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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키린의 말

키키 키린의 말

: 마음을 주고받은 명배우와 명감독의 인터뷰

[ 양장 ] 말에 지성이 실린 책이동
리뷰 총점9.0 리뷰 2건 | 판매지수 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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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1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702g | 145*210*30mm
ISBN13 9788960906686
ISBN10 896090668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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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들어가며┃고레에다 히로카즈

일상에서 붕 떴다가 돌아오다
자연스레 숨 쉬듯 존재하다
뼈를 빼고 움직이다
평범한 사람을 연기하다
진지하게, 재미있게 놀다
틀니를 빼다

추도문┃고레에다 히로카즈
기고문┃우치다 야야코
마치며┃고레에다 히로카즈

옮긴이의 말
키린 씨와의 작업
출전·참고문헌·사진 출처
연보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병을 앓음으로써 내가 영화에 출연하는 방식이 바뀐 건 아니지만, 마음가짐은 크게 변했거든. 좀 겸허해진 것 같아요. 살아가는 방식에 있어서도요.
---p.17

나 자신을 물처럼 만들어서 세모난 그릇이라면 세모, 네모난 그릇이라면 네모, 동그란 그릇이라면 동그라미가 되어 꾸밈없이 거기에 들어가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하고요.
---p.17

인간이 살아 있고, 움직이고 있고, 멈춰 있지 않다는 것을 고레에다 감독은 확실히 보고 있고, 또 그런 방식으로 찍어요.
---p.21

요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사건이 일어났다! 또 일어났다!’로 채워져 있잖아요? 점점 그런 특별한 사건이 없으면 드라마가 아니다, 영화가 아니다, 하는 착각이 드는 건 무서운 일이에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이 있기에 인간 세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고요.
---p.24

연예계라는 곳에는 정말이지 무시무시할 정도로 색정과 욕망이 줄줄 흐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엄청나게 고요한 것, 깨끗한 것이 줄줄 흐를 때도 있어. 그것들이 꼬인 새끼줄처럼 공존하는 와중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세계예요.
---p.66

난 일흔이 넘은 이제부터가 가장 좋을 때인 것 같아요. 아무 생각 안 해도 돼. 이 연예계라는 어중이떠중이들의 세계 속에서 결국은 나 자신도 포함해 여러 사람을 마구 휘저어왔지만, 일흔이 지난 지금은 여기가 아주 좋은 거처라는 걸 실감해요.
---p.73

현장에서 감독이 엄청나게 집중해 극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저렇게 역할을 느끼면서 만들고 있구나, 역시 감독 덕분에 좋은 곳에 와 있다고 실감해. 그와 동시에 이건 딱 한 번일 거라는, 그리 오래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느낌도 들어. 만약 이어진다면 내 수준도 좀 더 높게, 인간으로서의 격이랄까, 말이 이상하지만 영혼의 품격도 끌어올려두지 않으면 낭패일 거라는 생각이 있어요.
---pp.78,79

키린 씨의 연기를 좋아하는 건 당연하고요, 함께 있으면 ‘제대로 된 감독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p.79

키키 키린은 재밌다. 훌륭한 것도 즐거운 것도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역시 재밌다.
---p.105

캐스팅할 때 “이 역할은 평범한 느낌의 사람이 좋겠어요”라고들 하지. 하지만 정말로 그런 사람을 데려다놓으면 그저 ‘평범할’ 뿐이야. ‘평범한 사람의 매력’이 있어야만 하는데도.
---p.155

제대로 느껴주는 연출가를 만난다는 건 배우로서는 행운이에요.
---p.156

난 배우로서 살기보다 연예계에서 사는 쪽이 좋아. 가장 싫은 곳이지만, 이 연예계에 가만히 앉아서 여러 사람을 보는 거야. 재밌거든.
---p.191

지금 이렇게 돌아보니, 가까운 사람들에게 남들은 헤아릴 수 없는 걱정거리가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면서도 키린 씨는 “좀 쉬겠습니다” 하며 문을 닫고 멋지게 생生에서 사死로 먼 길을 떠난 게 아닐까 한다.
---p.231

