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4월 10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368쪽 | 702g | 145*210*30mm |
ISBN13 | 9788960906686 |
ISBN10 | 8960906689 |
발행일 | 2021년 04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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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368쪽 | 702g | 145*210*30mm |
ISBN13 | 9788960906686 |
ISBN10 | 8960906689 |
들어가며┃고레에다 히로카즈 일상에서 붕 떴다가 돌아오다 자연스레 숨 쉬듯 존재하다 뼈를 빼고 움직이다 평범한 사람을 연기하다 진지하게, 재미있게 놀다 틀니를 빼다 추도문┃고레에다 히로카즈 기고문┃우치다 야야코 마치며┃고레에다 히로카즈 옮긴이의 말 키린 씨와의 작업 출전·참고문헌·사진 출처 연보 |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에서 내가 가장 재미있어 하는 장면은 딸과 엄마가 부엌에서 나누는 대화 장면이다. 딸이 엄마를 향해 “멍하니 있으면 치매 생겨, 친구를 만들어”라고 말하자 엄마가 딸을 향해 이렇게 받아친다, “지금 새 친구 만들면 장례식 갈 일만 늘어.”. 여기서 엄마 역할을 한 것이 바로 키키 키린이었고,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키키 키린이 함께 한 다섯 번째 작품이었다.
“연예계라는 곳에는 정말이지 무시무시할 정도로 색정과 욕망이 줄줄 흐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엄청나게 고요한 것, 깨끗한 것이 줄줄 흐를 때도 있어. 그것들이 꼬인 새끼줄처럼 공존하는 와중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세계예요. 살아남기 위해서 하는 건 아냐. 하지만 살아남은 사람을 보면 나름대로······ 납득이 가. 그래서 재밌어. 스님처럼 수행하는 세계였다면 도저히 해나갈 수 없지. 하지만 온갖 도깨비들이 설치는 세계이기 때문에 좋구나, 재밌구나 생각해요.” (pp.65~66)
<걸어도 걸어도>에서 시작된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키키 키린의 관계는 여섯 번째 영화인 <어느 가족>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그 이상 지속되지는 못하게 되었다. <어느 가족>은 6월에 개봉했고 8월에 키키 키린은 세상을 떠난다. 개봉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난다. 6월 <어느 가족>의 개봉 무대 인사를 하고 헤어지며 키키 키린은, “이제 할머니는 잊고 당신은 당신의 시간을 젊은 사람을 위해 써. 난 더 이상 안 만날 테니까.” 라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에게 말한다. 그리고 이후 만남을 거부했다.
『연기를 보면서 놀란 점이 하나 있었다. 부엌 식탁에 앉아 경단을 먹으면서 고바야시 사토미 씨가 연기하는 딸과 대화를 나누는 평범한 장면. 보리차를 한 모금 마시고, 냉장고를 열고, 컵에 다른다. 리허설도 그 흐름으로 연기했는데 본 촬영 직전에 키린 씨는 컵에 남아 있던 보리차를 전부 마셔버렸다. 그리고 본 촬영에서는 텅 빈 잔을 일단 집어 들고 입가로 가져와 마시려다가, 거기서 비로소 잔에 든 게 없다는 걸 깨닫고 냉장고로 향했다. 이런 연기는 아마도 일상의 관찰에서 태어나는 아이디어일 텐데 진심으로 탄복했다 컷을 외친 뒤 역시 감동해서 그 말을 전하자 기쁜 기색으로 “왜 있잖아······ 그럴 때” 하며 웃음 지었다.』 (p.169)
키키 키린의 본명은 우치다 게이코로 1943년생이다. 1961년에 극단 분가쿠자에 들어갔고 유키 지호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다. 1977년 TV 아사히 기념 프로그램의 경매 코너에서 팔게 없다는 이유로 예명을 경매에 부쳤고 40만 엔에 팔렸다. 이후 ‘나무樹와 나무木가 모여 보기希 드문 숲林을 이룸, 즉 모두 모여 무언가를 만들어내 키움’을 연상시키는 ‘키키 키린 樹木希林’이라는 새로운 예명으로 활동했다.
