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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창개 온 어머니

암창개 온 어머니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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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1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358g | 137*195*16mm
ISBN13 9791195539963
ISBN10 1195539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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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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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어머니는 사전에 아무런 연락도 없이 내가 사는 우도의 집으로 불쑥 찾아오셨다. 자존심 강한 어머니 성격상 처음엔 얼마나 망설였을까 싶다. 내딛는 발걸음이 무척 무거웠을 것이다. 반면, 생각지도 못했던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귀향에 아내와 나는 반가움에 앞서 무척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다. 우리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오래되고 깊은 사연이 있다.
--- 「어머니의 귀향」 중에서

요양원의 어머니는 진료차 주기적으로 병원 나들이를 하셨다. 진료는 질색하면서도 병원에 가고 오는 시간을 어린애처럼 좋아하셨다. 내 차는 소형 화물차라서 어머니가 타고 내리실 때 불편한 편이었다. 그럼에도 넓고 편한 뒷좌석을 마다하고 어머니는 꼭 조수석에 앉으셨다. 자식인 나를 쳐다보는 따뜻한 눈빛엔 늘 흐뭇함이 묻어났다.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잠시라도 내 곁에 있고 싶어 하셨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살갑지 못했다. 어머니의 얘기를 다정하게 듣기보다 내 기준에서만 대화가 이루어졌던 것 같다. 내 생각과 안 맞더라도 ‘어머니의 얘기를 좀 더 들어드릴걸.’ 하는 후회가 남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중략)
꺼질 듯 꺼질 듯 사위어 가는 기억 속에서 가끔씩 옛날 일이 떠오를 때면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살뜰히 어미 노릇 못 한 당신을 한없이 자책하셨다. 하루는 옛 기억이 떠올랐는지 내 손을 꼭 잡더니 뜬금없이 ‘어머니’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셨다. 어릴 적 내가 누명을 쓴 걸 모르고 내게 모질게 하신 게 한이 되었는지 자꾸 미안하다 하셨다. 나도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그만 감정이 울컥했다. 그때를 생각하며 부석부석한 어머니 얼굴을 쓰다듬어 드리고 겨울 나뭇가지처럼 메마르고 야윈 당신의 손을 꼭 잡아 드렸다. 그렇게 어머니와 나의 그리움은 닿아 있었다.
--- 「요양원으로」 중에서

처음에 어머니를 요양시설에 모신다는 소식에 남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만한 위치에 있으면 웬만하면 집에서 모시지…….’ 하는 주변 어른도 있었다. 그 말에 가슴이 조여 왔다. 시설의 도움을 받는 사람으로서 자식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 가슴 한구석엔 늘 죄인 아닌 죄인의 심정이었다. 요즘 세상에 자기의 일상을 포기하면서까지 치매 부모님을 집에다 모시고 바라지하는 자식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군색한 변명을 해본다.
우리 세대에게 이 문제는 깊은 고민거리다. 저마다 조금씩 입장이 다를 수 있겠지만, 내 부모를 시설에 모시면 아무리 자주 찾아봬도 죄스럽고 만일 내가 그 지경이 된다면 절대로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는 말아야겠다는 게 공통적인 정서다.
--- 「우도샬롬소규모요양원」 중에서

염하는 절차를 지켜보며 멍하고 혼미한 상태에서 어머니의 삶과 인생의 의미를 되짚어보았다. ‘저 수의란 무슨 의미인가. 이런 게 인생이란 말인가. 치열하고 고단했던 삶이 고작 단벌 수의에 저렇게 간단히 묻혀 버린단 말인가. 정녕 인생의 무상함은 피할 도리가 없는 것인가.’ 씁쓸함이 가슴을 가득 메웠다. 결국 마지막은 빈손인 것을……. 염을 하는 한 시간여 동안, 공허감을 느낄 뿐이었다.
--- 「임종」 중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유품을 정리하다가 50여 년 전 어머니 구술을 받아 적었던 원고가 생각났다. 처음 써본 누런 똥종이 원고지, 불태우려다 더듬더듬 읽어 보았다. 그때 구술을 받아 적으면서 어머니와 함께 눈시울을 붉혔던 기억이 어슴푸레 떠올랐다. (중략)
어머니의 구술 속엔 우리 삼 남매의 아린 상처도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내 가정사여서 굳이 까발리고 싶지 않았지만, 어머니의 유품으로 남겨진 구술이기에 수필 한 꼭지로나마 간략하게 정리하려 한다.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한 번이라도 읽어 볼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13년 수필집 『내 아내는 해녀입니다』에 실린 수필 ‘나의 어머니’와 상이한 부분이 있다는 걸 이번에야 알게 되어서다.
--- 「암창개 온 어머니」 중에서

50대 후반의 주부가 도시에서 살다가 남편의 고향인 우도에 귀촌해서 식당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 시골 생활을 별로 해본 적이 없는 그녀로서는 섬 생활은 더더욱 생경했을 것이다. 각오는 했겠지만 적응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을 테다. 어느 날 그녀가 운영하는 식당에 갔다가 지난 몇 년간 이곳에 적응하고 동네 삼춘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 눈물겨운 체험담을 듣게 되었다.
--- 「어느 해녀의 불턱 영역 입성기」 중에서

있을 때 그 소중함을 모르고 소홀했던 것들은 제주어뿐만이 아니다. 수천 년 동안 엄마에게서 딸에게로 대대로 이어오며 제주의 경제에 이바지해온 해녀들의 ‘불턱’ 문화도 그동안 천한 직업이란 이유로 소홀히 여겨졌다. 해녀라는 직업 자체도 오래갈 것 같지 않아 참으로 걱정이다. 모두 사라지면 되돌릴 수 없는 고유하고 소중한 것들이다.
“제주 사?이민 제주설랑 제주 말 허게 마씸.”
--- 「소멸 위기의 제주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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