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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웃음이 떠오르지 않았다

적절한 웃음이 떠오르지 않았다

시인동네 시인선-148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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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24쪽 | 184g | 125*204*8mm
ISBN13 9791158965068
ISBN10 115896506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피할 곳은 없었다 인기척은 다가오고

동공을 늘렸으나 빛은 모이지 않았다 흉기의 강도는 재질에 비례하고 철기는 가공될 때 분노를 축적하고 순한 목기 골기도 폭발하면 강력하고 방어근은 공격근보다 육질이 허술하고 상대의 타격감은 기분 따라 다를 거야 종일 우울한 채로 돌아다닌 F라면 나의 오늘 운은 횡액에 들었을 것 턱뼈가 돌아가고 갈비뼈는 부러지고 손으로 벌레 하나 잡지 못하는 E라면 내가 어금니를 깨물고 다가오고 있을 걸 시간을 묻는 A라면 해피엔딩이 될 거고 R처럼 나이를 물으면 곤란할 수도 있을 거고 내일을 서로 바꿔보며 캄캄하다고 놀리겠지 뒷골목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거라고

껴안고 어둠의 바깥으로 뛰어들자면 어떡하지

그럴 듯한 R의 요구는 수용하기 힘들 거야 뒤돌아서 뛰는 일은 비겁한 짓이겠고 구명을 요구하면 후회로 남을 거야 거리가 줄어들자 보폭이 좁아졌고 몇 년쯤 더 써먹을 상상력을 다 털어도 적절한 웃음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리 어둡더라도 무례하진 말아야지

골목에 피 냄새가 흥건할 것 같았다 검은색 볼펜으로 어떤 증거를 남길까 때로는 침묵이 많은 것을 말해주지 오늘밤도 무거워서 환기는 어렵겠고

길에서 밀려 좁아진 길에는 늘 어둠이 모여든다

--- 「3초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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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 문제를 길거리에 서서 푼다.

구름의 모양이나 움직임을 고려할 때 컵밥에 덮을 메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뱉다 삼킨 욕
② 상처 없는 치통
③ 끈 끊어진 마스크
④ 잘못 예보된 적설량
⑤ 사용한 적 없는 수정 테이프

울음이 오렌지색인 비둘기가 날아온다.

--- 「노량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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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ice』라는 책이 아메리카에서 출간됐을 때 1년 동안 십만 권이 가을 강물처럼 팔렸다는데 이듬해 그 책이 코리아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로 번역돼 나왔을 때 강물이 둑을 넘듯 1년 만에 백만 권 넘게 팔렸고 이후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지난 지금까지 홍수는 아니지만 판매 수량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버드와 석학 철학 마이크와 샌달 등 내 책꽂이에도 뭐 그런 단단한 말들이 자리를 잡고 있지 독서 효과를 볼 때가 지난 것도 같은데 우리 동네 개들도 1년 내내 물고 다니더라고

하기야 읽은 대로 따라 고민했다면 나 지금쯤 지팡이 짚고 구름 타고 다닐 거야

어제 술 취한 김에 일기 한 줄 썼나 보다

불의는 못 박고 참았으나 불이익은 못 참았다

--- 「궁금한 어느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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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눅눅한지 아내는 뒤척였다

마당에 나갔다가 돌아와 누워서는
빨래건조대에 걸쳐놓았던 칫솔들이 없어졌다, 했다

둘은 우리 거고 둘은 애들이 오면 쓰는 건데 예쁜 색깔들이라 새들이 물어갔나 언덕 키 큰 나무에 사는 까치가 집 고치는데 쓰려고 가져갔나 많이 낡았는데 이제 그 집 참 예뻐지겠다 내일은 우리 집도 창문을 닦아야겠어 올해는 함박꽃이 빨리 지고 흰 구름도 무거워 보여 책들도 말들도 젖어 있고,

나는 돌아누웠고 가끔 바람 소리 들렸다

다음날 아침
칫솔들은 건조대 밑 풀밭에 떨어져 있었다

젖은 시간들을 주워들고 들어왔다

아내는 보이지 않고
까치들이 울었다

---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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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가 제 알을 남의 둥지에 넣듯 아버지는 식구들을 판잣집에 밀어 넣었다 모두들 젖먹이인 나를 누나에게 밀어 넣었다

