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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 발행일 | 2021년 03월 15일 |
|---|---|
| 쪽수, 무게, 크기 | 176쪽 | 200g | 125*203*11mm |
| ISBN13 | 9791189534165 |
| ISBN10 | 11895341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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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적인 작업만으로는 건축을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도 없고 건축이 왜 중요한지 파악할 수도 없다. 나는 건물과 대지, 실내, 이미지를 경험함으로써 건축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강연 요청을 받거나 건축 문화의 일부에 기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전 세계를 돌아다기도 하지만, 사실 내가 세계 여행을 하는 이유는 인간이 인간적인 모습의 공간으로 바꿔놓은 장소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건물을 보거나 인공미와 자연미가 공존하는 장소를 걷는 일이 세상 무엇보다 더 즐겁다. 이 책을 통해 바로 그런 경험을 독자와 나누고 싶다. 독자 스스로도 직접 그런 경험을 해보기 바란다.
--- p.10
내 전공 분야에서 슬그머니 뒤통수를 치는 법을 알게 되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나는 스물두 살 때 로스앤젤레스를 처음 방문했고, 거기서 내가 한 세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건축가 중 한 사람이라 생각해온 인물과 함께 지냈다. 캘리포니아를 벗어나면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프랭크 게리는 내가 예일 건축대학원 재학 시절에 가르침을 받은 선생님 중 한 명으로서, 어느 날 자신의 집에서 며칠간 머무르라며 나를 초대했다. 산타모니카에 있는 그의 자택은 이미 건축가들 사이에서 유명했고 그 동네에서는 악명 높은 집이었다.
--- p.22
건축은 우리가 역사책에서 배우는 것과 아주 다른 이유로도 즐거움을 줄 수 있다. 건물을 만들고 사용하는 방식에서도 유기적으로 아름다움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랭크 게리의 계산적이면서도 진실한 정직성 그리고 실용적이기까지 한 태도는, ‘못생기고 오래된 것이 곧 아름답고 새로운 것일 수도 있다’라는 평행우주 같은 개념으로 나를 끌어들인 결정적 요인이었다. 때로는 단순함과 평범함이야말로 진정한 재능이다. 거기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라도 말이다.
--- p.24~25
나는 내가 좋은 눈을 갖고 있고, 형태를 조합해 공간을 빚어내는 재능이 있으며, 그 모든 걸 설득하는 능력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건축가가 갖춰야 할 능력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건축가는 왜 자신의 설계 작업이 그래야만 하는지 자기 자신과 의뢰인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건축가는 자신의 설계가 운명처럼 보이게 만드는 신념과 열정을 도면과 프레젠테이션 안에 담아내야 한다. 나에겐 그런 능력이 없다. 하지만 그런 능력을 보여주는 건축가들은 많이 봐왔다. 그래서 그들의 기법과 수완, 때로는 아주 인상적인 실패 사례에 대해 약간의 연구를 한 바 있다.
--- p.30~31
건축가들은 각각 자기 차례에 입장해 발표를 했다. 그중에는 최상위 부유층 후원자를 대하는 데 서투른 건축가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빼어난 발표를 했다. 그러다 렘 콜하스 차례가 와서 기다리는 동안 나는 잠시 화장실에 다녀왔고, 심사장 밖에서 앞뒤로 서성이는 콜하스를 지나쳤다. 우린 서로 아는 사이였지만 그는 내가 있는지 알아채지 못한 듯했다. 내가 심사장으로 복귀한 다음 콜하스는 심사위원단의 호출을 받고 저돌적으로 입장했다. 그는 아무한테도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그러고는 곧바로 자신의 설계안을 설명하기 시작했는데 예전에 작업한- 이 설계경기 건에 어울리는 훌륭한-프로젝트의 다양한 면면을 발표하면서 계속 청중을 등지고 얘기하는 것이었다.
--- p.35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자신의 프레리학파 본거지에서 그런 양식을 정교히 발전시켰고, 그 이후로 수 많은 건축가들이 미국 건축의 원죄를 속죄할 길을 찾고자 노력해왔다. 미국 건축은 독립과 경제라는 선악과를 따 먹은 후, 에덴동산에서 미끄러져나와 인위적인 민주주의 실현을 약속하는 고립과 소외의 격자체계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 p.10
내 전공 분야에서 슬그머니 뒤통수를 치는 법을 알게 되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나는 스물두 살 때 로스앤젤레스를 처음 방문했고, 거기서 내가 한 세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건축가 중 한 사람이라 생각해온 인물과 함께 지냈다. 캘리포니아를 벗어나면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프랭크 게리는 내가 예일 건축대학원 재학 시절에 가르침을 받은 선생님 중 한 명으로서, 어느 날 자신의 집에서 며칠간 머무르라며 나를 초대했다. 산타모니카에 있는 그의 자택은 이미 건축가들 사이에서 유명했고 그 동네에서는 악명 높은 집이었다.
--- p.22
건축은 우리가 역사책에서 배우는 것과 아주 다른 이유로도 즐거움을 줄 수 있다. 건물을 만들고 사용하는 방식에서도 유기적으로 아름다움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랭크 게리의 계산적이면서도 진실한 정직성 그리고 실용적이기까지 한 태도는, ‘못생기고 오래된 것이 곧 아름답고 새로운 것일 수도 있다’라는 평행우주 같은 개념으로 나를 끌어들인 결정적 요인이었다. 때로는 단순함과 평범함이야말로 진정한 재능이다. 거기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라도 말이다.
--- p.24~25
나는 내가 좋은 눈을 갖고 있고, 형태를 조합해 공간을 빚어내는 재능이 있으며, 그 모든 걸 설득하는 능력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건축가가 갖춰야 할 능력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건축가는 왜 자신의 설계 작업이 그래야만 하는지 자기 자신과 의뢰인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건축가는 자신의 설계가 운명처럼 보이게 만드는 신념과 열정을 도면과 프레젠테이션 안에 담아내야 한다. 나에겐 그런 능력이 없다. 하지만 그런 능력을 보여주는 건축가들은 많이 봐왔다. 그래서 그들의 기법과 수완, 때로는 아주 인상적인 실패 사례에 대해 약간의 연구를 한 바 있다.
--- p.30~31
건축가들은 각각 자기 차례에 입장해 발표를 했다. 그중에는 최상위 부유층 후원자를 대하는 데 서투른 건축가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빼어난 발표를 했다. 그러다 렘 콜하스 차례가 와서 기다리는 동안 나는 잠시 화장실에 다녀왔고, 심사장 밖에서 앞뒤로 서성이는 콜하스를 지나쳤다. 우린 서로 아는 사이였지만 그는 내가 있는지 알아채지 못한 듯했다. 내가 심사장으로 복귀한 다음 콜하스는 심사위원단의 호출을 받고 저돌적으로 입장했다. 그는 아무한테도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 그러고는 곧바로 자신의 설계안을 설명하기 시작했는데 예전에 작업한- 이 설계경기 건에 어울리는 훌륭한-프로젝트의 다양한 면면을 발표하면서 계속 청중을 등지고 얘기하는 것이었다.
--- p.35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자신의 프레리학파 본거지에서 그런 양식을 정교히 발전시켰고, 그 이후로 수 많은 건축가들이 미국 건축의 원죄를 속죄할 길을 찾고자 노력해왔다. 미국 건축은 독립과 경제라는 선악과를 따 먹은 후, 에덴동산에서 미끄러져나와 인위적인 민주주의 실현을 약속하는 고립과 소외의 격자체계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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