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관객 수가 눈에 띄게 줄어 울상이 된 동료를 마주할 때면, 인터넷 영상의 손쉬운 접근성이라는 게 묘한 죄책감으로 다가온다. 내 얼굴은 핸드폰만 켜면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만나기 쉬운 얼굴이다. ‘대중에게 잠깐이나마 얼굴을 비추기 위해 기울이고 있는 노력들을 나 역시 여전히 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때면 부끄러운 마음부터 앞선다. 2주에 한 번씩 누군가의 손바닥 위에 내 얼굴을 비출 수 있다는 것은 절대 당연하게 누릴 수 없는 큰 행운이다.
--- p.51, 「쉽게 만나는 얼굴」 중에서
그럼에도 조명이 내 눈길을 끌었던 건 빛으로 좋은 어둠을 만들어내는 현장을 봤을 때였다. 빛이라는 것이 단순히 어두운 곳을 밝히는 용도로만 쓰이는 게 아닌, 화면 안에 없었던 분위기와 느낌을 만들어내는 현장을 경험한 이후 내가 가져가야 할 힘이 이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p.61, 「‘나의 힘’을 키운다」 중에서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것은 티키틱이 우리 네 사람 모두의 브랜드라는 점이다. 우리는 모두가 감독이면서 동시에 유튜버다. 우리는 무대 뒤에서 이야기를 만들며 화면에 잘 드러나지 않는 제작자의 역할을 뒤집어 채널을 대표하는 얼굴들이 되었다. 음악 감독, 조명 감독, 미술 감독이 직접 연기를 한다. 물론 더 좋은 작
품을 위해서 때로는 카메라 뒷자리를 자처하기도 하고 배역에 더 잘 어울릴 게스트를 모셔오기도 한다. 결론적으로는 카메라 앞과 뒤를 자유롭게 활보하는 감독들이 됐다.
--- p.71, 「우린 모두가 주인공이야」 중에서
이미 괜찮아 보이는 작품에 작은 디테일이라도 하나 더 얹으려는 건, 그만큼 ‘우리 것’을 만든다는 마음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결과물 하나하나가 남이 아닌 우리의 발걸음으로 남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지금도 모든 멤버들이 서로서로 ‘사서 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격려하고, 응원하고, 가끔은 말리기도 하지만 결국 모두의 생각은 같은 곳에 닿아있다. 의미 있는 고생은 언제든지 환영이다.
--- p.77, 「사서 고생, 얼굴엔 웃음이」 중에서
솔직한 가사를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중가요의 꽃’이라고 생각하는 작사의 기술들을 활용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운율을 맞추려다가 문장 구조가 지나치게 뒤집어지는 상황도 피해야 하고, 중간중간 영어 단어처럼 듣기 좋은 말로 추임새를 넣는 것도 여간해서는 포기해야 한다. 내가 쓰는 가사가 세련된 가사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에게 중요한 건 화려한 한 줄보다 솔직한 한 줄이다.
--- p.100, 「대사 같은 가사 한 줄」 중에서
유튜브는 관객이 다른 영상으로 발길을 돌리기 전에 관심을 끌어내야 하는 야생의 무대다. 휴대전화를 쥔 손가락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긴 러닝타임을 갖고 육수를 우려낼 여유란 없다(한 방을 위한 장치를 느긋하게 쌓아올릴 빌드업은 어렵다는 의미다). 짧은 시간 안에 보장된 재미를 줘야만 한다. 그러면서도 오래 남을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니 마음속 무언가를 건드려야 하는 건 덤이다. 육수 없이 깊이 있는 음식을 만들라니, 참 어려운 일이다. 다행히 우리는 눈길보다 더 효과적으로 마음에 닿는 지름길을 알고 있다. 빈틈은 귓가였다
--- p.111, 「3분, 당신의 마음까지 닿는 시간」 중에서
다행히 아직까지는 티키틱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상처 준 일을 듣지 못했다. 티키틱 콘텐츠에 미움이나 편견을 담지 않으려 늘 고민하는 시간을 갖지만, 우리도 언제든 콘텐츠로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결코 우리가 갑자기 비뚤어진 마음을 먹어서가 아니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십중팔구 ‘태만’에서 비롯된 일일 것이다.
--- p.119, 「누구나 편히 웃을 수 있게」 중에서
‘모두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은데, 저만 혼자 멈춰 있는 기분이 들어요. 신혁님은 그럴 때 어떻게 하시나요?’ SNS를 통해 종종 전해져 오는 고민이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의 눈에 비치는 타인의 삶도 다분히 편집된 것이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보는 다른 이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그들의 삶 속 ‘하이라이트’인 경우가 많으니까. 앞선 질문에 대해 글로 답변하는 대신 〈롱 테이크〉를 기획했다. 이것이 더 진솔한 답변이 될 것 같았다.
--- p.147, 「롱 테이크」 중에서
늘 무언가에 푹 빠지면 그만큼 무언가를 건져서 올라왔다. 크든 작든 모두 나의 삶을 채워준 것들이었다. 혹시 내가 일궈놓은 아직은 작은 세상에도 관심을 가지는 이가 있다면, 당신도 꽤 괜찮은 것만 가지고 돌아갔으면 좋겠다. 누가 건져 올려도 아쉽지 않을 것들만을 준비해놓고 기다리겠다.
--- p.198, 「아이디어의 원천」 중에서
‘야야야 걔’로 불리던 1세대 UCC 스타는 자기 인생이 막을 내린 줄 알았다. 그래서 새벽마다 PC방으로 샜다가 집에 돌아와 혼자 막걸리를 마시며 날이 밝기 직전까지 헛소리를 흥얼거렸다. 꽤 오랜 시간을 이리 샜다 저리 샜다, 이 노래 흥얼거리다 저 노래 흥얼거리다 했다. 멋진 무대 위를 동경하며 이를 바득바득 갈고 버티다가, 이윽고 무대에 오르길 포기한 순간에야 알아차렸다. ‘저 무대는 내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난 무대에 서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막은 내린 적도 없었다’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때, 정반대쪽의 무대에서 작게 불이 켜졌다.
--- p.238, 「오늘의 무대가 막을 내리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