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으로 급상승 검색어를 알려주는 현상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자국의 가장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 ‘야후저팬’에는 실시간 검색어를 지속적으로 알려주는 기능이 없습니다. 미국의 ‘구글’, 중국의 ‘바이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 어쨌거나 ‘급상승 검색어’라는 신용어의 등장은 600년 전 1년 6개월 걸리던 부정확한 소문이 이제는 실시간으로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동시에 존재한다는 의미의 유비쿼터스 시대가 진정 도래한 것이지요. --- p.17
언론사들 간의 인터넷 속보 경쟁과 트래픽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다 보니 최근엔 ‘어뷰징(abusing)’이란 개념의 새로운 현상마저 등장했습니다. ‘어뷰징’이란 오용이나 남용 또는 폐해를 뜻하는 영어 단어로, 언론사가 온라인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제목을 바꿔가며 똑같거나 비슷한 내용을 반복해서 송고하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김정은 사망설’에 관한 기사를 송고할 경우, 같은 내용의 기사를 “김정은 사망 증언”, “김정은 사망 소문 파다”, “김정은 급사는 기정사실?” 등과 같은 제목 변경을 통해 해당 기사의 조회 수를 올리는 것입니다. 물론, 기사를 안내하는 해당 사이트의 주소에는 변동이 없지요. --- p.31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구텐베르크는 당초, 성경 출판을 통해 벼락부자를 꿈꾼 15세기의 벤처 기업인이었습니다. 수도사들이 수십 년씩 성경을 베껴 쓰던 기존의 필사 방식에서 벗어나 성경을 대량으로 생산해 일확천금을 얻고자 했던 사람이었죠.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호주 출신의 미국인으로 미디어 황제라 불리는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을 꿈꾸었던 이라고나 할까요? 결국, 말년에는 빚만 잔뜩 진 채 평생에 걸쳐 개발한 활자와 인쇄기가 압류당하고 팔려가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하게 됩니다. 그래도 한 가닥 위안이라면 성경을 금속 활판으로 인쇄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자신의 이름을 서양사에 영원히 아로새기게 된 것입니다. --- p.55
2019년 현재, 지상파 방송사와 중앙 일간지 가운데 환경 부문을 특화해 별도의 이슈로 다루고 있는 주요 언론사는 단 한군데도 없습니다. 몇몇 곳에서는 군사, 의학, 과학 부문에서 전문 기자와 대기자를 두고 있지만, 환경 전문 기자는 《중앙일보》와 《한겨레》에서만 미약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반면, 선진국의 경우에는 환경 담당 부서와 환경 담당 기자가 특화되어 해당 주제를 놓고 전문가적인 식견으로 여론을 주도해나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과학’이라는 주제 아래 ‘환경’을 ‘우주’와 동등한 비중으로 다루고 있으며, 일본의 《아사히 신문》은 ‘환경과 에너지’란 주제를 별도로 책정해 사회, 정치, 경제, 국제, 교육 다음의 순으로 배치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앞서 환경 기자를 전보 조치한 《뉴욕타임스》의 사례를 예시했지만 역시, 선진국 언론의 환경에 대한 관심은 분명 우리보다 앞서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 p.93
한국 여기자협회가 2013년 중앙일간지와 방송, 통신사 등 23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여기자의 수는 1,232명으로 전체 인원의 23.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김진경, 2013). 이는 2003년의 12.5%보다 10.7%포인트, 2009년에 조사한 수치인 17.2%보다는 6.0%포인트가 상승한 수치입니다. …… 하지만 데이터를 조금 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아직 갈 길은 멀고 험난해 보입니다. 전체 여기자 수의 증가 추세에 비해 간부로 진급하는 경향은 무척 더디게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 놀라운 사실은 미국 언론사의 여성 간부 비율이 34%에 달한다는 것입니다. 여성 기자의 비율이나 여성 간부의 비율이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죠. 프랑스는 국장급 이상의 최고위 간부 비율이 14%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pp.140~142
사실, 언론 환경 부문에서 한국의 부러움을 살 수밖에 없는 일본은 유력 일간지의 경우, 세계 최대 규모의 해외 지국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2015년 현재, 《요미우리 신문》은 27개의 해외 지국에 51명의 특파원들을 파견하고 있으며 《아사히 신문》은 33개의 해외 지국에 55명의 특파원들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반면, 《조선일보》는 2019년 현재 다섯 개 지국에 여섯 명을 파견하고 있으며 《한겨레》는 세 개 지국에 세 명의 특파원을 내보내고 있어 특파원 수만 놓고 단순 비교해 보면 최대 18배가량의 큰 격차를 보입니다. --- p.169
히틀러에게서 얻은 학습 효과를 통해 수많은 강대국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스포츠를 국위 선양의 도구로 적극 활용하게 됩니다. …… 스포츠는 미디어를 통해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전파됨으로써 국민의 단결을 유도하는 동시에 비판적인 의제들을 잠재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톡톡히 발휘합니다. ……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대한민국이 스페인을 꺾고 4강에 진출하자 저녁 아홉 시에 64개의 뉴스를 내보낸 MBC는 64개 뉴스 모두 월드컵에 관한 소식들로 편성했습니다. 사정은 KBS와 SBS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단지 한두 개의 다른 뉴스를 소개했을 따름이었죠. 훗날, 서울 시청 앞에서 대규모의 시민집회를 야기한 효순 양, 미선 양의 장갑차 압사 사고가 미군에 의해 월드컵 기간에 발생했지만 비극은 언론의 관심사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했습니다. --- p.185
