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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그 화려한 역설

문명, 그 화려한 역설

: 총 상금 9000만원의 비밀찾기 프로젝트

최인 | 글여울 | 2021년 03월 2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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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544쪽 | 938g | 152*225*31mm
ISBN13 9791197254208
ISBN10 11972542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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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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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함이란 양쪽날을 가진 운검(雲劍)*과 같아서
한쪽으로는 죽이고 다른 한쪽으로는 생명을 구하는 법이다.
― 키에르케고르의 「공포와 전율」 중에서

헌칠한 키에 오뚝한 콧날, 하얀 피부, 이국적 인상. 외모로 볼 때 그가 살인자라고 판단할 근거는 없었다. 그의 수려한 모습은 오히려 신성한 구도자처럼 보였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양복을 단정히 입고 우산을 쓴 모습이 그랬다. 그가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인 살인자고 문명의 파괴자라니. 나는 무심코 차창 밖으로 눈길을 던졌다. 거기에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와 같은 행동은 인도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걸 재확인하는 행위였다. 머리와 가슴에서 붉은 피를 흘리며 누워 있는 남자. 방금 전까지 내 곁에서 권총을 가지고 장난치던 청년. 그 청년을 확인하기 위해서 나는 인도 쪽을 보았다.
그때였다. 내가 인도 쪽을 보았을 때 타임 애프터 타임이 흐르기 시작했다. 신디 로퍼가 부르는 타임 애프터 타임. 분명히 그것은 신디 로퍼의 타임 애프터 타임이었다. ‘침대에 누워 시계의 똑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당신을 생각합니다. 새로움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둥근 혼돈 속으로 빠져듭니다. 불빛이 은은한 밤도 이제 자취를 감추고, 시간이 흐를수록 추억의 가방만 남았습니다.’ 나는 잠시 신디 로퍼의 청량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때 이카로스가 들고 있는 쇠붙이가 내 쪽을 향해 움직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품속에 손을 넣어 38구경 권총을 움켜잡았다. 그 순간 나는 이카로스의 표백된 눈빛을 보고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의 투명하리만치 맑은 눈빛. 그것은 살인자의 잔인한 눈빛이 아니었다. 그의 눈빛은 자유를 찾아 도망치는 선량한 들짐승의 눈이었다. 나를 향해 45구경 권총을 겨눈 이카로스는 망설였다.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길 것인가. 그냥 돌아설 것인가 고민하는 눈치였다. 나는 그의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하게 흔들리는 눈빛. 말 못할 공포에 질린 납빛처럼 창백한 표정. 모든 것으로 보아 그는 떨고 있는 게 분명했다. 단순히 쏟아지는 비를 맞아서 떠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떠는 건 또 한 명의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다는 자괴감에서 우러나온 흔들림이었다.
나는 천천히 38구경 권총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그 순간 그의 눈과 나의 눈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그건 본능적인 움직임이고 위험에 대한 반사적인 반응이었다. 서로에 대한 공포감과 두려움에서 유발된 직감적인 움직임. 상대방의 행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절박한 몸짓. 그때 만약 부스럭 소리라도 들렸다면, 누군가 먼저 방아쇠를 당겼을 것이다. 그 촌철의 순간 그와 나는 서로를 뚫어지게 바라보기만 했다. 서로의 얼굴과 움직임을 날카롭게 응시한 채. 그런 태도를 보이는 그를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생략)

--- 「제3부 66파트」 중에서


이 세상에는 세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하나는 신을 발견해 적극적으로 섬기는 사람들과,
다른 하나는 신을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구종(苟從)*하며
형식적으로 추구하는 사람들, 나머지 하나는 신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추구하려 들지도 않는 사람들이다.
― 파스칼의 「팡세」 중에서

