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동지들, 우리들의 삶의 본질은 무엇이겠소? 우리 그것을 직시합시다. 우리의 삶은 비참하고, 고되고, 짧소. 우리는 태어나, 단지 우리 몸에 숨이 붙어 있을 만큼의 음식이 주어졌고, 우리 중 그것을 할 수 있는 이들은 마지막 한 톨의 힘까지 일하도록 강제됩니다. 그리고 우리의 유용성이 다한 바로 그 순간 끝이 찾아오고 우리는 끔찍한 잔학행위로 도살당하는 것이오. 영국의 동물들은 한 살이 지나면 누구도 행복이나 여가의 의미를 알지 못하오. 영국의 동물들은 누구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동물의 삶은 비참함과 노예 생활이오. 그것이 있는 그대로의 진실입니다.”
--- p.13
단지 인간만 제거하면, 우리 노동의 생산품은 우리 소유가 됩니다. 거의 하룻밤 사이에 우리는 부자가 되고 자유로워질 수 있소.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만 할 일이 무엇일까요? 그건, 밤낮으로, 몸과 마음을 다해, 인간 종족을 몰아내기 위해 힘쓰는 겁니다!
--- p.16
많은 생각 끝에 스노볼은 7계명은 사실 하나의 격언으로 축소시킬 수 있다고 선언했다. 즉,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였다. 이것은, 동물주의의 근본적인 원리를 담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 p.43
그러한 공포와 학살 장면은 늙은 소령이 처음 그들에게 반란을 선동했던 그날 밤 자신들이 고대했던 게 아니었다. 그녀 자신이 미래에 대한 어떤 그림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건 동물들이 굶주림과 채찍으로부터 해방되고, 모두 평등하며, 각자 자신의 능력에 따라 일하고, 소령의 연설이 있었던 날 밤 자신이 어미 잃은 오리 새끼들을 앞발로 보호해준 것처럼,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보호해주는 그런 사회였다.
--- p.98
나폴레옹이 입에 담배 파이프를 물고 농가 정원을 돌아다니는 게 보여도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았다―아니, 심지어 돼지들이 옷장에서 존스 씨의 옷을 꺼내 입어도, 나폴레옹 자신이 검은 코트를 입고 사냥복 바지에, 가죽 각반을 하고 나타나도, 한편 그의 총애를 받는 암퇘지가 존스 부인이 일요일이면 입곤 하던 물방을 무늬 실크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도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 pp.146~147
직역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문장을 오해하니, 절대로 서술 구조 그대로 번역이 안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자 문장을 끊고, 줄표를 없애면서 단문화한 것입니다. 문장 속 줄표를 없애는 게 바른 번역이라 여길 요량이면, 다른 곳의 문장도 그러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때그때 역자 임의로 넣다 뺐다 한다는 것은 스스로 오역임을 인정하는 셈일 터입니다.
--- p.180, 「역자노트」 중에서
단순한 지적 같지만 여기서는 ‘카드놀이’라고 옮겨서는 저 험악한 상황이 절대로 전달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저것은 ‘놀이’가 아니라 도박이니까요. 이 상황의 뉘앙스가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보아하니’ 같은 있지도 않은 말로 문장을 늘려서도 안 될 것입니다.
--- p.213, 「역자노트」 중에서
『동물농장』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완전히 의식하면서, 정치적 목적과 예술적 목적을 하나로 융합시키려 애썼던 첫 번째 책이다. 나는 7년간 어떤 소설도 쓰지 못했지만, 정말이지 조만간 다른 소설을 쓰기를 희망한다. 그것은 실패작일 가능성이 크고, 모든 책이 실패작일 테지만, 나는 내가 쓰기를 원하는 책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는 명확히 알고 있다.
--- pp.227~228,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중에서
영미권에서 『동물농장』의 출판이 거부당했던 것은, 다만 러시아 혁명기를 풍자하고 스탈린을 나쁘게 그려서, 그것이 정치 문제화 될까 봐 그랬던 게 아니었다. 아니, 거기에는 1%의 진실과 99%의 거짓이 섞여 있었던 것이다. 실제 『동물농장』이 문제된 것은 바로 숨겨진 비밀, ‘트로츠키의 누명과 국외 추방, 그리고 멕시코에서의 암살’을 암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이 내밀한 사정을 과연 우리 번역서들을 통해 느낄 수 있을까? 나는 솔직히 회의적이다. 축약과 암시, 상징으로 처리된 문장을 직역이 안 된다고 역자 임의로 의역한 번역으로는 절대 그것을 알 수 없는 것이다. 실제 우리는 그런 이유로 『동물농장』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 p.241, 「역자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