인간은 몇 살을 먹든 그대로야. 그저 체형이 그렇게 변해버린 거지. 난 할머니를 연기하지 않아. 그대로 출연할 뿐이야.
---p.237

나한테는 늘 이쪽에서 보면 어떨까 저쪽에서는 어떨까를 생각하는, 사물을 부감해서 보는 버릇이 있구나 싶었어. 이쪽에 웃는 사람이 있으면 저쪽에는 우는 사람도 있다든지, 그렇게 사물을 보는 습성과 버릇이 있는 모양이야.
---pp.301,302

가벼운 발놀림과 ‘잡맛’을 굳이 버리려 하지 않는 당신의 자세는 TV 출신인 제 눈에 또 하나의 커다란 매력으로 비쳤습니다. 그렇기에 당신의 부고를 전하는 뉴스 속에서 여러 사람들이 당신을 “배우” “대배우”라고 부르는 데 약간의 거북함을 느낍니다. 그런 구분은 실은 당신의 존재를 오히려 ‘왜소’하게 만들어버리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조차 듭니다. 분명 키린 씨도 그렇게 느끼고 있지 않을까요.
---p.336

키키 키린은 눈眼의 사람이다. ‘야부니라미藪?み’란 사시, 혹은 시각이나 사고방식이 얼토당토않다는 뜻인데 그의 눈이 ‘야부니라미’인 것을 두고 한국의 어느 영화평론가 백은하 가 이렇게 평했다. “현재를 보는 눈과 과거 혹은 미래를 동시에 보는 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배우는 신비롭고도 무섭다.”
---p.342

사랑해야 할 대상이 이제 여기에 존재하지 않고, 손에 닿지 않는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부재’를 그립게 여긴다. 이 ‘그리워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불행한 체질의 인간이 작가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뜻에서 이 책은 나에게 이제는 수신되지 않는 ‘연애편지’일 것이다.
---p.346

‘고분고분한 범생’ 타입인 나는, 고백하건대 번역을 하는 내내 키키 키린이 부러웠다. 뾰족한 개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던 삶이, 연기뿐만 아니라 일상 대화에서도 엿보이는 천재적인 언어 센스가, 오랜 세월 나의 우상을 자극했던 대단한 재능이. 평범한 사람이 피나게 노력해도 가지 못하는 경지에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서 있는 이들에게 나는 늘 속수무책으로 끌린다. 그의 모나고 까다로운 면까지 사랑하고 마는 것이 범생 타입의 숙명이라 생각한다.
---p.351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나를 고집해주는 사람이 생겼다는 건 아주 감사한 일이에요”
일본영화계를 대표하는 파트너, 키키 키린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키키와 고레에다는 2008년 [걸어도 걸어도]를 시작으로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태풍이 지나가고]에 이어 2018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어느 가족]까지 총 여섯 편의 작품을 함께하며 ‘고레에다표 가족 영화’를 완성해나갔다. 둘의 첫 만남은 키키가 2007년 영화 [도쿄 타워]로 일본아카데미상에서 첫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직후였다. 고레에다는 ‘이 작품을 안 봤다면 [걸어도 걸어도] 출연을 제안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할 만큼 키키의 연기 인생에 변곡점이 된 시기다.
사실 배우와 감독으로서 두 사람의 출발점은 영화가 아니라 TV였다. 키키는 스무 살 무렵 TV 드라마로 데뷔한 이후, 수십 년간 다양한 드라마에서 비중 있는 감초 역할을 맡으며 안방극장의 인기인으로 사랑받아왔다. 줄곧 자신을 배우이기보다 연예인으로 인식해왔던 그는 일찍이 예능과 CF에서도 활약하며 더욱더 재미있고 즐거운 연기를 추구했다. 역시 오랜 시간 TV 방송 제작회사에서 일해온 고레에다는 그런 키키의 연기를 “가벼운 발놀림과 ‘잡맛’을 굳이 버리려 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고레에다는 캐스팅 전에 키키를 등장인물로 상정해놓고 쓴 각본도 여럿 있을 만큼 배우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키키는 주어진 대사와 장면에 갇히지 않고 상황을 해석해 연기하는 배우로 유명한데, 감독은 그를 온전히 신뢰하며 촬영 현장에서도 늘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키키도 “평범한 대목의 평범한 움직임을” 알아봐주는 감독에게 깊은 믿음을 보이며 두 사람은 일본영화계의 가장 주목할 만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고레에다: 어떤 배우에게 ‘이 사람은 제대로 된 연출가다’라고 진심으로 인정받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느낌, 그런 느낌을 주는 배우가 있다는 건 연출가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서요. 배우의 연기를 제대로 보고, 배우에게 ‘아아, 그런 부분을 보는구나’라는 인상을 주는, 연기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연출가이고 싶어요.

