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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하나만 보고 싶었다

너 하나만 보고 싶었다

[ 양장 ] 시에시선-04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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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23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276g | 127*194*15mm
ISBN13 9791186111925
ISBN10 118611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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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애썼겠구나
잘 자거라 일찍 자거라

오늘도 나는 멀리 네가 있어
너를 생각하는 내가 있어
하루해가 정답고 편안하고
세상이 다시 한번 따뜻해진단다

너를 멀리 생각하면
하늘도 조그마해지고
어둔 밤도 환해지고
나의 마음은 젊어지다 못해
어려지기까지 한단다

그래서 고마워 너에게 고마워.
--- 「너에게 고마워」




두 나무가 서로 떨어져 있다 해서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두 나무가 마주 보고 있지 않다고 해서
서로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다

바람 부는 날 홀로
숲속에 가서 보아라
이 나무가 흔들릴 때
저 나무도 마주 흔들린다

그것은 이 나무가 저 나무를
끊임없이 사랑한다는 표시이고
저 나무 또한 이 나무를
쉬지 않고 생각한다는 증거

오늘 너 비록 멀리 있고
나도 멀리 말이 없지만
우리가 서로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고
서로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다.
--- 「바람 부는 날」




만나요 거기
나무 밑에서
느티나무 밑에서

아니
물소리 곁에서
물봉선 옆에서

그런
좋은 시절도
우리에게는 있었다.
--- 「약속」



맑은 날은 먼 곳이 잘 보이고
흐린 날은 기적소리가 잘 들렸다

하지만 나는 어떤 날에도
너 하나만 보고 싶었다.

무지개가 뜨면 아, 하고 입이 벌어진다. 그러면서 한 발이 앞으로 저절로 내디뎌진다. 무지개가 끄는 힘이다.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내달린다. 무지개를 쫓아가고 싶어지는 마음이다. 할 수만 있다면 무지개를 잡아보고 싶다. 발길은 마을 길을 벗어나 들판 길로 접어든다. 그러나 그때 무지개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다. 내달리는 아이의 발길에 힘이 빠진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말이다. 어린 시절 무지개가 떠오른 날, 무지개를 잡겠다고 들길을 내달리고 높은 산을 넘어 멀리 떠난 한 소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소년은 아직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어딘가 낯선 땅을 헤매고 있다고만 한다. 그 같은 소년을 사람들은 오늘날 시인이라고 부른다.
실은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어느덧 나이가 일흔을 넘기고 여러 가지로 쓸모없는 인간이 되었지만, 여전히 나는 무지개를 쫓아다니는 한 아이일 뿐이다. 참 어이없는 일이고 불편한 노릇이다. 날마다 쫓아다니는 무지개가 나에게는 시이다. 보았다 하면 사라지고 잡았다 하면 놓쳐버리는 바로 그 시.
--- 「시인의 산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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