종암동 돌산에서 어머니는 돌을 캤고 형들은 학교에 갔고 나는 누나를 붙들었고 붙잡힌 누나의 등굣길은 발길질도 못했다

누나는 까무러치는 내 울음을 들쳐 업고 화약 냄새 깊이 박힌 돌산을 뒤져서는 어머니 마른 젖에다 내 입을 밀어 넣었다

누나는 아무 돌이나 돌산 밖으로 던졌으나 어떤 돌도 식구들을 벗어나지 못했다 돌마다 날을 세우고 누나의 발등을 찍었다

누나의 돌조각은 무섭게 자라났다 책에 뿌리를 박고 교실까지 가지를 쳤고 누나는 그릇의 물도 돌이 되는 걸 보았다

가끔 누나는 돌산 끝까지 올라갔고 나는 누나의 등짝에다 주둥이를 박았다 핏물을 다 빨아먹어야 떨어져 나갈 것처럼

누나는 식구들에게 던지고 싶은 돌들을 꾸역꾸역 제 입에다 밀어 넣고 있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고 나는 울기만 했다

집은 가벼워졌으나 누나는 무거워졌다 방은 넓어졌어도 창문은 어두웠고 누나가 우물을 찾았을 때 메아리는 없었다

--- 「누나의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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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비평은 시어가 함의하는 의미를 해석하는 일이 일차적 관건이다. 작품 속에 은밀히 감추어진 작가의 숨은 목소리에 비평적 숨결을 불어넣어 가시적 형상으로 끌어내는 작업이 시 비평의 핵심이자 종착점이라고 할 때, 조성국 시의 문을 여는 일은 아포리아로 말미암아 곤혹스럽다. 예컨대 서시인 「숲」은 아포리아의 강조를 통해서 시적 모호함을 시도하고 있다. 「숲」은 시인이 자신의 문학성을 표상하기 위해 선택한 그의 문학적 성향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시집 전체의 성격을 표상하는 의미를 지닌다.

비밀이 없는 숲엔 독한 비밀이 있지

슬픔이 없는 숲엔 독한 슬픔이 있

우리가 화창한 날에 죽은 나무도 있어
― 「숲」 전문

이 시는 시적 형식과 시어의 의미의 영향 관계가 서로가 서로를 주종적(主從的)으로 구성하고 있다. “독한 비밀”과 “독한 슬픔”이라는 다소 과격한 시상이 표현의 견고성을 획득한 밀도 있는 시편으로, 정형시를 쓰는 작가로서의 솜씨가 능란하게 발휘된 작품이기도 하다. 간결한 어휘와 정연한 구성은 형태적으로 세련되었고, 역설로 전경화된 화자의 인식은 공소하거나 서투른 잠언과의 변별성을 보여주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이 시의 의미는 선명하고 명시적이다. 그러나 「숲」의 진정한 의미는 말로 표현할 수 없고 백일하에 드러나지 않는 돈오(頓悟)의 형태를 띤다. 시인의 사유를 응집하여 하나의 살아있는 형상으로 비약한 표현이 역설이고, 때문에 시의 의미를 드러내는 동시에 감추는 시의 탄력에 의지하여 우리는 시가 지시하는 세계의 ‘비밀’과 ‘슬픔’ 저편을 넘겨다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논리적 모순으로 인해 드러나는 ‘진실’, 즉 시적 의미에 해당하는 돈오적 감각을 어떻게 명시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로드킬 1」은 조성국의 시가 가진 돈오적 감각의 실체에 접근하도록 해주고, 한편으로 그러한 감각이 어디서 취해지는가를 짐작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작품이다.

투명한 숲은 가끔 새 이름을 부른다

속도는 차단되고 소리는 통과했다

한 방울 머큐로크롬이 바닥에서 배어났다
― 「로드킬 1」 전문

연작 시편 중 하나인 「로드킬 1」은 시적 배경이나 내용 면에서 앞서의 「숲」과 친연성을 갖는다. 조성국의 시에서 ‘숲’은 현실 세계는 물론이려니와 현실 이상의 공간을 열어놓는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한국 현대시에서 숲을 소재로 한 보편적 상상력에 비해, 조성국 시에서의 숲은 지상의 물리적인 자연과 거리가 멀다.
「로드킬 1」에서의 숲은 ‘새’의 존재 상황을 강조하는 표상적 공간이다. 따라서 숲에서 죽임을 당하는 ‘새’는 세계를 경험하고 인식하는 시적 주체 및 주체의 불안정한 자아상 자체이다. 새의 존재 근거인 투명한 숲이 새의 이름을 불러 무덤으로 화하는 것은 숲이 가진 “독한 비밀”이다. 로드킬 당한 새는 숲이 숨기고 싶은 “독한 슬픔”일 터이다. 시인은 이 잔인한 숲이 아름다운 가면을 끝까지 유지하도록 새의 죽음을 “한 방울 머큐로크롬이 바닥에서 배어났다”라는 유미주의적 표현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숲을 매개로 한 조성국의 시는 이처럼 새소리와 꽃향기 대신 죽음의 상상력에 토대를 두고 있다.
―신상조(문학평론가)
--- 「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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