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1997년 2월에 ‘전자정부 구현의 주요성공요인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전자정부를 주제로 한 최초의 행정학 박사학위 논문으로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1993년 중반에 미국에서 시작된 전자정부가, 4년 만에 한국에서 박사학위의 논문 주제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전자정부와 디지털정부를 정부 건물에 초고속망이 깔리고 공무원들에게 PC가 지급되면 이루어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전자정부는 정보통신기술의 도입 그 자체가 아니라, 정보기술을 활용한 총체적인 정부혁신이다. 따라서 이러한 정부혁신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리더십이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이다.
1993년에 시작된 미국 클린턴정부의 정부재창조라는 정부혁신의 성공은 절대적으로 전자정부를 수단으로 활용하였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전자정부는 1990년대 후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2002년부터는 UN이 세계 192개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여 전자정부 순위를 매기기 시작하였다. UN이 2008년부터 격년제로 전자정부 순위를 매기기 시작하였는데, 우리나라는 2010년, 2012년 및 2014년에 연속해서 세 번이나 UN 전자정부 세계1위 국가에 선정되면서,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도약’을 실현하였다.
이러한 전자정부는 현재 디지털 대변혁(Digital Transformation)의 시대에 대응하여 디지털정부로 전환되어 여전히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추진되고 있다. 현재에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디지털정부 선도국가이다. 2020년 코로나19의 시국에서, 일본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데 1개월 이상 걸리는 나라이지만, 한국은 재난지원금을 단 하루 만에 지급할 수 있는 나라이다. 이것은 모두 다 전자정부 성공의 덕택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전자정부의 성공은 초고속정보통신망의 구축 및 인터넷의 활용 그리고 다양한 정보통신 산업의 발전에 기초하여 이룩한 성과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던 것은, 우리나라 역대 정부에서 추진했던 정보화, 국가정보화, 전자정부 및 디지틸 정부혁신 정책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들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한 대통령의 리더십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2022년 3월에 제20대 대통령 선출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한민국은 성공한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나라이다. 역대 대통령들 모두 취임사에서는 성공한 대통령을 자신하였지만, 퇴임 시에 지지율로 볼 때, 성공한 대통령을 찾아 볼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정보화, 전자정부, 국가정보화 및 디지털 정부혁신의 분야에서는 성공한 대통령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오늘날 세계에서 디지털정부의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한 배경에는, 과거 정부에서 이러한 정책들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했던 대통령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및 문재인 대통령은 한 가지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성별, 연령별, 지역별 및 정당별로 어느 것에서도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은 왕이 아니다. 그런데 그 동안에 한국의 행정 풍토에서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이름하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다. 따라서 과거에 대통령을 ‘각하’라고 호칭하던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의 눈에는 이 책의 내용들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시대의 인물들은 한국의 행정과 정치 분야에서 이제 사라져야 한다. 위에서 제기한 이들 대통령의 공통점은 분명하게 다르게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이들이 내가 지난 30여년 동안 매월 빠짐없이 꼬박꼬박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은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이 책은 이러한 관점에서 집필된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내용들은 지난 30년 간에 수행된 대한민국 정부의 정보화, 전자정부, 국가정보화 및 디지털 정부혁신 정책의 불편한 진실들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다.
2021년 2월 28일
정 충 식
---「머리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