“우리 클럽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철문 안으로 들어서자 백발노인이 손을 쑥 내민다. 나는 얼결에 노인의 깡마른 손을 잡는다. 노인이 반갑다는 듯 잡은 손을 아래위로 흔든다. 나는 잡은 손을 놓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 노인의 손은 거칠 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처럼 싸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다가 노인의 모습은 이상하다 못해 기괴하기까지 하다. 즉 노인은 화려한 원단에 금은자수를 놓은 쥐스토코르를 입고, 어깨에는 자줏빛 비단 망토를 걸치고 있다. 문제는 화려해 보이는 옷이 금방 찢어질 것처럼 낡았다는 사실이다. 나는 놀란 눈으로 중세귀족 차림의 노인을 쳐다본다. 노인이 양치기 지팡이를 고쳐 쥐며 자신을 소개한다.
“나는 이 지하클럽 총책임잡니다. 바깥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지배인이라는 얘기지요.”
“아 영감님께서 지배인이십니까?”
“내가 지배인입니다. 여기서는 집주라고 부릅니다만.”
“집주?”
“웨이터가 알려 주지 않던가요?”
“얘기는 들었습니다.”
“아마 그럴 겁니다. 그래야 이곳까지 들어올 수 있으니까요. 선생도 알다시피 여기는 모든 게 바깥세상하고 다릅니다. 밖하고 안하고 차별화를 시도한다고 할까요. 본래부터 차별화 돼 있다고 할까요. 우리 지하클럽에선 지배인을 집주라 부르고, 웨이터를 하비, 여종업원을 미소리라고 호칭합니다. 그런 점 때문에 손님들이 혼란스러워 하지요. 어떤 손님은 이런 상황을 재미있어 해서 일률적으로 어떻다고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바깥세상하고 모든 게 다르다는 걸 염두에 두면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이곳에 적응하기도 좋고요.”
노인은 장황하게 설명하고 지팡이로 앞쪽을 가리킨다.
“어차피 우리 지하클럽을 방문했으니 내 방으로 가십시다.”
“영감님 방으로요?”
“선생은 내 손님이고, 나는 이곳 책임자니까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다음 방문한 목적도 달성하고, 시간이 남는다면 이곳 구경도 할 수 있는 거고요.”
“아 네에…”
집주라는 노인은 외모는 물론이고 말이나 행동조차 심상치 않다. 이국적인 이미지와 어눌해 보이는 말투. 사람을 압도하는 큰 키와 허리까지 내려오는 흰 수염. 얼굴에 촘촘히 박힌 주름살과 창백한 표정은 공포심마저 일게 한다. 게다가 정중히 갖춰 입은 쥐스토코르는 노인을 근엄하게 만들고 있다. 즉 옷 옆선과 뒤에 주름을 넣어서 장중한 느낌이 들게 연출했다. 또한 허리선 아래쪽에 철심을 빙 둘러서 한껏 부풀려 보이게 만들었다. 옷이 허리까지는 꼭 맞고, 폭이 넓어지면서 무릎까지 내려가는 스타일이다. 그뿐이 아니다. 초승달처럼 휘어진 행잉 소매에는 화려한 커프스까지 달려 있다. 옷이 낡은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완벽한 중세시대 복장이다. 내가 경계의 표정을 짓자 백발노인이 껄껄 웃는다.
“왜 내 모습이 이상합니까?”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속을 들여다보인 사람처럼 머리를 긁적거린다. 노인이 앞장을 서며 부드러운 말로 안심시킨다.
“걱정 말고 따라오십시오. 이런 옷을 입었다고 다 이상한 사람은 아니니까요. 보세요, 중세시대 귀족들이 입던 옷이라 꽤 젊잖아 보이지 않습니까? 요즘 옷보다는 좀 화려하고 장중해 보이지만 말이에요. 옷이 낡은 건 너무 오랫동안 한 가지만 입어서 그런 겁니다. 마땅히 입을 다른 옷이 없거나, 어울리는 옷이 없다고 할까요. 중세시대 이후 서구문명이 퇴락을 거듭하고 있어서 그렇다고 할까요. 인간의 순수성이 중세시대보다 더욱 나빠지고 잔혹해져서 그렇다고 할까요. 아무튼 이곳에선 아무도 선생을 해치거나 위험에 빠트리지 않습니다. 아니 해치는 게 아니라 정중하면서도 예의 바르게 접대할 겁니다. 당연히 처음 들어왔으니 겁도 나고 두려움도 느낄 테지요. 하지만 이곳은 그렇게 무서운 장소가 아니에요.”
노인이 말을 마치고 붉은 카펫이 깔린 복도를 걸어간다. 나는 노인을 따라가며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어둑한 복도와 수많은 그리스 로마 신들 그림. 음산하고 으스스한 느낌이 드는 길고 복잡한 복도. 늘어진 거미줄과 어디선가 들려오는 물 떨어지는 소리. 낡은 쥐스토코르에 너풀거리는 망토를 걸친 노인도 이상하다. 마치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시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이곳은 술을 파는 나이트클럽인가, 아니면 인간세계와는 또 다른 지하세상이란 말인가. 나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집주라는 노인을 따라간다. (생략)

