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 있게 말하건대 결코 안목이 없지 않네. 오히려 나의 높은 안목에 소스라치게 놀랄 때도 왕왕 있는걸. 가격표를 보지 않고 그저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고르면 여지없이 그 가게에서 가장 비싼 물건이니 말일세. 그러니 내가 안목이 없다고 할 수는 없네. 그런데 내가 가진 물건들이 하나같이 왜 그따위냐고? ‘안목’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없기 때문이네. 내 경제적 형편을 고려해 물건을 골라야 하기에 높은 안목대로 물건을 살 수 없는 노릇이라 하면 믿어주려나. 철저하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고려한 소비를 해야 하니 그럴 수밖에. (말하려니 목이 메는구먼.)
--- p.18~19, 「안목」 중에서
지금 하게! 인생은 늙어 죽을지, 젊어 죽을지 모르는 불확실한 시간이라네. 당장 내일 죽을 것처럼 살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영원히 살 것처럼 살지도 말게. 그러니 되도록 ‘오늘’ 하게나. 30년 후의 편안한 노후를 위해 오늘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포기하지 말어. 오늘의 영화 한 편을 포기하지도 말고, 오늘의 강릉 여행을 뒤로 미루지도 말게나.
--- p.51, 「그냥 그러고 싶은 날」 중에서
장담컨대 내게 가난의 상처 따윈 없네. 오히려 가난의 영광만 있을 뿐. 가난 속에서 살면서 나는 공유와 나눔, 배려와 양보, 근검절약, 성공에의 의지와 도전, 소박한 행복을 배웠기에. 그래서 가난이 부끄럽지 않다네. 그대여, 가난을, 너무 구차하고 찌질하고 비루하게만 보지 말게나. 그 속에서도 행복의 꽃은 핀다네. 아무렴, 그게 바로 빈자의 철학일세.
--- p.82~83, 「빈자의 철학」 중에서
누군가에게 마음 쓰며 산다는 것, 삶이 고단한 이유인지도 모르겠으이. 마음 쓸 일을 안 만들면 되는 일인 걸 알지만 그것도 쉽지 않고…….
--- p.92, 「삶이 고단한 이유」 중에서
온전히 나 홀로 존재할 수 없는 이곳. 누군가의 자식, 누군가의 형제, 누군가의 배우자,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동료가 아닌 온전히 ‘나’로 존재하고 싶은 순간이 있지. 당시 내가 그랬네. 끈은 연의 안전한 울타리일까, 답답한 족쇄일까. 우리를 둘러싼 관계들은 안전한 울타리일까, 답답한 족쇄일까. 때로는 내게 소중한 것들이 더 큰 족쇄처럼 느껴지기도 하네. 그날이 내겐 그런 날이었다네.
--- p.111, 「끈 떨어진 연」 중에서
행복하지 않아서, 나만 불행한 것 같아서, 사는 데 아무런 낙이 없어서,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사랑에 속고, 사람에 속고, 돈에 속아서, 그래서 혹시 지금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그 나쁜 생각을 당장 멈추게. 그대가 살아야만 하는 중요한 이유를 내가 알려주겠네. 죽기에, 죽기에는 말일세. 세상엔 먹을 게 너무나 많아. 그 맛있는 걸 포기하기에 죽음은 너무 하찮은 일이잖는가!
--- p.174, 「지금 나쁜 마음을 먹은 그대에게」 중에서
먼저 나는 내 단점을 말할 때 묘한 희열을 느낀다네. 나의 단점을 내 입으로 말할 수 있는 나는 꽤나 솔직하고 성격 좋은, 괜찮은 사람이라는 허세랄까. 그리고 단점이라는 말은 ‘숨기고픈’이라는 형용사를 품고 있지. 그런데 그것을 내 입으로 말하는 순간 ‘숨긴다’라는 뜻이 무의미해지면서 그건 그저 단순 사실로 남게 되는 거야. ‘소금은 짜고 설탕은 달다’는 식의 사실 그 자체. 숨기고픈 어떤 것도, 뭣도 아닌.
--- p.179~180, 「내 자존감을 지켜내는 방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