2010년 세계 피겨 선수권대회는 캐나다의 토리노에서 열렸습니다. 이 대회에 참석한 김연아 선수는 총점 190.79점으로 대회 2위를 차지했고요. 이에 대한 《조선일보》의 3월 29일 자 신문 보도가 눈길을 끕니다. …… 《조선일보》는 시상대에 오른 김연아 선수의 사진을 신문의 뒷부분에 해당하는 24면에 게재합니다. 은메달 시상대에 서 있기에 금메달 시상대에 우뚝 선 아사다 마오(?田?央) 선수보다 낮은 위치의 김연아 선수 사진이었습니다. 지면 절반 크기의 커다란 사진 속에서 《조선일보》 편집부는 두 선수 사이의 공간에 커다랗게 ‘준비 없이 왕관 없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를 배치했습니다. “無備無冠(무비무관)”이라는 주 제목 밑의 부제목도 인상적이었습니다. --- pp.194~196
미국 전국지는 기사당 취재원이 평균 7.6명 등장한 반면, 한국 주요 신문의 1면 기사에서는 평균 1.3명의 취재원만이 등장했다고 분석합니다. 이건호와 정완규가 8년 뒤에 내놓은 연구 결과에서도 미국의 1면 기사에 등장하는 정보원의 수는 11.04명으로 한국 신문보다 여전히 세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p.239
편집 기자들을 예외로 하면 취재 기자들은 하나의 특정 부서에서만 오랜 세월을 보내지 않습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언론사가 기자들을 한 부서에만 오래 머물게 하지 않습니다. 저만 해도 2년이라는 짧은 취재 기자 생활 동안, 사회부와 국제부, 경제부를 경험했으니까요. 물론, 한 부서에 머무르고 싶어 하는 기자들도 간혹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 각양각색의 기사를 쓰고 싶어 합니다. 무엇보다도 여러 사람을 두루 사귀는 것이 취재력 향상은 물론, 자신의 경력 개발에도 도움이 되니까요. 그런 까닭에 취재 기자들은 능력이 닿는 한,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국제부, 체육부, 문화부, 편집부 등을 두루 경험하고 싶어 합니다. …… 여러 부서를 골고루 경험하는 것은 승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경제부에만 오래 머물렀던 평기자가 정치부 차장이나 사회부 부장이 되기도 어렵지만 편집국장이나 보도국장이 되기는 더더욱 어려우니까요. 이러한 이유로 매년 초 인사철이 다가오면 편집국에서는 자신의 이동 가능성을 놓고 기자들 간에 여러 종류의 묘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 pp.292~293
「PD수첩」의 연출을 맡았던 한학수 PD는 훗날, “대다수의 기자들이 PD수첩 팀을 적대시했다”며 황 교수와 관련해 몇 년 동안 기사를 써왔던 기자일수록 적대감이 더 컸다고 술회한 바 있습니다. 한 PD는 “그동안의 자기 기사가 모두 오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라며 이는 “한국 언론이 두고두고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pp.304~305
언론 분야의 노벨상인 퓰리처상을 무려 125번(2019년 1월 현재) 수상한 신문. 직원 수는 3,500여 명, 평일 평균 발행 부수 190만 부, 웹사이트에 하루 3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언론사. 신문사들의 신문사라 불리는 《뉴욕타임스》의 이야기입니다. …… 《뉴욕타임스》는 미국 언론에, 아니 전 세계 언론에 객관 보도, 사실 보도, 공정 보도라는 언론 철학을 널리 보급한 1등 공신입니다. 과장 보도, 선정 보도, 정파 보도로 얼룩진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미국 언론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장본인이죠. 50만 달러를 기탁해 퓰리처상을 제정한 조지프 퓰리처의 《뉴욕월드》와 세계 최대의 개인 궁전을 캘리포니아에 만든 윌리엄 허스트의 《뉴욕저널》이 지금은 모두 사라졌지만 《뉴욕타임스》는 21세기 현재에도 세계 언론의 최고봉으로 우뚝 솟아 있습니다. --- p.327
한국을 비롯한 서방 언론들이 뉴스 취재 및 제작의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며 이의 실천을 준수하는 보도 행위가 객관 저널리즘의 주된 실체라고 인식하는 데 반해, 유가 사상에 바탕을 둔 중용 보도에서는 도덕적인 감정과 선험적인 본성(이성) 사이의 적절한 조화 속에서 극단들 사이의 중간 지점을 택해 뉴스를 취재하고 제작하기를 권면(勸勉)합니다. 하지만 그 중간 지점 역시, 단순히 산술적인 평균이 아니며 중용이 추구하는 대상의 분포곡선이 어떤 특성을 보이건, 해당 분포곡선의 평균과 중간 값, 중앙값, 그리고 최빈값 등 대푯값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가능한 수치들을 모두 고려 대상으로 삼아 최선의 대푯값을 도출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입니다. ……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중용 저널리즘에서 분포곡선 양극단―저널리즘으로 보자면 양극단적인 보도―의 위치와 값은 편파적인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가장 알맞고 조화로운 대푯값을 찾을 수 있도록 그 기준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필수 불가결한 보조 지표로 역할을 하게 됩니다. --- p.373
하지만 언론인과 언론사의 내자성을 실천하고 실시함에 있어 유가 저널리즘은 매체 상호 간의 비평을 권장하기보다 비판과 비평의 칼끝이 행위 주체로서의 자기 자신에게 향할 것을 강하게 주문합니다. 이는 타 언론인이나 타사, 타 매체에 대한 비판이 자기 자신에 대한 비판과는 홀연히 다른 비판 영역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공자는 외부 세계에 대한 비판은 유가 사상에서 추구하는 선과 동떨어져 있음을 명확히 합니다.
--- p.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