 깃 세우는

--- 「솟대 위, 새」 중에서

비창 3악장

책갈피 갈피마다 그림자 어른거린다
터질 듯 부글부글 끓어 넘치는 가슴들
우르릉 지축이 흔들린다
우르릉 꽝. 우당탕

산을 허물고 땅을 파고 터널을 뚫어
우뚝 선 아파트, 고층빌딩, 핵발전소
끊어진 혈맥 사이로
신음하는 아! 어머니

들판을 달리는 화랑의 말발굽 소리에도
네편 내편 나누어 핏대 세우는 사람들
첨성대 비틀거린다
다보탑이 떨고 있다

파헤쳐진 땅에서 무슨 꿈 꿀 수 있나
큰 바람 지나간 길 수백 차례 작은 여진
지금도 땅속 깊숙이
용암이 끓고 있다

--- 「비창 3악장」 중에서

비발디 수채화

얼음 풀린 냇가에 아지랑이 아른아른
비비쫑 종달새 소리 햇살처럼 쏟아지자

흰 우주 침묵을 깨고
초록 잎새 툭, 트인다

푸른 물감 풀어놓자 달려오는 여름바다
진초록 숨결 꿈틀대는 열정의 화폭엔

잎새에 물 흐르는 소리
손끝에도 풀물 들고

천지간 불붙었다 강하고 화려한 색
절창의 한 대목을 풀어놓은 가을 캔버스

한 생애 온몸으로 태우며
붉디붉게 물들고

이제 붓을 놓으려나 바람마저 싸늘한데
순백의 고요 속으로 풍경들이 걸어갈 때

적멸寂滅의 시간 속에서 핀
새하얀 저 눈꽃

--- 「비발디 수채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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