“... 나한테는 늘 이쪽에서 보면 어떨까 저쪽에서 보면 어떨까를 생각하는, 사물을 부감해서 보는 버릇이 있구나 싶었어. 이쪽에 웃는 사람이 있으면 저쪽에서는 우는 사람도 있다든지, 그렇게 사물을 보는 습성과 버릇이 있는 모양이야. 나에게는 심술궂은 면이 잔뜩 있는데, 그 심술보도 아무래도 거기서 왔지 싶어요.” (pp.301~302)
인터뷰 곳곳에 기인에 가까운 키키 키린의 행적이 드러난다. 그녀는 극단 출신으로는 드물게 (당시에는) 4류 배우 취급을 받는 CF 출연에도 개의치 않았다. 드라마를 기념하는 자리에서 함께 출연한 배우의 불륜 사실을 폭로하여 (절친인) 그 배우와 절교 상태가 되기도 한다.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내는 신 스틸러로 드라마와 영화에 등장했지만 중요한 배역은 영화 <도쿄 타워>가 처음이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그 이후에야 그녀를 캐스팅할 용기를 냈다.
“체형이지. 그야말로 절대적으로 체형이에요.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런 거야. 그래서 난 얼굴에 주름 같은 걸 그린 적이 없어. 언제나 체형이에요. 나이를 먹으면 점점 몸이 작아지거든. 그게 다야.” (pp.236~237)
단도직입의 스타일에 심술궂다고 느껴지기 충분케 행동했지만, 아마 그녀의 출중한 연기가 많은 것을 용서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한 번 보면 잊기 힘든 그녀는 내 기억 안의 영화 안에서 내내 노인이었다. 키키 키린의 젊은 연기를 본 적이 없다. 이미 젊은 나이 때부터 노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노인 역할에 자신의 몸피를 작게 만드는 것으로 대응했다고 실토한다. 그리고 <어느 가족>에서는 틀니를 빼고 연기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 키키 키린의 말 : 마음을 주고 받은 명배우와 명감독의 인터뷰 / 마음산책 / 367쪽 / 2021 (2019)
엉겁결에 들어선 배우의 길에서 어쩌다보니 60년 가까이 활동했다.
요새는 '개성파 배우'같은 칭호도 붙여주지만 예전에는 이 얼굴로는 시녀 역할도 못 맡는다고 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나는 배우 일보다 인간으로서 성숙하는데 늘 더 관심이 있었으니까.
그러다 예순 무렵, 유방암 선고를 받았다.
암에 걸린 덕분에 나는 여러가지를 터득했다.
'이렇게 됐어야 했는데'같은 생각은 이리절하지 않았다.
딴 사람과 비교하는 일도 없었다.
지금 생이 기적같은 일이라고 생각하니 쓸데없는 욕망이 사라지고 편안해졌다...
키키 키린이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이란 책에서 했던 말이다.
대만가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본 '일일시호일'에서 다도를 가르치는 다케다 역으로 나온 영화에서 내 머리에 밖힌 여배우..
일전에도 그녀가 나온 영화도 보았지만 그냥 다른 주인공에 가려 기억조차 못하고 바람처럼 잊혀졌고, 일일시호일도 노리코 역의 쿠로키 하루를 보기 위해서... 보다가 보니 키키 키린의 이미지가 우리나라의 어느 노역의 배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기억하게 되었던...
여하튼 잔잔히 흐르는 물처럼 주의를 들이지 않으면 잊혀질 수 있는 역을 많이 하였지만 그녀가 주는 울림은 잔잔함 보다는 훨씬 더 큰 울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건 확실한 것 같다.
영화의 모습도 모습이지만 이런 책을 통한 글자화된 그녀의 생각이 더욱 그런것 같다...
의미있는 글이 한 동안은 내 마음에 오래 남아있을 것 같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