--- 「제1부 16파트」 중에서


“오빠한테 물어볼 게 있어요.”
조용히 누워 있던 디나가 상체를 일으킨다. 나는 온몸에 흐른 땀을 수건으로 닦는다.
“뭘 물어보고 싶은데?”
“어느 날 내가 죽어 버리면 어떡할래요?”
“디나가 죽다니 왜?”
“내가 갑자기 사라지면 어떡하겠냐는 말이에요.”
“당연히 슬퍼하겠지.”
“그뿐이에요?”
“그뿐이라니?”
“단순히 슬퍼하는 것뿐이냐 이 말이에요.”
“그야 잊지 못하겠지.”
“나하고 약속해요.”
“무슨 약속?”
“내가 죽어도 잊지 않는다는 약속.”
“그거야 어려운 건 아니지만…”
“그렇다면 약속해 줘요.”
“디나가 원한다면 그러지 뭐.”
“그럼 됐어요.”
디나가 흡족한 대답이라는 듯 해맑게 웃는다. 나는 땀이 흥건한 디나의 목덜미를 쓰다듬는다. 디나가 벌겋게 상기된 내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나는 뒤엉킨 디나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진다.
“죽는 건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야.”
“나도 알아요.”
“그런데 왜 죽느니 뭐니 하는 거야?”
“그냥 해 본 거예요. 오빠가 어떻게 나오나 보려고.”
“세상은 할 일도 많고 끝도 없이 넓어.”
“살아 볼 만도 하고요.”
“그렇지.”
“그러니 죽으면 안 되는 거고요.”
“물론이지.”
“어때요. 내가 죽을 것 같아요?”
“어딘가 불안한 구석이 있어.”
“바보…”
디나가 내 뺨을 살짝 꼬집었다가 놓는다. 나는 먹다 만 캔맥주를 마저 들이켠다. 디나가 다시 품에 안기며 중얼거린다.
“사실은 나 임신했어요.
“임신?”
“누구 애인지 궁금하죠?”
“조금은.”
“걱정 말이요. 오빠 애는 아니니까.”
“……”
“산부인과엘 가야 되는데 같이 가 줄 남자가 없었어요.”
“……”
“오빠가 같이 가 줄 거죠?”
“알았어.”
나는 시원스럽게 대답하고 눈을 감는다. 섹스의 뒤끝을 음미하듯 디나가 품속으로 파고든다. 나는 눈을 감은 채 디나의 알몸을 꼭 끌어안는다. 디나의 마음을 점령한 고민을 해결해 줘야 한다. 그래야 디나와 한 약속을 지켜 주는 것이 된다. 디나에 대한 나의 신뢰를 확인시키는 것이기도 하고. (생략)
--- 「제2부 20파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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