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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실재에 이르는 길

공감, 실재에 이르는 길

: 구도의 시인 구상 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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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384g | 145*210*14mm
ISBN13 9788993632828
ISBN10 899363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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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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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구도자, 즉 말의 연금술사이다. 까닭은 고난의 여정 속에서 늘 말의 실재와 만나 이 세계를 진실의 언어로 육화시키는 운명의 타자가 바로 시인에게 부과된 임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인에게 시말은 존재론적 정체성이 총체적으로 노정된 영혼의 표상이다. --- p.17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늘 이전투구를 일삼고 있다. 우리는 갈등하는 존재이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늘 편가르기를 통해서 상대방을 질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볼 때 시 「기도」는 삶-시간-세계 내부를 마음의 휨 작용으로 수렴시키면서 이것과 저것 사이에 놓인 간극을 해소하고 우리 모두가 평화의 주체이기를 염원하고 있다. --- p.21

생은 보되 생이 아닌 것을 안 보는 마음, 그것이 바로 동심의 정신성이다. 이 세계는 생명으로 시작해서 다시 또 생명으로 순환하는 아름다운 세계이다. 마치 구상 시인에게 “4월은 지혜의 어머니”를 표상하는 것처럼, 이 세계는 “잔인”한 것이 아니라 혹은 폭력으로 물든 어둠의 공간이 아니라, 사랑의 전언들로 가득 찬 생명의 공간이다. --- p.28

소유는 덧없고 사랑은 영원하다. 말하자면 시인에게 신령한 소유는 일종의 무소유를 실천하는 도덕적 신념의 체계인데, 이는 인간학의 토대 구조를 튼튼하게 떠받치는 성스러운 근본 감성이라 하겠다. “세상만물”이 네 것인 동시에 내 것이고, 우리 모두를 위해 소용되는 공공의 자산이다. 시간의 타자인 우리는 그저 “싱그러운 신록”처럼 저 아름다운 자연을 유유자적하며 완상할 수 있을 뿐, 터럭 하나라도 온전하게 소유할 수 없다. 공수래공수거라 하지 않았던가? 진정한 소유는 이 세계에 속한 것이 아니라, 이 세계에 속할 수 없는 것이거나, 저 절대라고 불리는 창조주의 몫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시간의 타자인 인간은 그 어떤 형식 고하를 막론하고 진정한 주체가 아닌 영원의 타자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 p.48

시인은 깨달음에 이르는 구도자이다. 시인은 말―사태를 진리―말씀으로 코드 변환시켜 이 세계가 진리와 같은 방식으로 구조를 이루고 있음을 증명하는 자이다. 시인은 말을 정련하는 일종의 언어의 연금술사이지만, 그 말이 곧 진리를 육박하는 말씀이라고 고지하는 선지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시인은 성자이다. 비록 시인에게 남은 생에의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따라서 숨이 가쁘고 혼절도 하며 죽음의 언저리를 배회하는 절명의 시간만이 잔여의 삶으로 남아 있지만, 역으로 그것은 “착오투성이 한평생”을 반성하는 참된 의미의 시간이라 하겠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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