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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벚꽃

가을 벚꽃

[ 양장 ] 시와표현 시인선-116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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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77쪽 | 364g | 139*218*15mm
ISBN13 9791190943123
ISBN10 119094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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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벚꽃


십일월 초입
내소사 앞 마당가 벚나무 한 그루
빨간 단풍을 지우고 있다

어디를 헤매다 길을 잃었을까
어디쯤 가다가 어미 손을 놓았을까

봄은 여름에 밀려가고
새봄은 혹독한 겨울을 건너야 다시 오는데

철 잃은 벚꽃들
뭐 그리 급해서 단풍 틈에 홀로 피었을까
뭇 시선들이 모여들어도
왠지 쓸쓸해 보이는 것은 가을 탓일까

어느 대학 교수는
촛불 정부의 눈에 들어

개혁의 칼날을 움켜쥐었지만

봇물처럼 쏟아지는 비리들이
나라를 좌우 두 갈래로 갈라놓고
만신창이가 된 가족의 품으로 쓸쓸히 돌아갔다

순리를 거스르는 가을에 핀 벚꽃처럼

-------------------------------------------------------------------------

씨 옥수수


겨우 비나 가리는 처마 밑 시렁에
거꾸로 매달려 참선 수행이다

지금은 묵언의 계절
저 속엔 수많은 말들이 들어있다
한 알의 말은 한 포기의 말
하나하나 모두 침묵의 방이다

지금은 동안거 중
기웃거리는 햇살에 피가 마르고
근기 약한 말들은 입승 눈초리에 기가 죽는다

졸음이 끼어들면 죽비처럼 찬바람이 날아든다

오뉴월 폭음이 쏟아진 뙤약볕에
잘 익은 말들은 누군가의 간식으로 생멸을 끊고

휘파람새 노래에 한눈판 말들은
화두 든 세찬 바람에 묵비권을 행사한다

동안거가 해제되면
저 수많은 말들이 입을 열고
저 하나하나의 말들이 한 포기씩 싹을 틔운다

온 들판이 파랗게 물들어간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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