키키: (…) 우선은 고레에다라는 한 인간의 매력, 존재, 살아온 역사가 굉장히 풍성하다는 게 보이고, 그게 좋거든. 난 촬영이 끝나면 대본을 휙 버리는 무례한 배우고(웃음),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재미있게 태연하게 살 수 있으면 된다는 식으로 오늘까지 살아온 인간이야. 하지만 그렇게 고레에다 감독이 나 자신조차 싫어하는 나를 꺼리지 않고 ‘이런 각도에서 봐볼까’ 하는 느낌으로 매력적으로 이끌어내주는 거니까, 그런 사람이 그렇게 말해준다면…… 아직 목숨에 여유가 있다면 좀 더 살 수 있겠구나 하고, 지금 그렇게 생각했어요.
─79~80쪽


“배우란 역시 일상을 살지 않으면 안 돼요”
꾸밈없이 담백하게 연기했던 배우 키키 키린의 진면목

키키는 연기든 말이든 기록으로 남는 것이 무섭다며 “뒤에 남겨야 할 연기론 같은 건 내게는 없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러나 고레에다라는 유능한 인터뷰어가 이끄는 대로 허심탄회하게 나눈 대화에서 키키의 연기관은 자연스레 드러난다.
그는 연기할 때 평범한 일상을 살듯 연기하는 것을 중시했다. 이는 특별한 사건보다 오히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에서 이야기를 포착해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고레에다의 영화와도 일맥상통한다. 무엇보다 키키는 인물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제대로 된 연기의 기본이라고 생각했다. 뭔가를 하는 김에 말하는 듯한 그의 연기는 자칫 밋밋해 보이는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요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사건이 일어났다! 또 일어났다!’로 채워져 있잖아요? 점점 그런 특별한 사건이 없으면 드라마가 아니다, 영화가 아니다, 하는 착각이 드는 건 무서운 일이에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이 있기에 인간 세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고요.
─24쪽

한편 키키는 각본을 읽다가도 ‘왜 이런 사람이 이 집에 있는지, 등장인물의 대사나 행동이 부자연스럽다든지, 사심을 갖고 배우를 캐스팅한 것은 아닌지’ 주저없이 감독에게 질문 공세를 퍼붓는다. 고레에다는 일견 사소해 보이는 의구심일지라도 키키의 적극적인 개입이 각본을 풀어나가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감독보다도 더 연출가적인 시선으로 극 전체를 부감하는 눈이야말로 키키 키린을 범상한 배우들과 구분 짓는 능력이었다.


“이제 할머니는 잊고 당신은 당신의 시간을 젊은 사람을 위해 써”
소중한 사람일수록 단호하고 냉정하게 고한 마지막 인사

[어느 가족] 촬영 후 마지막 인터뷰에 앞서 키키는 고레에다에게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전한다. 오랜 투병 생활과 병세 악화로 조용히 생을 정리하던 그는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감독에게 이번 영화가 마지막이라고 못박았고, 칸영화제에 참석했을 때는 더 이상 감독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다. 고레에다는 그 날 이후 키키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단 한 번도 그를 만나지 못했다.
12년의 세월이 무색하리만치 야멸찬 태도로 감독과의 교류를 단절한 것은, 뚝심 있게 자신을 고집해온 젊은 감독이 슬픔에서 빨리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그는 평소 추구했던 ‘흘러가 사라지는 말끔함’을 실천하듯 유난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세상과의 작별을 고했다. 『키키 키린의 말』은 지극히 자신다운 마지막을 보여준 키키 키린이라는 배우를 고레에다라는 렌즈로 담아낸 또 하나의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딱 하나만 더 하는 것을 용서해주세요. 키린 씨, 당신이 떠난 9월 15일은 제 어머니의 기일이기도 합니다. 어머니와 헤어진 날 이렇게 또다시 어머니가 만나게 해준 당신과 작별하는 운명이란 것이, 제 안의 외로움을 한층 더 견디기 힘들게 만듭니다. (…) 이미 먼 길을 떠난 등을 뒤쫓듯이, 관 속의 당신을 향해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 한 번만 더 반복하며 작별 인사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키린 씨, 저를 만나줘서 고맙습니다. 안녕.
─338~339쪽 「추도문」에서

