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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思惟, 그 진정한 소유

사유思惟, 그 진정한 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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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150*210*20mm
ISBN13 9791156344506
ISBN10 115634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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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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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내려놓기도 쉽다. 충분히 최선을 다해 사랑했기 때문에 후회가 남거나 아쉽거나 미련 같은 것도 없고 다음을 기약하며 미뤄둔 것도 없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주고 그래도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에 대해서는 쉽게 놓아 줄 수도 있다. 그것 역시 무엇을 해도 상대가 만족하지 못한다면 결국 자신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서일지 모른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약자가 아니다. 강자다. 자신이 마음을 내려놓는 시점까지도 스스로가 정할 수 있는 강자다. 그러기에 돌아서도 아무렇지 않게 가는 것이다. 돌아서느냐 마느냐를 고민하면서 이미 정리의 시간을 가졌으므로 결심을 실행한다는 것은 오히려 시원한 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덜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은 가만히 앉아서 ‘당하는 이별’이 될 것이다. 그렇게 좋아한다더니 저럴 수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수없이 마음속의 이별을 체험한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면 이해가 되지 않겠는가.

만일 한 쌍의 남녀가 사랑에 관한 내기한다면 ‘누가 더 사랑하는지 내기할래?’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서로 ‘난 이길 자신 있어!’ 하면서 의기양양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랑을 하면 좋겠다. ‘어휴, 네가 이겼어!’ 하더라도 사실은 내가 더 사랑하는데 사랑하므로 상대를 기쁘게 하기 위한 양보였으면 좋겠다.

사랑이 변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변하는 거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변하는 것은 상대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 아무것도 아니던 것이 이름을 부른 순간 ‘꽃’이 되었던 것처럼 이름을 내려놓는 순간 상대는 특별함을 잃고 그야말로 평범 그 자체의 주변 인물로 돌아간다. 어쩌면 ‘그’이기 때문이 아니라 ‘나’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시절의 나’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들일 것이다.

‘이 사람은 정말 어쩌면 이렇게 안 변할까? 구제 불능이야!’ 가 아니라 그를 좋아했던 그 시절의 ‘내’가 변화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의 습성을 참아낼 수 있었던 나로부터 참아낼 수 없는 나로, 그의 무관심을 견뎌낼 수 있었던 나로부터 견딜 수 없는 나로, 겉모양을 중요시했던 나로부터 속마음을 중요시하는 나로, 혹은 베일에 가려진 비밀스러움을 좋아했던 나로부터 햇살 아래 훤히 보이는 투명함을 좋아하는 나로, 현실을 외면한 채 꿈을 좇던 나로부터 현실에 발을 딛고 꿈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나로.
--- 「더 사랑하는 사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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