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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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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39쪽 | 230g | 130*210*9mm
ISBN13 9791190943147
ISBN10 11909431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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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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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 나루터

나를 버리고 흘러간 강물은 산모퉁이 돌아
먼 기억 속으로 떠나가고
세상을 들고나던 나루터,
저녁연기 피어오르던 대숲 밭 고향 집도
청풍호 호수 물에 잠들고 말았다
메 뿌리처럼 흩어져야 했던 정든 사람들
타관객지 떠돌며 수몰민으로 살아온 오십여 년
쓸쓸한 나루터 찾아와
눈시울 붉어질 때마다
녹슨 추억만 갈대에 매달려 통곡한다
학교 길 오고가던 나루터 길섶에
산딸기 제풀에 떨어지고
주근깨 예쁜 나리꽃 흐드러지게 피고 진다
노을빛에 반짝이는 별빛 같은 윤슬과
강줄기 따라가는 물오리 떼의 날갯짓
허공을 달리는 가슴 시린 그리움이었다
날 저무는 물결무늬 위로
잊히지 않는 얼굴들이 아스라이 지나간다

――――――――――――――――――――――――――――

오월

연녹색 물감 칠한 오월의 호숫가
잔잔한 바람 파란 물살 지르밟고 간다
아카시아 향기 주렁주렁 열리고
이팝나무 꽃 가랑눈처럼 날리는 한낮
개개비 소리 요란한 갈대숲에도
둥지 속 파릇한 날갯짓 환하게 흔들린다
파란 하늘 바람개비는
솜털구름 따라 돌고
풋보리 파도치는 들녘
수꿩이 노래한다
온통 풋풋한 연둣빛 봄내 싱그러운 산촌山村
산비탈 올망졸망 매달린 다랑논에도
어느새 개망초 꽃무덤 지고
이슬 맺힌 풀잎 봄 향기 짙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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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고향은 충북 제천에 위치한 청풍淸風이다. 충주댐의 건설로 인해 오래전에 수몰된 곳이다. 그리하여 시인은 실향민이 된 것이다. 고향을 떠나 낯선 태백 탄광촌 등을 유랑하다가 서산에 정착하였지만, 그의 마음은 늘 고향에 가 있다. 스스로 떠나온 곳이 아닌, 댐 건설로 떠밀려 떠나온 곳이기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더 간절하기만 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그리움은 더 커져만 갔다. 그 그리움을 달래려 시인은 고향이 잠긴 청풍호에 종종 다녀오곤 했다. 이를 통해 그는 수몰되기 전의 아름다운 고향의 풍경과 고향에 대한 추억을 시로 담아내기에 이른다. 이번 시집에 고향에 관한 시가 다수 실리게 된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 비롯되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시집에서 가장 많이 쓰인 시어는 다름 아닌 ‘바람(風)’이다. 고향 이름 또한 청풍淸風으로, 부드럽고 맑은 바람을 의미한다. 시인은 ‘바람 ’을 통해 떠도는 바람 속에 남아 있는, 수몰되기 전의 고향의 향기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고희를 맞이하여 무소유의 마음으로 아름다운 고향의 추억들을 펼쳐 보이고 있다.
- 김현정 (문학평론가, 세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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