회원리뷰 (2건) 리뷰 총점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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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이제 할머니는 잊고 당신은 당신의 시간을 젊은 사람을 위해 써."... 고레에다 히로카즈, 키키 키린의 말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k******i | 2021.04.2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에서 내가 가장 재미있어 하는 장면은 딸과 엄마가 부엌에서 나누는 대화 장면이다. 딸이 엄마를 향해 “멍하니 있으면 치매 생겨, 친구를 만들어”라고 말하자 엄마가 딸을 향해 이렇게 받아친다, “지금 새 친구 만들면 장례식 갈 일만 늘어.”. 여기서 엄마 역할을 한 것이 바로 키키 키린이었고,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키;
리뷰제목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에서 내가 가장 재미있어 하는 장면은 딸과 엄마가 부엌에서 나누는 대화 장면이다. 딸이 엄마를 향해 “멍하니 있으면 치매 생겨, 친구를 만들어”라고 말하자 엄마가 딸을 향해 이렇게 받아친다, “지금 새 친구 만들면 장례식 갈 일만 늘어.”. 여기서 엄마 역할을 한 것이 바로 키키 키린이었고,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키키 키린이 함께 한 다섯 번째 작품이었다.


  “연예계라는 곳에는 정말이지 무시무시할 정도로 색정과 욕망이 줄줄 흐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엄청나게 고요한 것, 깨끗한 것이 줄줄 흐를 때도 있어. 그것들이 꼬인 새끼줄처럼 공존하는 와중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세계예요. 살아남기 위해서 하는 건 아냐. 하지만 살아남은 사람을 보면 나름대로······ 납득이 가. 그래서 재밌어. 스님처럼 수행하는 세계였다면 도저히 해나갈 수 없지. 하지만 온갖 도깨비들이 설치는 세계이기 때문에 좋구나, 재밌구나 생각해요.” (pp.65~66)


  <걸어도 걸어도>에서 시작된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키키 키린의 관계는 여섯 번째 영화인 <어느 가족>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그 이상 지속되지는 못하게 되었다. <어느 가족>은 6월에 개봉했고 8월에 키키 키린은 세상을 떠난다.  개봉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난다. 6월 <어느 가족>의 개봉 무대 인사를 하고 헤어지며 키키 키린은, “이제 할머니는 잊고 당신은 당신의 시간을 젊은 사람을 위해 써. 난 더 이상 안 만날 테니까.” 라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에게 말한다. 그리고 이후 만남을 거부했다.


  『연기를 보면서 놀란 점이 하나 있었다. 부엌 식탁에 앉아 경단을 먹으면서 고바야시 사토미 씨가 연기하는 딸과 대화를 나누는 평범한 장면. 보리차를 한 모금 마시고, 냉장고를 열고, 컵에 다른다. 리허설도 그 흐름으로 연기했는데 본 촬영 직전에 키린 씨는 컵에 남아 있던 보리차를 전부 마셔버렸다. 그리고 본 촬영에서는 텅 빈 잔을 일단 집어 들고 입가로 가져와 마시려다가, 거기서 비로소 잔에 든 게 없다는 걸 깨닫고 냉장고로 향했다. 이런 연기는 아마도 일상의 관찰에서 태어나는 아이디어일 텐데 진심으로 탄복했다 컷을 외친 뒤 역시 감동해서 그 말을 전하자 기쁜 기색으로 “왜 있잖아······ 그럴 때” 하며 웃음 지었다.』 (p.169)


  키키 키린의 본명은 우치다 게이코로 1943년생이다. 1961년에 극단 분가쿠자에 들어갔고 유키 지호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다. 1977년 TV 아사히 기념 프로그램의 경매 코너에서 팔게 없다는 이유로 예명을 경매에 부쳤고 40만 엔에 팔렸다. 이후 ‘나무樹와 나무木가 모여 보기希 드문 숲林을 이룸, 즉 모두 모여 무언가를 만들어내 키움’을 연상시키는 ‘키키 키린 樹木希林’이라는 새로운 예명으로 활동했다.


