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졸라 잘했어. 똑바로 줄지어 놨구나.”
단지 옆으로 나란히 놓은 것뿐이지만 나무 블록 서른 개가 줄지어 있는 광경은 제법 근사했다.
“조라?.”
스즈카는 내 말투를 흉내 내어 기쁜 듯이 두 손을 높이높이 치켜들었다.
“졸라는 안 좋은 말이야. 졸라가 아니라 대단해. 그래, 대단해라고 해야지.”
거친 말을 배우면 안 된다. 나는 몇 번이나 입을 크게 벌려 ‘대단해’라고 고쳐 말했지만 ‘졸라’ 쪽이 훨씬 말하기 쉬운지 스즈카는 “조라.”라고 말하고는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에잇, 넌 진짜 안 배워도 되는 말만 배우고 말이야.”
“조라, 조라.”
“또 졸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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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말이야, 놀이터에 나오는 어떤 부모보다도, 네 엄마보다 아빠보다 빨리 달릴 수 있어. 실은 이대로 어디론가 도망갈 수 있을 정도로 달릴 수 있는 힘이 있지.”
“슈-웅-, 슈-웅-.”
“근데 도망가지 않을 거야. 누구한테도 좋은 일이 아니니까. 다만, 스즈카. 귀여운 동생이 집에 와도, 혹시 앞으로 남동생이 생기더라도, 스즈카 네가 졸라 소중한 녀석이란 건 변함없어.”
“붐부-.”
스즈카는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있을 것이다. 움직이는 진동이 어깨에 전해져 왔다.
“너한테 말해 봐야 모르겠지. 뭐, 아무튼 넌 계속 그렇게 즐거워하면서 웃어 주라.”
“씬-씬-.”
“하긴,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넌 항상 즐겁지.”
스즈카와 지내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나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란 것. 그러니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거다. 아무리 머리 터지게 생각해 봐도 나란 인간은 하찮은 놈이다. 그런 나도 누군가가 먹을 밥이라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만들었다. 그렇다,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몇 가지 있다. 나 따위가 남의 기분을 어찌 알까. 하지만 옆에 있는 사람을 웃음 짓게 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듯하다. 이렇게 달리는 것만으로도 진심으로 기뻐하는 녀석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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