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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도서실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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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424g | 128*188*20mm
ISBN13 9791191043174
ISBN10 119104317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좋아하는 책은 『도련님』입니다.”
나쓰메 소세키라. 작가 이름 정도는 알고 있지만 읽어본 적은 없다.
이 3학년도 책을 정말 읽었을까 의심이 솟아나려던 찰나에 선생님이 덜컥 물었다.
“어디가 좋은데?”
남 일이 아닌 것 같아 속으로 망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여학생이 쑥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기요 씨가 우리 할머니랑 좀 비슷해서요.”
주위에서 납득이 간다는 듯한 반응이 바로 나와서 가슴이 철렁했다.
누구지, 기요 씨라는 사람이? 그리고 뭐야, 이 연대감은. 설마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도련님』을 읽은 건가?
--- pp.9~10

그때 후지오가 앞머리 사이로 나에게 시선을 돌리는 것 같아서 나는 재빨리 “아라사카야, 잘 부탁한다” 하고 말을 걸었다. 그러자 무거워 보이는 앞머리가 눈을 금세 가리더니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로 후지오가 대꾸했다.
“후지오 호타루야. 자, 잘 부탁해.”
피어오르는 모기향 연기에 휘말려 땅에 떨어지는 모기가 떠오르는 목소리였다. 힘없이 날개를 떠는 모기의 단말마. 희미한 보랏빛 연기가 뇌리를 스친다.
--- pp.16~17

히자키 선생님은 생물 선생님으로, 언제나 얼룩 하나 없는 흰 가운을 입고 있다. 이제 곧 정년이고 우리 부모님보다 연상인 선생님은 그 연배의 사람치고는 키가 큰 편이라 눈높이가 나보다 조금 위다. … 젊었을 적에는 상당히 인기가 많았겠다는 짐작이 가능할 만큼 감탄이 절로 나는 외모다.
--- p.36

“하지만 아베 고보 하면 역시 『모래의 여자』지. 이 작품으로 요미우리 문학상을 받았어.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프랑스에서는 최우수 외국문학상을 수상하기까지 했거든. 나도 좋아하는 작품이야. 읽고 있으면 입안이 까끌거리는 것 같달까? 옷깃이나 양말 안으로 자잘한 모래가 파고드는 것 같아서 어쩐지 불안한 마음이 들어. 이야기 자체가 가진 으스스함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 p.56

“무슨 책이에요?”
“비밀.”
그 순간 책 제목이 ‘비밀’인 줄 알았다가, 선배가 웃고 있어서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함께 웃었다. 하지만 선배는 미소만 지을 뿐 책 제목을 말하지 않았다.
표정이 굳은 나를 보고 선배는 눈가에서 웃음을 거뒀다.
“맞춰봐. 정확한 제목을 알아낸다면, 그 원고를 신문에 실어도 돼.”
--- p.65

“18년 전에 그 생물실에서 여학생이 뛰어내린 일이 있었다는 거야. 그 후로 방과 후에 혼자 생물실에 있으면, 커다란 뭔가가 클레이 코트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대. 그래서 창문 아래를 내려다보면, 벽을 타고 올라오고 있는 피투성이 여학생이랑 눈이 마주친대나 뭐래나….”
--- p.86

“아라사카는 사람들이 왜 책을 읽는다고 생각해?”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도 걸음을 멈췄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길가로 붙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르겠다.
후지오가 나를 바라보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이야기는, 예언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야.”
도로를 지나가는 커다란 트럭이 뿜어내는 낮은 엔진 소리가 후지오와 나 사이를 가로막는다.
--- p.97

-다음에 한번 읽어볼까.
물 표면에서 거품이 보글보글 떠오르는 것처럼 그런 말이 가슴속에 떠올랐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오른 말에, 한 박자 늦게 눈을 휘둥그레 떴다. 스스로 책을 읽어보자는 생각을 하다니,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상상도 하지 않았을일이다.
--- p.223

“아라사카도, 기대해줄 거야?”
저녁노을이 후지오의 옆얼굴을 붉게 비췄다. 기대해주면 좋겠어, 라고 말한 것 같아서 나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기대하고 있어. 그러니까 후지오를 보고 있을게.”
--- pp.260~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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