  “... 나한테는 늘 이쪽에서 보면 어떨까 저쪽에서 보면 어떨까를 생각하는, 사물을 부감해서 보는 버릇이 있구나 싶었어. 이쪽에 웃는 사람이 있으면 저쪽에서는 우는 사람도 있다든지, 그렇게 사물을 보는 습성과 버릇이 있는 모양이야. 나에게는 심술궂은 면이 잔뜩 있는데, 그 심술보도 아무래도 거기서 왔지 싶어요.” (pp.301~302)


  인터뷰 곳곳에 기인에 가까운 키키 키린의 행적이 드러난다. 그녀는 극단 출신으로는 드물게 (당시에는) 4류 배우 취급을 받는 CF 출연에도 개의치 않았다. 드라마를 기념하는 자리에서 함께 출연한 배우의 불륜 사실을 폭로하여 (절친인) 그 배우와 절교 상태가 되기도 한다.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내는 신 스틸러로 드라마와 영화에 등장했지만 중요한 배역은 영화 <도쿄 타워>가 처음이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그 이후에야 그녀를 캐스팅할 용기를 냈다. 

  
  “체형이지. 그야말로 절대적으로 체형이에요.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런 거야. 그래서 난 얼굴에 주름 같은 걸 그린 적이 없어. 언제나 체형이에요. 나이를 먹으면 점점 몸이 작아지거든. 그게 다야.” (pp.236~237)


  단도직입의 스타일에 심술궂다고 느껴지기 충분케 행동했지만, 아마 그녀의 출중한 연기가 많은 것을 용서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한 번 보면 잊기 힘든 그녀는 내 기억 안의 영화 안에서 내내 노인이었다. 키키 키린의 젊은 연기를 본 적이 없다. 이미 젊은 나이 때부터 노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노인 역할에 자신의 몸피를 작게 만드는 것으로 대응했다고 실토한다. 그리고 <어느 가족>에서는 틀니를 빼고 연기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 키키 키린의 말 : 마음을 주고 받은 명배우와 명감독의 인터뷰 / 마음산책 / 367쪽 / 202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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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배우보다는 성숙한 인간이되길....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민**빠 | 2021.04.20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엉겁결에 들어선 배우의 길에서 어쩌다보니 60년 가까이 활동했다. 요새는 '개성파 배우'같은 칭호도 붙여주지만 예전에는 이 얼굴로는 시녀 역할도 못 맡는다고 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나는 배우 일보다 인간으로서 성숙하는데 늘 더 관심이 있었으니까. 그러다 예순 무렵, 유방암 선고를 받았다. 암에 걸린 덕분에 나는 여러가지를 터득했다. '이렇게 됐어야 했는데'같은 생각은;
리뷰제목

엉겁결에 들어선 배우의 길에서 어쩌다보니 60년 가까이 활동했다.

요새는 '개성파 배우'같은 칭호도 붙여주지만 예전에는 이 얼굴로는 시녀 역할도 못 맡는다고 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나는 배우 일보다 인간으로서 성숙하는데 늘 더 관심이 있었으니까.

그러다 예순 무렵, 유방암 선고를 받았다.

암에 걸린 덕분에 나는 여러가지를 터득했다.

'이렇게 됐어야 했는데'같은 생각은 이리절하지 않았다.

딴 사람과 비교하는 일도 없었다.

지금 생이 기적같은 일이라고 생각하니 쓸데없는 욕망이 사라지고 편안해졌다...

키키 키린이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이란 책에서 했던 말이다.

대만가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본 '일일시호일'에서 다도를 가르치는 다케다 역으로 나온 영화에서 내 머리에 밖힌 여배우..

일전에도 그녀가 나온 영화도 보았지만 그냥 다른 주인공에 가려 기억조차 못하고 바람처럼 잊혀졌고, 일일시호일도 노리코 역의 쿠로키 하루를 보기 위해서... 보다가 보니 키키 키린의 이미지가 우리나라의 어느 노역의 배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기억하게 되었던...

여하튼 잔잔히 흐르는 물처럼 주의를 들이지 않으면 잊혀질 수 있는 역을 많이 하였지만 그녀가 주는 울림은 잔잔함 보다는 훨씬 더 큰 울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건 확실한 것 같다.

영화의 모습도 모습이지만 이런 책을 통한 글자화된 그녀의 생각이 더욱 그런것 같다...

의미있는 글이 한 동안은 내 마음에 오래 남아있을 것 같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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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6건) 한줄평 총점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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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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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 2022.04.12
구매 평점5점
두 사람의 대화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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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3 | 2022.03.15
구매 평점5점
키키 키린 하나만으로도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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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y******7 | 202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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