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주 작가의 〈진동〉 수상소감
교육원에서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받는 상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진동〉은 저의 오랜 친구로 말미암아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친구는 매일, 엄청 난 업무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컵라면을 먹으며 울었다고 합니다. 대학을 마치고 막 간호사가 되었을 때만 해도 열의가 넘쳤었는데, 에너지가 말라버린 친구를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친구가 마음이 강하지 못해서, 여려서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되는 지점이 더 컸습니다.
친구보다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그 당시 친구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 었습니다. 몸과 머리에 익지 않은 업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누우며, 저 역시 ‘이대로 내일이 오지 않아도 좋겠다,’고 생각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일이 익숙해지고도 꽤 오랜 시간 에너지를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삶에서 쓸
에너지를 모두 일로 끌고 와 쓰는 상황이 반복되자, 일이 빠진 온전한 나를 마주할 때 무기력해졌습니다.
그 시기에 교육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들께 배운 것으로 내 속에 있는 것을 끌어내는 드라마, 글, 캐릭터를 만들며 고갈되었던 에너지가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학우들과 함께 공부하며, 학우들을 질투하며, 더 잘하고 싶 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제게 울린 진동의 매개체는 교육원이라 생각합니다.
〈진동〉은 간호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일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쳐버린 보통의 사람들을 위한 드라마입니다. 〈진동〉을 쓰며 저 역시 위로받았듯, 읽는 분들께도 따뜻한 글로 기억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큰 문제를 일으키진 않았으나 언제나 소소한 문제들을 끊임없이 일으켜온 제 옆에 꾸준히 함께해준 우리 가족들, 사랑합니다. 조금 일찍 간호사 생활을 접었지만 언제나 내 자랑스러운 HR, 당신과 친구라서 행복합니다. 평생 드라마로 밥 벌어먹으며 살고 싶게 만들어준, 제 미생을 가득 채워주는 드라마를 만드는 모든 분, 존경합니다.
교육원에서 선생님들, 학우들에게 많은 합평을 받으며 알게 된 점이 있습니다. 글이란 게 한 사람의 손에서 쓰여도, 그 손을 잡아 움직이게 한 것은 제 글을 읽고 머리를 맞대준 모두라는 것입니다. 합평을 받으며 감정이 앞서 날을 세우 고 좋은 의견을 건네준 학우에게도 얼굴을 붉혔던 적이 많습니다.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글에 갇혀있던 제가 부끄러워 다시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혼자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고,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
그러니 앞으로도 제 드라마, 글, 캐릭터에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김진선 작가의 〈죽으러 왔습니다〉 수상소감
몇 년 전 소중한 가족을 병으로 잃었다.
우리는 꽤 농담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경쟁이라도 하듯 상대를 와르르 웃기고 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없이 훌쩍 내 곁의 누군가가 사라졌다.
그리고 마법처럼 모든 것이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시간조차 의미가 없었기에 그냥 흘려보냈다.
그런데 어느 날 개그 프로그램을 멍하니 보다가 웃음이 났다.
그리고 동시에 안도했다.
이제 죽을 것 같은 이 무기력에서 헤어 나올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내 안의 어느 구석에서 그런 의지가 자라고 있었을까?
그것을 발견해보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래도 그렇게 쓴 글이 어느 정도는 누군가를 웃게 만들었다는 것이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
우수상을 받으며 갈팡질팡하던 내게 큰 용기가 생겼다.
그저 이렇게 누군가를 웃음 짓게 만드는 이야기를 계속 하면 되겠구나, 싶었다.
혼자서는 결코 이어내지 못했을 글의 조각들이 선생님의 따끔한 가르침으로 마법처럼 마무리 지어졌다.
그리고 저마다 반짝이는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 동기들의 조언이 얼마나 큰 자극이었는지 모른다.
모두 사랑하고, 감사드린다
유미란 작가의 〈돼지〉 수상소감
2020년 12월 30일 얼마나 추웠는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한낮인데도 뺨과 코끝, 뇌까지 얼어붙을 지경이었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며 버스를 기다리는 중에 우수상에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타야 할 버스도 그냥 보내고 전화기를 붙들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추위를 잊을 정도로 기뻤습니다.
첫 번째 스승이신 김윤영 선생님, 그리고 황의경 선생님, 정윤정 선생님을 만난 것은 큰 행운입니다. 막연한 생각을 이야기로 설계하는 방법을 알려주셨고, 제가 보고 있는 것 너머를 상상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셨습니다. 배움은 수업이 끝난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깊이깊이 감사드립니다. 또, 같은 꿈을 꾸는 글동무들의 얼굴도 떠오릅니다. 앞으로도 마음을 나누며 함께 이 길을 걷고 싶습니다.
방 안에서 혼자 추는 춤, 등산하며 몰래 부르는 노래처럼 저는 그동안 은밀하고 씩씩하게 습작을 했습니다. 아무도 제게 드라마를 써보라고 시키지 않았고, 크게 관심이나 기대를 받은 적도 없습니다. 그저 좋아서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생각이 복잡해질 때, 철없는 딸에게 조건 없는 애정을 주시는 엄마 덕분에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쑥스러운 말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신 한국방송작가협회교육원에 감사드립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